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공정경쟁규약' 개정 착수…실효성은 "글쎄"

정희석
발행날짜: 2019-06-03 06:00:38
  • 의료기기산업협회, 교육·훈련 횟수 작성 등 양식 신설
    '보여주기 식' 자정노력 비판 제기…"윤리위 조직 개선부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이하 협회)가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응답했다.

의료기기업체와 의료인 사이의 불법적인 리베이트 관행이 여실히 드러나고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자 협회 자율규약인 공정경쟁규약 개정안 마련에 나선 것.

협회는 윤리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회원사 의견을 취합하는 등 현행 공정경쟁규약 문제점을 점검해 개선방안을 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에 따르면, 윤리위는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 심의신청서 접수 시 필수 제출서류에 체크리스트 양식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회원사를 대상으로 공정경쟁규약 심의사례를 공유하고, 심의 내부지침·규약 및 Q&A를 담은 안내서를 발간·배포해 윤리경영 인식 제고에도 힘쓰기로 했다.

이 가운데 심의신청서 제출서류 ‘체크리스트 양식’ 신설은 눈여겨봐야할 대목.

소위 ‘리베이트성 허가’로 불리며 수입품목 허가를 받은 후 국내 시판 전까지 의사들의 국외 교육·훈련을 목적으로 항공료·숙박·식대 등 출장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규약 개정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일부 다국적기업 사례를 일정부분 예방하고자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의료기기 국외 교육·훈련의 경우 사업자의 자가 점검과 심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심의신청서 제출 시 해당 교육·훈련에 대한 ▲신제품 유무 ▲허가등급 ▲제품교육 횟수 등 체크리스트를 작성·제출토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협회 윤리위원회는 공정경쟁규약 개정을 위한 회원사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협회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을 두고 실질적인 개선책이 아닌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협회 한 관계자는 “협회 윤리위원회가 국외 교육·훈련 체크리스트를 신설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가령 제품교육 횟수를 적으면 몇 회까지 가능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부 다국적기업들의 국외 교육·훈련 지원이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 부당한 영업행위와 불법 로비로 이뤄지고 있다”며 “협회가 마련한 심의신청서 양식 신설과 교육 강화로는 실질적인 공정경쟁규약 개정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상식에 준하는 제품교육 횟수 등 명확한 한도를 정하고 만약 규약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명시적 처벌근거를 제시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협회 윤리위 조직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리위 회원사 대부분이 다국적기업인 현실에서 일부 이해당사자들이 영업행위 위축을 이유로 공정경쟁규약 개정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협회 내부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내부외적으로 윤리위의 수입사·제조사 참여비율을 높이고 부위원장 교체 요구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며 “협회의 보여주기 식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은 내부 저항에 부딪쳐 자정 노력에 실패한 결과물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윤리위 조직 구성과 운영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실효성 있는 공정경쟁규약 개정을 기대할 수 있다”며 “협회가 이러한 자정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복지부·공정위 개입을 통한 규약 심의 수행기관을 변경하거나 다변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협회 전영철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장은 “언론 보도 등으로 일부 의료기기업체의 잘못된 행위가 드러나는 등 학술목적이어야 할 해외 교육·훈련이 영업사원들의 일탈행위로 변질된 사례가 적발됐다”며 “업계의 자정적인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기기업체 최고경영자는 공정경쟁규약을 준수하려는 태도가 중요하고, 잘못된 점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며 공정경쟁규약·법령 등을 지켜야한다는 의지 또한 확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협회 공정경쟁규약 개정과 함께 의료기기업체는 영업·마케팅 직원을 대상으로 내부교육을 강화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운영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협회 김영민 윤리위원장 역시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유통질서 확립은 업계 스스로가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윤리경영 인식이 선행돼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의료기기 공정경쟁규약, 공정거래법, 리베이트 쌍벌제,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의무화 등 관련 법령·제도를 정기적으로 업계에 전파·교육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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