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편 먹구름…출구없이 고성만 난무

발행날짜: 2018-01-08 05:00:56
  • 비난과 고성이 채운 2차 확대 간담회 "당분간 연기하겠다"

1월초를 목표로 진행되던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이 쏟아지는 지적과 비판 속에 점점 더 난항을 겪으며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회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는 발전을 위한 의견보다는 비난과 고성으로 채워졌고 결국 의협도 당분간 연기를 선언하며 자리를 마감해야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6일 의협회관에서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 마련을 위한 2차 확대 간담회를 열었다.

외과계와 내과계, 전 회원으로 이어진 간담회에서 지적된 내용을 수정한 4차 수정 권고안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수정을 위한 의견보다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계속해서 쏟아지면서 간담회는 파행 직전까지 이르는 상황으로 치닫았다.

개편안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 재정과 예산에 대한 부분이었다.

3차 수정안에서 '수가 적정화는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총액유지를 전제로 한다'는 문구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재정 중립 원칙'과 '가치투자 원칙'이라는 안으로 4차 수정을 마쳤지만 이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일반과의사회 좌훈정 부회장은 "일차의료활성화를 논하면서 재정중립 원칙이 가당키나 한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이는 결국 총액계약제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러한 문구는 무조건 전체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뇨기과의사회 조정호 보험이사는 "이러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에 동의하는 회원이 10%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며 "재정 중립이라는 단어를 빼지 못한다면 아예 권고안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익강 의협 보험이사는 "재정중립이라는 단어가 총액 개념이 절대 아니며 전달체계 개선 작업시 시스템으로 인해 어느 진료과목이나 기관도 손실을 보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며 "시민단체에서 재정투자를 가치투자로 바꿔달라는 요구가 있어 국문으로 이를 정리하다 보니 가치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이날은 개원의나 유관단체 외에도 대학병원 교수들과 의학회까지 가세해 이에 대한 즉각적인 삭제와 권고안 연기를 요구하면서 간담회의 분위기는 점점 더 달아올랐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신동천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취지에는 교수들도 절실히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재정중립 등의 리스크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는데도 레코드처럼 획일적인 답변을 계속해서야 되겠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졸속으로 개편안을 마련해서 나중에 재정적인 도움없이 규제의 근거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같이 머리를 모은다면 잘 될 수 있는 일인 만큼 빨리 무언가를 얻으려 도장을 찍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지적과 비난이 이어지자 조현호 의협 이사가 의사 진행을 맡아 의견을 개진하고 나서면서 간담회장은 잠시 고성이 오가는 파행으로 치닫기도 했다.

조 이사는 "13차 회의까지 진행을 했고 의협과 병협의 의견차로 몇번 씩이나 산하단체의 의견을 물었다"며 "시민단체와 환자단체가 다 동의하는 만큼 실리와 명분을 다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참석자들이 다 먹고 살만하기에 그런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참석자들의 대부분이 크게 동요하며 술렁였고 좌훈정 일반과의사회 부회장, 전국의사총연합 최대집 대표 등이 '우리가 먹고 살만해서 이곳에 왔느냐'고 항의하고 조 이사가 이에 맞서 목서리를 높이자 간담회장은 고성이 휩싸이며 일부 참석자들은 자리를 이탈하기까지 했다.

외과계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입원병상에 대한 문구도 여전히 갈등의 소지로 남았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김병철 공보이사는 "만성질환과 상담료 신설 등 내과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많은데 외과계는 입원실까지 폐쇄하는 디스인센티브 방안만이 가득하다"며 "권고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한편 독소조항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는데 그대로 남았다"고 비판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이동수 회장도 "합병증 등 조금만 시간이 있으면 해결이 가능한 환자도 이제는 개원가에서 모두 이, 삼차 기관으로 전원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며 "이는 일차의료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입원 병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권고안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일각에서는 아예 권고안 채택을 무산시키고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 간담회에 4번째 참여하고 있는데 99%의 회원들이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회원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개편을 도대체 왜 이렇게 밀어붙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용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도 "협상에 들어가 고생하다보면 성과물을 놓칠 것 같은 조급함이 생길 수 있지만 우리가 만약 이 권고안을 덥썩 받아버리면 문 케어에 반발하기 힘들어진다"며 "불량 떡밥인 만큼 우리는 사인하지 않고 버틴 뒤 이후 투쟁으로 이에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협 임임강 보험이사는 병동 문제는 충분히 선택이 가능한 사안이며 개편 논의를 지속하는 이유는 더 많은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조금이라도 독소 조항을 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이사는 "병상 부분이 들어간 것은 동네 병원 병상이 크게 늘면서 의원과 경쟁하는 구도를 변화시켜 보자는 의미"라며 "하지만 만약 병상을 유지하고 싶다면 충분히 유지할 수 있으며 다만 만성질환 특화 의원을 신청했을 경우만 이를 제제하는 의미일뿐 의원급에 대한 병상 규제 조항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협의체는 이미 예산을 다 써버렸고 해산을 앞두고 있는 만큼 지금의 이 리포트는 의협의 거부와는 무관하게 복지부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단순히 무조건 거부하기 보다는 단 하나의 문구라도 우리의 의견을 담아서 독소조항들을 삭제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참석자들의 비판과 지적은 여전히 이어졌고 결국 의협은 다시 한번 의견 조회를 거치는 등의 방법으로 우선 권고안 채택을 연기하기로 했다.

임익강 보험이사는 "외과계에서 나온 의견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근거있는 사유들이 많은 만큼 다시 한번 간담회를 열어보겠다"며 "또한 회원들의 반대가 많기에 당분간 협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사인은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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