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엽 장관 "진찰료 현실화·간호등급제 개선 검토"

이창진
발행날짜: 2016-12-28 05:00:56
  • 임기 내 의료전달체계 개선…"보건의료계, 양보해야 얻을 수 있어"

"의원급과 병원급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임기 중 꼭 했으면 하는 현안이다. 현재 진전된 논의가 없어 안타깝지만 정리해야 할 일이다."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지난 26일 전문기자협의회와 송년 간담회에서 의원급은 외래, 병원급은 입원 중심인 의료기관 종별 본연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의지를 이 같이 밝혔다.

메르스 사태 소방수로 투입된 정진엽 장관은 12월 현재 임기 1년 4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는 최순실 사태 여파로 세간의 의혹과 특검의 복지부 세종청사 압수수색 등 복지부 수장으로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태다.

정진엽 장관은 이날 의료현안 질문에 막힘 없는 답변과 소신을 피력하며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동네의원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지속 추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정진엽 장관은 "동네의원 상당 수가 환자진료에 충실히 매진하고 있으나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도 일차의료 활성화 일환이다"라고 운을 띄웠다.

정 장관은 "진찰료와 입원료 현실화를 위해 제3차 상대가치 개편방안을 지시했다. 더불어 의원급 질 관리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동네의원도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정책 사각지대로 알려진 중소병원 제도개선 의지도 분명히 했다.

정 장관은 "중소병원 숙원사업인 간호등급제(간호관리료 차등제)는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허가 병상 수가 아닌 실제 운영 병상 수 기준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고 "비용 추계 결과, 약 4000억~5000억원 추가 재정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현안이나 실행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운영 병상 간호등급 개선시 5000억 소요…약가제도, 토종사 여건 감안"

더불어 암 등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따른 대형병원 환자 쏠림 가속화와 중소병원 수술 기근 현상과 관련, "인식하고 있다. 중소병원을 위한 보완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산업 육성 정책도 정 장관이 눈여겨보고 있는 분야이다.

정진엽 장관은 "올해 모든 산업이 감소했으나 제약과 의료기기를 포함한 보건산업은 20% 증가했다. 보건산업 수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임기 중 성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국적제약사와 약가제도 협의와 관련, "제도개선 과정에서 실무자에 외부(다국적제약사) 압력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토종제약사) 사정도 있으니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며 국내 제약사 여건을 감안한 약가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 장관은 이어 "일전에 미국 부통령을 만나 정밀의료 관련 차기 정부와 합의하기로 했다. 트럼프 차기 정부의 상황을 봐야겠지만, 정밀의료는 미국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로 대한민국이 잘 수 있는 만큼 잘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현장 경험을 토대로 중점 추진 중인 항생제 내성 대책도 빼놓을 수 없는 현안이다.

"항생제 내성, 국제공조로 해결-건보료 부가체계, 완전 소득 중심 어려워"

정진엽 장관은 "전 세계 보건의료 핫이슈가 항생제 내성 문제다. 아직 우리나라는 체감을 못하고 있으나, 국제 공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이슈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은 최종 조율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정진엽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막힘 없는 답변과 소신을 피력하며 보건의료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였다.
정 장관은 "현재 관련 부처와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 새해 연초에는 방향이 정해질 것 같다"고 전제하고 "소득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은 맞지만 완전 소득 중심으로 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 지역가입자 50%는 소득이 없고, 나머지 50% 절반이 연 소득 500만원 미만으로 완전 소득중심으로 개편하면 연 9조원 건보 재정 손실이 예상된다. 직장 가입자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최종안을 놓고 고심 중임을 내비쳤다.

복지부 내부 현안인 인사문제 개선 필요성도 공표했다.

"복지부, 고시·비고시 인사 불균형 심화…균형적 인사조치 필요"

정 장관은 "고시와 비고시 간 인사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본원 공무원 중 비고시가 70% 이상을 차지하나 간부진 인사가 고시에 집중되는 상황은 일정부분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질병관리본부와 인사교류와 더불어 본부 내부의 균형적인 인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똑똑하나 진짜 전문가가 부족하게 현실이다. 의료인과 약사 등 보건의료 전문직역 공무원 정원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엽 장관은 끝으로 "지금까지 추진해 온 사업과 정책에 매진해 성과를 내는데 주력하겠다"면서 "보건의료 분야는 직역 간 이해관계가 달라 진도가 나가기 쉽지 않다. 무엇인가 얻고자 한다면 자신의 것을 양보도 하고 노력도 해야 한다"며 보건의료계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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