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변상미
발행날짜: 2019-04-07 16:00:59
  • 변상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정책국장



의학과 정책의 공통점은 '객관적 판단의 집결'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실습을 시작한 지 이제 7주차이지만, 수많은 판단이 짧은 시간 내에 오차 없이 결정돼야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순전히 학문적 열망에서 시작한 의학공부와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협회 (이하 의대협) 정책국 활동은 의외로 감정선 여린 나를 이성적인 사람으로 담금질하는 시간이었다.

또한 작년에는 교내 테니스동아리 회장으로서 다른 사람이 부여하는 역할들 속에서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그려내는 연습을 했다. 그 중 새로운 테니스규칙을 만들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새로운 테니스규칙이 필요했던 이유는 의학전문대학원 체육대회 종목에 테니스를 포함시키기 위해서였다. 기존 종목인 농구, 축구, 발야구와 달리 테니스는 규칙과 기본자세를 익히는데 시간투자가 꽤나 필요한 운동이다. 만약 대회 종목으로 채택되더라도 주로 테니스동아리 소속 학생이 참가해 우승할 확률이 높고, 이는 학생 전원이 참여하는 체육대회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년에는 학년별 대항으로 테니스 시합을 했다. 우선 학생회에서 체육대회 일정을 조율하면서 잉여시간이 예상됐고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결국 우리 동아리 측에 제안이 들어왔고,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으나 흔쾌히 수락했다. 테니스는 남녀 혼합복식이 가능하고, 네트경기라서 부상이 적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 방식을 변경해서라도 종목에 포함된다면 테니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고, 호응을 얻어 자리잡는다면 내후년쯤에는 정식규칙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래서 3월 훈련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했던 테니스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테니스경기를 구상했다.

승패 없이 테니스 공과 친해지려고 했던 놀이를 점수화하는 경기로 만들자니,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서브방식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새로운 경기방식에 맞는 득점 인정과 반칙 상황을 예상하고 정확히 계산해야 했다.

애초부터 경기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가 필수조건이므로 동아리 동기들과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촬영해 경기규칙과 함께 배포했다. 또한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수많은 검토 끝에 경기 흐름과 규칙에 대한 일관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체육대회에서 테니스를 치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시행하기까지 두 가지만 고려했다. 테니스를 즐기게 하자는 목표와 이에 대한 합의이다. 그 외 발생한 문제는 원인을 찾아내어 해결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다른 방안으로 바꾸었다. 또한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심판 및 선수 선별방식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방향성만 있을 뿐 정답은 없었고, 상황과 맥락에 맞는 타당한 판단 하에 결정하려고 노력했다.

정책 적용 대상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료정책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정책국원으로서 과제가 주어지면 이슈에 대한 해결책보다 배경을 먼저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당장의 포트폴리오와 발표준비 그리고 시험이 더 이상의 생각은 죄책감을 느끼게 하지만… 모두 잘 해결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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