의예과 학생의 조금 특별한 연수기 31

이영민
발행날짜: 2016-11-22 09:00:20
  • 의대생뉴스2기 필진 한림의대 의학과 1학년 이영민

고생길 가운데의 한 줄기 오아시스, 칠레 편 -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 행

국경 위의 마을에서 거의 반나절을 지체한 결과로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에 들어가기 전에 들르는 중소도시인 깔라마에 들어 왔을 땐 이미 해가 지고 저녁 시간마저 지나가버린 8시경이었다. 한국에선 8시 하면 그냥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외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남미의 경우 달랐다. 특히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은 걸로 알려진 깔라마에 연고도 없이 저녁에 도착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처다 보리란 건 불을 보듯 훤한 일이었다.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간 거라 크게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지만, 깔라마에서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심지어 우유니에서 타고 왔던 버스의 도착장소로부터 걸어서 약 20분되는 거리의 다른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다행히 이동하는 도중에 위험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산 페트로 데 아타까마 까지 다시 들어가는 표를 구하고 잠시 숨을 돌릴 때의 시간을 보니 이미 시계는 아홉시를 훌쩍 넘어 열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아침에 볼리비아 우유니를 떠나기 전에 소액이나마 환전을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마저도 안해 놨다면, 아마 필자는 칠레에서 위험하다고 소문 나있는 도시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어야 하는 운명을 맞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보통 환전은 그 통화를 쓰고 있는 나라에서 환전하는 것이 여행자로서는 유리하게 환전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환전을 잘 해주지 않는 볼리비아 돈(볼리비아노)을 처리하기 위해 아침에 여분의 돈을 모두 칠레 화폐인 페소로 바꾼 것이다. 환전소는 보통 해가 지면 닫기 시작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변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여행가기 전에, 혹은 여행 중에도 꼭 환전은 미리미리 해두길 추천한다.

칠레의 물가가 살인적으로 비싸서 정말 간단히 생수하고 빵으로 가볍게 허기를 달래고 버스를 다시 타서 아타까마에 도착하고 보니 거의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 되어있었다는 걸 확인하였다. 사실 숙소 걱정을 많이 하면서 갔었는데 또 운이 좋게도 버스터미널에는 아직 숙소를 못 구한 여행객들을 위해 흥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그 중에서 가격도 괜찮고 위치도 나쁘지 않은 숙소를 골라서 갔더니 시간이 무려 새벽 1시 반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여행은 적당한 운과 노력의 산물로 이루어 지는 것인가 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다음 날을 대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빨리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를 보니, 도시라기 보다는 우유니와 비슷한 크기의 마을이라 부르는 게 더 나을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마을 주변부로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는데 우유니처럼 백색의 사막이 아니라 황토색 빛깔이 나는 그런 사막이 주를 이루었다.

마을의 건물들은 모두 2층을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그런 모습들이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어 아늑한 느낌을 자아내었다. 사막을 보러 마을을 빠져나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동안은 잠시 모든 생각을 잊고 시간만이 필자 옆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바쁘게 걸어왔던 여정 가운데에서 잠시 필자에게 주는 쉬어가는 장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벌써 남미 여행의 전반부를 돌아 이젠 후반부로 향해가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불과 10여일 정도. 처음에 어색했던 남미라는 땅에 이제는 사람도 문화도 낯설지 않고 익숙해진 그런 나날들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이제 필자는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폭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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