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일차의료 강화 해외사례 벤치마킹하자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8-02-28 10:33:29
  • 대한가정의학회 조비룡 정책이사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Primary Health Care; Now More Than Ever'라는 제목으로 World Health Report를 발간했다. 1979년 알마아타(Alma Ata) 선언에서 'Health for All(모든 시민에게 건강을)'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일차의료 강화를 제시한 뒤 30년만에 다시 일차의료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를 전후해 영국을 포함한 많은 OECD 국가도 일차의료 기능을 향상시키는 여러 제도를 재정비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은 트럼프 정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Affordable Care Act(ACA, 일명 오바마케어)를 통해 일차의료 강화 및 활성화가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일차의료 활성화 시도는 여러 선진국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축되고 있는 일차의료를 다시 강화하려는 각 국가들의 몸부림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비전염성질환(NCD, Non communicable disease)과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삶의 질 저하, 의료서비스의 분절화, 신종질환에 대한 빠른 대처 등을 위해서는 일차의료의 본 기능인 의료의 '포괄성, 지속성, 조정성, 접근성'이 절대적으로 확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차의료의 위축은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상황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건강보험통계연보 결과를 보면 전체 건강보험에서 동네의원 비중이 2003년 45.5%에서 2014년 27.5%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차의료 위축은 다양한 원인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일차의료의 본질적인 역할과 가치에 대한 보상의 부족과 이로 인한 병원대비 상대적 역량 위축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차의료의 본질적 가치라고 하면 '적절한 포괄성, 지속성, 조정성, 접근성을 통한 건강증진, 임상예방, 만성질환 관리의 질적 향상'이다. 즉, 일차의료는 국민에게 급성질환은 물론 만성질환에 대해서 근거 중심의 비용-효과적인 관리를 하고, 질병이 없는 사람에게는 질병예방과 더욱더 건강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는 신체적인 것에만 머물지않고 영양, 운동, 스트레스, 공해 등 사회, 환경, 정신적인 것을 포함해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추가로 필요한 상급병원의 서비스나 여러건강 관련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조정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차의료의 기본속성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는다면 일차의료기관들이 본연의 역할을 추구하기 어렵게 되며, 이러한 결과는 기술위주의 병원 대비 질 낮은 의료로 오해받게 된다.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고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적절한 의료비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국외 일차의료 강화 사례는 크게 세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다. 비용-효과적인 일차의료를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국민을 설득하고, 이러한 전달체계에 대한 여러 보상적 장치와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유럽의 선호의사 제도나 미국의 환자중심 메디컬 홈(Patient Centered Medical Home), 책임진료기구(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일차의료가 일차의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일차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지원책이다. 역량강화 지원대상은 일차의료 역할을 지원할 수 있는 정보-전산시스템, 그룹 및 의료팀 진료, 자체적 질 모니터링 및 향상 시스템 도입 등인데 의미있는 사용(Meaningful Use)이라는 명목으로 일차의료의 정보전산 시스템을 지원하고, 임상예방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한 월정액지원제(PMPM, Per member per month)와 같은 새로운 수가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ACA에서는 '복합만성질환의 제대로 된 관리' 일환으로 2015년부터 1인당 1년에 480달러(약 51만8000원)씩 PMPM을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중증도에 따라 차별지원 단계를 늘여 복합성이나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볼수록 보상을 훨씬 더 크게하고 있다. 영국 또한 QOF(Quality outcomes framework)를 통해 임상예방 등 가치로운 일차의료 역할에 대해 추가 지원을 강화하고, 단독 개원보다는 그룹 진료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국민들 또한 근거있고 가치있는 건강증진 행위를 더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개발하고 있다.

국외 일차의료 지원 사례들은 추가 지원한 이상으로 국민 건강 향상과 합병증 발생으로 인한 의료비의 증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최근 부분적으로 발표되는 결과보고들은 이러한 양상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더 이상 늦기 전에 우리나라에 맞는 일차의료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재고하고 그 가치에 대해 좀 더 많은 투자와 제도적인 보장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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