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성형외과의 세계…박성우의 '성형외과노트'[18]
기계보다 정교하게 : 상지
해부학을 배우면 감탄하게 되는 부위가 있으니 바로 '상지(Upper extremity)'다.
상지는 어깨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를 아우르는 해부학적 분류다. 성형외과 영역 중에 수부는 손 선천기형, 힘줄이나 신경손 상, 신경포착증후군 등의 질환을 다루기도 한다.
10개의 손가락으로 강약 조절과 속도 조절로 화려한 선율을 늘어놓는 피아니스트의 손이나, 유려한 곡선으로 최적의 코스를 따라 정교하게 움직이는 운동선수의 팔, 그리고 다채로운 수술 도구를 자유자재로 쓰면서 감각이 발달한 서젼의 손까지.
로봇팔을 시연하는 장면을 관찰하면 달걀을 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반인이라면 아무렇지 않은 작업이지만 깨지기 쉬운 달걀을 알맞은 강도와 적절하게 감싸는 형태로 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손이 얼마나 정교한지 보여주는 일례이다.
손가락과 팔목, 팔꿈치까지 수많은 관절들이 인대와 근육으로 이어져 다채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인대들이 움직이는 동안 서로 꼬이지 않고 매끄럽게 미끄러질 수 있도록 막들이 층층으로 감싸고 있다.
서젼에게 해부학적 지식은 수술을 인도하는 지도와 같다. 하지만 그 지도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지는 않다. 개인마다 차이가 나는 해부학적 변이를 예상하고 암초를 피하듯 알맞은 길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반해 상지의 해부학은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친 인대를 이어주고 때에 따라 다른 선택지로 재건할 때 손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해서 가장 필요한 기능과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하는 기능을 취합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성형외과 전문의 시험에 필수항목으로 들어가는 것이 상지이다. 6권으로 이루어진 교과서에도 오롯이 한 권이 수부상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된다.
하지만 정작 수부상지 수술을 접할 수 있는 병원은 몇몇 수부전문병원에 집중되어 있다. 수련하는 동안 손과 팔에 생긴 암을 재건하는 수술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수부 수술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접합수술이나 인대 재건수술은 본 적이 없다.
수부 전문을 표방하려면 손가락이나 팔목이 잘린 환자들이 왔을 때 바로 접합수술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대형병원처럼 정해진 수술 일정도 몇 개월씩 밀리는데 언제 올지 모르는 수지접합 수술을 감당할 시설과 인력에 여력이 없다.
선배들은 본원에서 수지접합을 했으면 지금도 잠을 못 자는데 아예 한숨도 못 잘 거라고 얘기했다. 어쩌면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얼굴이나 가슴에 비해 손은 덜 매력적이어서가 아닐까.
성형외과도 의학 내에서는 특수한 분야인데 그 안에서도 더 특수한 분야가 수부상지인 것 같다.
수부상지의 다양한 사례
수부의 전통 강자이자 수부 수술을 보고 싶으면 찾아야 한다는 광명 성애병원의 4년차 전공의 선생님 세 분과 인터뷰를 했다. 1년 내내 손과 팔만 보신다고 해서 반대로 아산병원에 다른 재건수술을 참관하러 파견 오는 인연 덕분에 이렇게 이어졌다.
나 : 제일 궁금한 것은 수부접합 수술이에요. 바깥에서 보기에는 수부 수술의 꽃처럼 보이거든요. 한 달에 보통 몇 건 정도 수술이 있나요 ?
광명성애A : 한 달에 몇 건이 아니라 하루에 한 건 이상이라고 봐야 해.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이 다 수부 환자니 손가락이 잘려서 오는 환자들은 매일 있고 팔이 잘려서 오는 환자들도 한 달에 꽤 있어.
나 : 무시무시하네요. 그럼 환자들이 올 때마다 바로 응급 수술을 하나요?
광명성애B : 응. 바로 해야지. 근데 수부 수술은 전신 마취가 필요하지 않아서 다른 부위에 외상이 없으면 바로 국소마취만 해서 수술이 가능해. 보통 당직 서는 고연차 1명이랑 당직 교수님이랑 둘이서 하는데 사실 어시스트가 많이 필요하진 않아서 아산병원처럼 한 번에 서너 명이 수술에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돼.
나 : 그나마 다행이네요. 수술 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
광명성애C : 손가락 하나 접합하는 데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보면 돼요. 동맥, 정맥 다 이어주고 힘줄 이어주고 뼈 고정하고 피부까지 꿰매는데 그 정도 걸리는데, 환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손가락 하나만 잘 리면 1시간 반이지만 양쪽 손가락이 모두 잘리면 반나절 넘게 걸리는 거죠.
나 : 복불복이네요. 당직 때 찾아온 환자가 손가락 몇 개 잘렸는지에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스크럽 들어간다거나 아예 꼴딱 밤을 새겠어요. 손가락 접합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 울혈이 와서 거머리를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광명성애B : 아니지. 보통 문제 있는 경우만 쓰는데 병동에 많으면 5명, 적으면 1~2명 정도 거머리 물리는 환자들이 있어. 물릴 때도 손가락 끝 같은 경우 잠깐 물렸다가 바로 떼고 그래야 해. 거머리가 피를 너무 많이 빨아버리면 반대로 동맥 순환이 안 되니깐 플랩 색깔 보면서 잠깐 물렸다가 떼고 붙이고 하지.
나 : 저희랑 정말 다르네요. 저희는 다리나 몸통 재건할 때 플랩을크게 만들어서 덮었다가 울혈이 오면 거머리가 통통해질때까지 계속 물려놓거든요. 때에 따라서는 한꺼번 에 3마리 이상 물려 놓기도 해요.
광명성애C : 손가락 접합은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돼요. 그렇게 했다가는 거머리 때문에 플랩이 죽어서 실패하거든요. 계속 감시하면서 뗐다 붙였다 합니다.
나 : 혹시 기억에 남는 환자들이 있을까요?
광명성애A : 요르단에서 온 3세 아이가 있었는데 집에서 양고기 가는 기계에 손이 들어가서 완전 으스러져서 온 적 있었어. 소위 대박 환자지. T자 형태로 되어 있는 기계였는데 한쪽에 고기를 넣으면 안에 톱날로 으깨져서 나오는 기계였거든. 근데 그 기계에다가 애기가 손을 넣었던 거야. 그래서 병원에는 기계에 손이 끼인 채로 T자 원통을 아예 떼어내서 가지고 왔었어. 그 기계를 조심스럽게 해체해서 끼인손가락과 손바닥을 다 뺐는데 손가락은 아예 다 으스러졌지.
나 : 말만 들어도 끔찍하네요.
광명성애B : 그냥 잘리면 다행인데 그라인더처럼 갈리니깐 손가락은 이미 관절마다 다 으스러져서 접합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그게 손목까지 말려들어갔지. 어떻게든 엄지손가락만이 라도 살려보려고 접합을 하긴 했는데 결국에는 혈관도 정상일 리가 없으니 괴사했어. 그나마 손바닥만 일부 살아서 그 상태로 아물었지.
광명성애C : 더블 레벨(Double level) 절단 환자들도 있어요.
나 : 그건 뭔가요 ?
광명성애C " 절단하는 기계에 손가락이 두 번 잘리는 손상이에요. 먼 쪽에서 한 번, 가까운 쪽에서 한 번. 그렇게 잘려서 세 토막 나서 오는 환자들 가끔 있어요. 빠르게 회전하는 절단기에 손을 다쳐서 손가락 4개가 다 잘려서 온 환자가 한 번 있었어요. 그런 경우 접합을 손가락마다 2번씩 총 8번이 필요하죠.
나 : 정말 신세계네요. 손가락은 다 살았나요?
광명성애B : 그때 두 번째 손가락은 손상이 너무 심해서 살리지 못하고 가운데 손가락으로 두 번째를 만들어주고 나머지 손가락은 모두 살았지. 옆에서 지켜보는데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나 :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죠?
광명성애A : 물론 그런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날카로운 칼에 베이거나 아니면 육절기라고 해서 대패삽겹살 만들 때 쓰는 기계 같은 곳에 손가락 끝이 잘려서 오는 경우가 많지. 물론 공장에서 압축기에 손이 눌려서 오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때는 거의 못 살린다고 봐야 해.
광명성애C : 그냥 일반 환자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수근관 증후군 환자들이나 뒤퓌트랑 환자들도 많죠. 압박받은 신경 풀어주거나 구축된 힘줄 풀어서 기능 회복하는 수술들도 거의 매일 해요. 교과서에 나오는 손 환자들은 거의 다 보는 것 같아요.
나 : 새삼 존경스럽네요. 아무래도 자극적인 사례들 덕분에 확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많은 얘기를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모두 훌륭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해부학을 배우면 감탄하게 되는 부위가 있으니 바로 '상지(Upper extremity)'다.
상지는 어깨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를 아우르는 해부학적 분류다. 성형외과 영역 중에 수부는 손 선천기형, 힘줄이나 신경손 상, 신경포착증후군 등의 질환을 다루기도 한다.
10개의 손가락으로 강약 조절과 속도 조절로 화려한 선율을 늘어놓는 피아니스트의 손이나, 유려한 곡선으로 최적의 코스를 따라 정교하게 움직이는 운동선수의 팔, 그리고 다채로운 수술 도구를 자유자재로 쓰면서 감각이 발달한 서젼의 손까지.
로봇팔을 시연하는 장면을 관찰하면 달걀을 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반인이라면 아무렇지 않은 작업이지만 깨지기 쉬운 달걀을 알맞은 강도와 적절하게 감싸는 형태로 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손이 얼마나 정교한지 보여주는 일례이다.
손가락과 팔목, 팔꿈치까지 수많은 관절들이 인대와 근육으로 이어져 다채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인대들이 움직이는 동안 서로 꼬이지 않고 매끄럽게 미끄러질 수 있도록 막들이 층층으로 감싸고 있다.
서젼에게 해부학적 지식은 수술을 인도하는 지도와 같다. 하지만 그 지도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지는 않다. 개인마다 차이가 나는 해부학적 변이를 예상하고 암초를 피하듯 알맞은 길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반해 상지의 해부학은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친 인대를 이어주고 때에 따라 다른 선택지로 재건할 때 손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해서 가장 필요한 기능과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하는 기능을 취합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성형외과 전문의 시험에 필수항목으로 들어가는 것이 상지이다. 6권으로 이루어진 교과서에도 오롯이 한 권이 수부상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된다.
하지만 정작 수부상지 수술을 접할 수 있는 병원은 몇몇 수부전문병원에 집중되어 있다. 수련하는 동안 손과 팔에 생긴 암을 재건하는 수술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수부 수술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접합수술이나 인대 재건수술은 본 적이 없다.
수부 전문을 표방하려면 손가락이나 팔목이 잘린 환자들이 왔을 때 바로 접합수술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대형병원처럼 정해진 수술 일정도 몇 개월씩 밀리는데 언제 올지 모르는 수지접합 수술을 감당할 시설과 인력에 여력이 없다.
선배들은 본원에서 수지접합을 했으면 지금도 잠을 못 자는데 아예 한숨도 못 잘 거라고 얘기했다. 어쩌면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얼굴이나 가슴에 비해 손은 덜 매력적이어서가 아닐까.
성형외과도 의학 내에서는 특수한 분야인데 그 안에서도 더 특수한 분야가 수부상지인 것 같다.
수부상지의 다양한 사례
수부의 전통 강자이자 수부 수술을 보고 싶으면 찾아야 한다는 광명 성애병원의 4년차 전공의 선생님 세 분과 인터뷰를 했다. 1년 내내 손과 팔만 보신다고 해서 반대로 아산병원에 다른 재건수술을 참관하러 파견 오는 인연 덕분에 이렇게 이어졌다.
나 : 제일 궁금한 것은 수부접합 수술이에요. 바깥에서 보기에는 수부 수술의 꽃처럼 보이거든요. 한 달에 보통 몇 건 정도 수술이 있나요 ?
광명성애A : 한 달에 몇 건이 아니라 하루에 한 건 이상이라고 봐야 해.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이 다 수부 환자니 손가락이 잘려서 오는 환자들은 매일 있고 팔이 잘려서 오는 환자들도 한 달에 꽤 있어.
나 : 무시무시하네요. 그럼 환자들이 올 때마다 바로 응급 수술을 하나요?
광명성애B : 응. 바로 해야지. 근데 수부 수술은 전신 마취가 필요하지 않아서 다른 부위에 외상이 없으면 바로 국소마취만 해서 수술이 가능해. 보통 당직 서는 고연차 1명이랑 당직 교수님이랑 둘이서 하는데 사실 어시스트가 많이 필요하진 않아서 아산병원처럼 한 번에 서너 명이 수술에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돼.
나 : 그나마 다행이네요. 수술 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
광명성애C : 손가락 하나 접합하는 데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보면 돼요. 동맥, 정맥 다 이어주고 힘줄 이어주고 뼈 고정하고 피부까지 꿰매는데 그 정도 걸리는데, 환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손가락 하나만 잘 리면 1시간 반이지만 양쪽 손가락이 모두 잘리면 반나절 넘게 걸리는 거죠.
나 : 복불복이네요. 당직 때 찾아온 환자가 손가락 몇 개 잘렸는지에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스크럽 들어간다거나 아예 꼴딱 밤을 새겠어요. 손가락 접합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 울혈이 와서 거머리를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광명성애B : 아니지. 보통 문제 있는 경우만 쓰는데 병동에 많으면 5명, 적으면 1~2명 정도 거머리 물리는 환자들이 있어. 물릴 때도 손가락 끝 같은 경우 잠깐 물렸다가 바로 떼고 그래야 해. 거머리가 피를 너무 많이 빨아버리면 반대로 동맥 순환이 안 되니깐 플랩 색깔 보면서 잠깐 물렸다가 떼고 붙이고 하지.
나 : 저희랑 정말 다르네요. 저희는 다리나 몸통 재건할 때 플랩을크게 만들어서 덮었다가 울혈이 오면 거머리가 통통해질때까지 계속 물려놓거든요. 때에 따라서는 한꺼번 에 3마리 이상 물려 놓기도 해요.
광명성애C : 손가락 접합은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돼요. 그렇게 했다가는 거머리 때문에 플랩이 죽어서 실패하거든요. 계속 감시하면서 뗐다 붙였다 합니다.
나 : 혹시 기억에 남는 환자들이 있을까요?
광명성애A : 요르단에서 온 3세 아이가 있었는데 집에서 양고기 가는 기계에 손이 들어가서 완전 으스러져서 온 적 있었어. 소위 대박 환자지. T자 형태로 되어 있는 기계였는데 한쪽에 고기를 넣으면 안에 톱날로 으깨져서 나오는 기계였거든. 근데 그 기계에다가 애기가 손을 넣었던 거야. 그래서 병원에는 기계에 손이 끼인 채로 T자 원통을 아예 떼어내서 가지고 왔었어. 그 기계를 조심스럽게 해체해서 끼인손가락과 손바닥을 다 뺐는데 손가락은 아예 다 으스러졌지.
나 : 말만 들어도 끔찍하네요.
광명성애B : 그냥 잘리면 다행인데 그라인더처럼 갈리니깐 손가락은 이미 관절마다 다 으스러져서 접합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그게 손목까지 말려들어갔지. 어떻게든 엄지손가락만이 라도 살려보려고 접합을 하긴 했는데 결국에는 혈관도 정상일 리가 없으니 괴사했어. 그나마 손바닥만 일부 살아서 그 상태로 아물었지.
광명성애C : 더블 레벨(Double level) 절단 환자들도 있어요.
나 : 그건 뭔가요 ?
광명성애C " 절단하는 기계에 손가락이 두 번 잘리는 손상이에요. 먼 쪽에서 한 번, 가까운 쪽에서 한 번. 그렇게 잘려서 세 토막 나서 오는 환자들 가끔 있어요. 빠르게 회전하는 절단기에 손을 다쳐서 손가락 4개가 다 잘려서 온 환자가 한 번 있었어요. 그런 경우 접합을 손가락마다 2번씩 총 8번이 필요하죠.
나 : 정말 신세계네요. 손가락은 다 살았나요?
광명성애B : 그때 두 번째 손가락은 손상이 너무 심해서 살리지 못하고 가운데 손가락으로 두 번째를 만들어주고 나머지 손가락은 모두 살았지. 옆에서 지켜보는데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나 :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죠?
광명성애A : 물론 그런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날카로운 칼에 베이거나 아니면 육절기라고 해서 대패삽겹살 만들 때 쓰는 기계 같은 곳에 손가락 끝이 잘려서 오는 경우가 많지. 물론 공장에서 압축기에 손이 눌려서 오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때는 거의 못 살린다고 봐야 해.
광명성애C : 그냥 일반 환자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수근관 증후군 환자들이나 뒤퓌트랑 환자들도 많죠. 압박받은 신경 풀어주거나 구축된 힘줄 풀어서 기능 회복하는 수술들도 거의 매일 해요. 교과서에 나오는 손 환자들은 거의 다 보는 것 같아요.
나 : 새삼 존경스럽네요. 아무래도 자극적인 사례들 덕분에 확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많은 얘기를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모두 훌륭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