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베트남 의료기기법에 한국 법령 ‘이식’

정희석
발행날짜: 2017-12-04 01:38:39
  •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 베트남 보건성·유관기관과 협력 확대

사진 왼쪽부터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 류정열 부센터장·김은철 팀장
90% 이상 미국 독일 일본 등 수입 의료기기에 의존하고 있는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민영병원 증가, 보건의료비 지출 확대, 의료서비스산업 육성 등 정부 정책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 의료기기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최근에는 품목·등급분류, 품질·부작용 사후관리, 인허가·규제 등 대대적인 의료기기 법령체계 정비에 나서고 있다.

만약 베트남 의료기기법이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한국 법령을 대폭 도입해 유사한 제도로 제정된다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한국 의료기기업체 몫이 될 터.

양국 간 규제조화를 통한 상호 인정과 그로 인해 낮아진 시장진입 장벽은 국산 의료기기의 베트남 수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식약처 산하기관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이하 센터)가 베트남 의료기기 법령에 품목분류 및 인허가제도 등 한국 DNA를 이식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센터 류정열 부센터장을 비롯해 오민아(사업운영부 안전평가팀)·김은철(사업운영부 산업정보팀) 팀장 등 3명은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베트남 보건성과 유관기관을 차례로 방문했다.

류정열 부센터장은 “베트남은 의료기기법 체계를 정비하면서 한국 법령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이번 방문은 베트남이 자국 의료기기법에 인허가 및 규제, 시험검사 등 한국 의료기기 법령을 참고할 수 있도록 정보를 교류하고 협력사항을 논의하고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센터에 따르면, 베트남 보건성은 ‘의료기기 관리에 관한 법령’(36/2016/ND-CP)을 마련해 2016년 5월 15일 공포했다.

한국 의료기기법에 해당하는 이 법령은 총 11장·69조항·11개 별첨으로 구성됐다.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기기는 설계·제품별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따라 2개 군으로 분류하고, 이는 다시 4개 등급별 유형(A B C D)으로 나뉜다.

하지만 해당 법령은 시행규칙 등 세부 하위법령을 마련하지 못해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센터와 베트남 보건성 산하 의료기기 공사국은 의료기기 인허가제도와 기술교류를 위한 회의록을 체결했다.
센터 일행은 지난달 21일 베트남 보건성 산하 의료기기 공사국(Department of Medical Equipment and Construction)을 방문해 한-베트남 간 의료기기 인허가제도와 기술교류를 위한 협력방안을 적극 모색했다.

의료기기 공사국은 과거 한국의 복지부 산하 ‘식약청’에 해당한다.

류정렬 부센터장은 “의료기기 공사국을 방문해 Nguyen Minh Tuan 공사국장 등 규제담당자를 만나 한국의 선진화된 의료기기제도를 소개하고 양국 간 의료기기 규제동향 공유와 인허가제도 및 기술교류를 위한 회의록(Minutes of Discussion)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 기관이 체결한 회의록은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보다 한 단계 낮은 ‘합의문’이다.

그는 “의료기기 공사국은 센터가 발표한 한국 의료기기 부작용 관리제도에 대해 크게 만족해 했다”며 “베트남에서도 의료기기 부작용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코드 체계로 부작용 등 의료기기 사후관리를 하고 있는 한국 사례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Tuan 공사국장은 베트남 의료기기 법령체계를 마련하는데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한편 의료기기 공사국과 센터와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사업수행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센터 김은철 팀장 또한 의료기기 공사국과의 회의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베트남은 국제협약을 근거로 베트남이 인정하는 국가 또는 자국 의료기기 분류체계와 유사한 형태를 갖춘 GHTF 국가들의 규제기관 분류체계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HTF(Global Harmonization Task Force)는 IMDRF(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s Forum·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 전신으로 미국·EU·일본·캐나다·호주가 가입됐다.

김 팀장은 “문제는 한국이 GHTF 인정국가로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의료기기 공사국은 베트남 의료기기 분류체계(A~D등급)와 유사하게 관리·운영되는 한국 분류체계(1~4등급) 법령 등을 적극 참조해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개선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센터는 ‘베트남의료기기산업협회’를 방문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센터는 의료기기 공사국에 이어 ‘베트남의료기기산업협회’(Vietnam Medical Equipment Association·VIMEAS)를 방문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센터가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의 베트남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체결했다.

센터에 따르면, 베트남 국영병원은 의료기기 도입 시 연간 1억동(약 500만원) 이상은 병원 자체 구매가 불가해 사용자(의사)가 원하는 장비사양을 제시하고 구매계획을 수립해 보건성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때 병원에서 구비해야 할 구매계획서 작성 시 기술자문을 반드시 받아야하는데 그 역할을 VIMEAS가 수행한다.

김은철 팀장은 “VIMEAS는 병원이 연간 500만원 이상 장비 구매 시 해당 장비가 가격대비 합리적인지 검증하는 기술컨설팅을 제공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권한이 있다”며 양해각서 체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VIMEAS가 국영병원 장비 조달 시 가격대비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의료기기를 제안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센터는 또한 VIMEAS를 통해 베트남 의료기기시장 및 유통정보를 한국 업체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VIMEAS는 한국 의료기기의 베트남시장 진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전언.

김 팀장에 따르면, 베트남 의료기기시장은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공적개발원조) 등을 통해 국공립병원에 많은 지원을 펼치고 있는 독일·일본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은 디지털 X-ray·초음파진단기 등 진단영상기기 보다는 의료소모품·치료재료 등 틈새시장을 노리는 게 승산이 있다는 것.

류정렬 부센터장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 보건당국이 자국 의료기기법 제정과 관련해 한국 법령을 적극 참고할 수 있도록 한-베트남 간 실질적인 교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는 베트남을 비롯한 신흥국 중심의 해외 인허가, 기술규제, 관세, 시장동향, 유통환경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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