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마지막 적정수가 편 "비급여의 급여화에 돈 쓰겠다"
|보건의료 정책 공약 특별 대담|
|특별취재팀| 적정부담·적정수가·적정급여.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기본 방향이다.
'적정'의 사전적 의미는 알맞고 바른 정도다. 도대체 적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메디칼타임즈는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공공의료사업단 정책담당),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 전문위원을 초청, 특별대담을 통해 '적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던 조원준 전문위원은 적정의 개념을 적극 설명했고 권용진 교수는 적정수가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건보재정 흑자, 지금이 적정수가 논의할 때"
진행: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은 적정부담, 적정수가, 적정급여다. 적정의 개념이 참 애매하다.
조원준 전문위원(이하 조): 적정의 개념은 누가 보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급자, 소비자, 정부 각각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공통되는 개념은 지금보다 수가 구조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정치적 맥락에서 보면 누적 흑자가 당장은 쌓여있다. 보장성 확대에 충분한 재원을 묶어놓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부분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이 흑자를 핑계로 (돈을) 주지 않는다. 다른 곳을 통해서 들어오는 돈을 차단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비급여의 급여화에 쓰겠다는 것이다. 10년 전이라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수 있는 재정 상태라서 이런 논의 자체가 택도 없는 소리였다. 역설적으로 보면 재정에 대한 압박이 느슨한 상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함께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약간의 평화로운 시기가 금방 끝날지도 모른다.
서인석 보험이사(이하 서): 의사들은 저수가이기 때문에 박리다매를 할 수밖에 없다. 행위를 통제하는 게 기존 패러다임이다. '적당히'라는 말이 어려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재난적 의료비, 필수의료가 뭔지 정의돼야 하고 공급량과 지역에서 소화할 수 있는 공급자 조직도 있어야 한다. 의료계에서 비효율이 너무 많다. 이것을 찾아서 줄여야 한다.
권용진 교수(이하 권): 급여확대는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 적정부담은 환자가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소린데, 돈을 더 내야 하는 이유는 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한테 부담을 더하라고 하려면 병원이 안전해졌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환자한테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
기동훈 회장(이하 기): 의사가 의사답게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교과서적 진료를 했을 때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굶어죽지 않는 그런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돈도 돈이지만 의사라는 사회적 위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 월급을 올리는 패턴이 여러가지가 있다. 본봉을 올릴 수도 있고, 수당을 올리는 방식이 있다. 그동안 본봉을 눌러놓고 수당을 더 주는 방식이었다. 지금 본봉에 문제가 있으니 올리겠다는 것이다.
눈에 확 띄게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행위 증가로 인한 불신을 방지할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는 예측가능한 상황이 된다.
"국민에게 왜 비급여인지 알려줘야"
진행: 수가를 올리겠다는 말은 비급여의 급여화로 이어지고 있다. 적정수가와 비급여의 상관관계는 무엇이라고 보나.
조: 무작정 수가를 낮게 책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순수하게 소비자 입장에서만 보면 본인부담률이 90%라면 급여화가 의미 없다. 제도적 입장에서는 급여화가 된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고 퇴출기전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근거를 갖고 정리하겠다.
비급여 때문에 현재 구조에서도 유지하고 있는데 통제 기전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급여 급여화를 통해 재원을 쓰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지금 수가보다 올려주고자 하는 것도 있고, 결국에는 국민을 위한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이 뭘 해주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있다. 보장성 강화를 피부로 느꼈을 때 보험료 인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엉뚱하게 돈을 내고 있지 않다는 불신이 줄 것이다. 보장성 강화로 가려면 돈을 더 내야 할 것이라는 데 반발이 줄어들 것이다.
권: 비급여를 아무리 급여화 해도 비급여는 또 생긴다. 왜 비급여인지 국민에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근거가 미흡하기 때문에 비급여인 게 있다.
왜 비급여인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국민은 의사가 좋다고 하니까 믿고 하는 것이다. 빨간비급여, 파란비급여를 만들어야 한다. 비급여 카테고리를 나눠줘야 한다. 국민에게 질이 낮아서 비급여인 것은 안해도 된다고 정부가 알려줘야 한다.
더불어 연구급여도 주장하고 있다. 항암제를 먹어야 하는 암 환자들은 의사보다도 더 공부를 열심히 한다. 한 달만 (약을) 먹어보면 효과를 안다. 먹어봤더니 효과는 있는데 보험이 안돼 약값이 수천만원이다. 환자가 먹었을 때 효과가 있으면 급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프로토콜 리서치가 없으니 정부 입장에서는 급여가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급여를 신청하고, 환자가 복용한 후의 변화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쓴다. 비용은 제약사가 절반을 부담하는 형태로 한다. 케이스리포트가 되니까 충분히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환자는 연구대상이 되는 것이다.
조: 정책이 너무 경직되면 금방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고 길을 다양하게 만들어 놔야 있는 틀 안에서 진화할 수 있다. 초기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다소 감내할 수 있는 재정의 툴을 갖고 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은?
진행: 마지막 질문이다. 새정부가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기: 나라를 나라답게 의사를 의사답게.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배운데로 진료했을 때 환자한테도 존경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서: 의사가 자존감을 찾았으면 좋겠다. 의사가 하는 의료행위가 값어치가 있어야 한다. 의사 스스로 의료정책을 만들어서 국민에게 박수 받을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에 갔으면 한다.
권: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으로 탄생했다.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민주주의 원칙만 잘 지키면 큰 미래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공개하고, 공론화하고, 공익을 위해 토론하는 원칙을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
특별취재팀= 진행 및 정리: 이창진, 이지현, 박양명 기자/ 사진: 최선 기자
|특별취재팀| 적정부담·적정수가·적정급여.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기본 방향이다.
'적정'의 사전적 의미는 알맞고 바른 정도다. 도대체 적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메디칼타임즈는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공공의료사업단 정책담당),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 전문위원을 초청, 특별대담을 통해 '적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던 조원준 전문위원은 적정의 개념을 적극 설명했고 권용진 교수는 적정수가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건보재정 흑자, 지금이 적정수가 논의할 때"
진행: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은 적정부담, 적정수가, 적정급여다. 적정의 개념이 참 애매하다.
조원준 전문위원(이하 조): 적정의 개념은 누가 보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급자, 소비자, 정부 각각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공통되는 개념은 지금보다 수가 구조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정치적 맥락에서 보면 누적 흑자가 당장은 쌓여있다. 보장성 확대에 충분한 재원을 묶어놓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부분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이 흑자를 핑계로 (돈을) 주지 않는다. 다른 곳을 통해서 들어오는 돈을 차단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비급여의 급여화에 쓰겠다는 것이다. 10년 전이라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수 있는 재정 상태라서 이런 논의 자체가 택도 없는 소리였다. 역설적으로 보면 재정에 대한 압박이 느슨한 상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함께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약간의 평화로운 시기가 금방 끝날지도 모른다.
서인석 보험이사(이하 서): 의사들은 저수가이기 때문에 박리다매를 할 수밖에 없다. 행위를 통제하는 게 기존 패러다임이다. '적당히'라는 말이 어려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재난적 의료비, 필수의료가 뭔지 정의돼야 하고 공급량과 지역에서 소화할 수 있는 공급자 조직도 있어야 한다. 의료계에서 비효율이 너무 많다. 이것을 찾아서 줄여야 한다.
권용진 교수(이하 권): 급여확대는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 적정부담은 환자가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소린데, 돈을 더 내야 하는 이유는 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한테 부담을 더하라고 하려면 병원이 안전해졌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환자한테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
기동훈 회장(이하 기): 의사가 의사답게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교과서적 진료를 했을 때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굶어죽지 않는 그런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돈도 돈이지만 의사라는 사회적 위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 월급을 올리는 패턴이 여러가지가 있다. 본봉을 올릴 수도 있고, 수당을 올리는 방식이 있다. 그동안 본봉을 눌러놓고 수당을 더 주는 방식이었다. 지금 본봉에 문제가 있으니 올리겠다는 것이다.
눈에 확 띄게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행위 증가로 인한 불신을 방지할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는 예측가능한 상황이 된다.
"국민에게 왜 비급여인지 알려줘야"
진행: 수가를 올리겠다는 말은 비급여의 급여화로 이어지고 있다. 적정수가와 비급여의 상관관계는 무엇이라고 보나.
조: 무작정 수가를 낮게 책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순수하게 소비자 입장에서만 보면 본인부담률이 90%라면 급여화가 의미 없다. 제도적 입장에서는 급여화가 된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고 퇴출기전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근거를 갖고 정리하겠다.
비급여 때문에 현재 구조에서도 유지하고 있는데 통제 기전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급여 급여화를 통해 재원을 쓰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지금 수가보다 올려주고자 하는 것도 있고, 결국에는 국민을 위한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이 뭘 해주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있다. 보장성 강화를 피부로 느꼈을 때 보험료 인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엉뚱하게 돈을 내고 있지 않다는 불신이 줄 것이다. 보장성 강화로 가려면 돈을 더 내야 할 것이라는 데 반발이 줄어들 것이다.
권: 비급여를 아무리 급여화 해도 비급여는 또 생긴다. 왜 비급여인지 국민에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근거가 미흡하기 때문에 비급여인 게 있다.
왜 비급여인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국민은 의사가 좋다고 하니까 믿고 하는 것이다. 빨간비급여, 파란비급여를 만들어야 한다. 비급여 카테고리를 나눠줘야 한다. 국민에게 질이 낮아서 비급여인 것은 안해도 된다고 정부가 알려줘야 한다.
더불어 연구급여도 주장하고 있다. 항암제를 먹어야 하는 암 환자들은 의사보다도 더 공부를 열심히 한다. 한 달만 (약을) 먹어보면 효과를 안다. 먹어봤더니 효과는 있는데 보험이 안돼 약값이 수천만원이다. 환자가 먹었을 때 효과가 있으면 급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프로토콜 리서치가 없으니 정부 입장에서는 급여가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급여를 신청하고, 환자가 복용한 후의 변화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쓴다. 비용은 제약사가 절반을 부담하는 형태로 한다. 케이스리포트가 되니까 충분히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환자는 연구대상이 되는 것이다.
조: 정책이 너무 경직되면 금방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고 길을 다양하게 만들어 놔야 있는 틀 안에서 진화할 수 있다. 초기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다소 감내할 수 있는 재정의 툴을 갖고 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은?
진행: 마지막 질문이다. 새정부가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기: 나라를 나라답게 의사를 의사답게.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배운데로 진료했을 때 환자한테도 존경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서: 의사가 자존감을 찾았으면 좋겠다. 의사가 하는 의료행위가 값어치가 있어야 한다. 의사 스스로 의료정책을 만들어서 국민에게 박수 받을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에 갔으면 한다.
권: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으로 탄생했다.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민주주의 원칙만 잘 지키면 큰 미래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공개하고, 공론화하고, 공익을 위해 토론하는 원칙을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
특별취재팀= 진행 및 정리: 이창진, 이지현, 박양명 기자/ 사진: 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