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교육부, 남원 의과대학 신설 '신중 또 신중'

이창진
발행날짜: 2018-02-20 17:30:21
  • 보건의료대학 협의 필요…서남의대 교수, 공공의대 시범사업 제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서남의대 폐교 이후 의과대학 설립방안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해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 교문위) 주최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남대 폐교 이후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서울시립대의 남원 공공의과대학 캠퍼스 설립 주장에 대해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좌장을 맡아 서남대 폐교 후 대안을 모색했다.
이날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최병호 원장(전 보사연 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서울과 지자체 상생을 위한 서울시립대 공공의과대학 남원캠퍼스 설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남원의료원 박주영 원장은 "남원지역에 공공의대 설립을 제안한다. 졸업 후 공공의료기관에 10년간 의무복무와 수업료 국비 지원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안정적 의료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복지부에서 보건의료대학 설립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기획조정실장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공공의료대학 설립이 꼭 필요하다. 의사협회가 반대하겠지만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해야 한다"고 공공의대 설립에 동의했다.

신현웅 실장은 "남원 지역 의과대학 유치는 찬성한다. 다만, 전북 외 충북과 전남 의대 정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고 전제하고 "서울시립대 주장은 가능성이 있다. 양질의 수련병원이 필요하고, 의예과 2년은 남원에서 본과 4년은 서울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적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도적 보완을 주문했다.

의과대학 설립 허가 중앙부처인 교육부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다.

사립학교정책과 이재력 과장은 "서남의대 모집정원 49명은 2019년 전북의대와 원광의대로 배정된 것으로 안다. 보건의료대학 설립은 복지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고등교육법상 설립 주최가 복지부, 지자체 모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이재력 과장.
그는 "중요한 것은 국립의대 기능과 역할이다. 무엇이 부족한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2023년 전국 대학생 10만명 감소가 예상된다, 공급과 대학 수가 줄어든다. 공공의대 설립 당위성과 지속 가능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재력 과장은 이어 "의대 설립은 재정 확보와 인가 문제가 있다. 지속적 투자와 여건이 조성돼야 가능하다. 서남대 폐교 이후 미래지향적 공공의료정책 방향을 고민하고 교육부 역할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 역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 직무대행(건강정책국장)은 "현재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 의료취약지와 전달체계, 외국사례 및 의료인력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공공의료 역할과 인력 활용은 중요한 숙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자치 의과대학의 경우, 졸업생 68%가 9년간 의무복무 후 지역의료를 책임지고 있다. 기숙사 생활과 교수 면담 등 의대 졸업 후 지역 속으로 가고 있다"고 전하고 "과거 고향 근처에서 진료하고 연구하는 선순환이 지금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권준욱 정책관은 "의료취약지 의사에게 사명감 뿐 아니라 교육과정의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오늘 토론회에서 서울시립대 역할 등 좋은 의견을 주셨다. 복지부는 큰 내용을 담은 밑그림을 완성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플로어 질문에서 남원 주민들은 서남대 폐교 이후 황폐해진 지역경제 실상을 호소하면서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분교 개념으로 지적하는 등 우려감을 보였다.

플로어 질문에 나선 서남의대 교수.
서남의대 주현주 교수는 플로어 질문을 통해 "공공의과대학 설립은 단계적 성숙이 필요하다. 남원지역에서 서울시립대 투자로 공공의과대학 운영 시범사업을 하고, 문제점을 재검토해 보완하는 성숙단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이어 "남원에 의과대학이 설립되더라도 2020년까지 2년간의 공백기로 서남의대 캠퍼스 부지를 방치될 것"이라면서 "남원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왕성한 연구를 하는 기초학 교수들을 위해 서울시와 전북, 남원이 의생명과학 연구소를 운영해 공백기 동안 마중물 역할을 해달라"고 제언했다.

교육부 이재력 과장은 "교육부도 서남의대 고가 기자재가 사장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교수들의 고민을 과제로 안고 연구자료가 훼손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답변했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서남대 폐교 이후 대안을 협의 중인 상태로 빠르면 이달말 구체적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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