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험약제과장 출신 복지부 류양지 과장 돌연 사직

이창진
발행날짜: 2019-08-05 06:00:57
  • 당찬 성격 20년 공직 마무리…2011년 리베이트 연동제·약가인하 주도
    대형로펌 율촌행 유력…공무원들 당혹 "선택 존중, 잘되길 기원"

보험약제과장을 역임한 보건복지부 현직 과장이 이례적으로 중도 사직했다.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에 의해 심사결과를 봐야 하나, 제약산업 등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하는 대형로펌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높다.

류양지 전 과장.
4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류양지 사회서비스정책과장(53)이 얼마 전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지난 2일부로 사직서가 수리되면서 20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했다.

류양지 과장의 중도 사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복지부 과장급 이하 현직 공무원들의 사퇴가 처음은 아니나, 행정고시 출신으로 보건의료 부서장을 역임한 소위 재원이라고 불리던 과장의 중도 사퇴라는 점에서 세종청사 내부도 의아해하는 모습이다.

류양지 과장은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1999년 행정고시 42회로 여성가족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08년 복지부와 통합으로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근무한 후 복지부에 남아있는 여성부 출신 몇 안 되는 공무원이다.

행시 동기보다 2~3살 많은 늦깎이 공무원 출신인 류 과장은 복지부 계동청사 시절 2010년 11월부터 2012년까지 보험약제과장을 역임했다.

당시 그는 리베이트-약가연동제와 복제의약품 약가 일괄인하 등 약가정책 대변화를 주도하며 제약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류양지 과장의 사직서 제출 소식을 접한 많은 복지부 공무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20년 공직 생활을 들여다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류양지 과장은 여성가족부에서 소위 잘나가던 공무원으로 복지부와 통합 전 이미 과장이었다. 2008년 이후 복지부에 근무하면서 2019년 8월까지 10년 훌쩍 넘은 시간 동안 역시 직책은 과장이다.

공무원 생활 20년 동안 5급 사무관으로 시작해 4급인 서기관에 머문 특이한 사례이다.

직급과 직책만으로 그의 사퇴 이유를 단정하긴 힘들지만, 당차고 쾌활한 성격인 류양지 과장의 공직 생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012년 보험약제과장 이후 정신건강정책과장, 창조행정담당관,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 사회보장조정과장 그리고 사회서비스정책과장 등 7년 가까이 사실상 총무와 복지 부서를 돌았다.

이제 관심은 류양지 과장의 퇴임 후 행보이다.

그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대형로펌 법무법인 율촌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율촌에는 유영학 전 복지부 차관과 최희주 전 실장 등이 고문으로 있다. 최철수 전 심평원 실장도 같은 배 고문 역할을 맡고 있다.

복지부 관료 출신의 대형로펌 행은 최근 5년 전후 가속화됐다.

법무법인 광장에 임채민 전 복지부 장관과 손건익 전 복지부 차관이 고문으로 재직 중이며, 한영섭 전 식약처 국장과 변영식 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상무 등이 수석전문위원으로 영입되며 제약업계 대관핵심인 약가팀을 공고히 했다.

최대 로펌으로 평가받은 김앤장은 이경호 전 복지부 차관과 전만복 및 박용현 전 복지부 실장 등을 고문으로, 김인범과 양준호, 장영욱, 편웅범, 구자중, 노양래, 이동하 등 식약처 과장과 사무관, 연구관을 대거 영입했다.

앞서 김앤장은 변호사 출신인 김성태 전 복지부 사무관을 영입하며 제약 관련 소송팀을 전방위로 구축했다.

복지부를 사직한 류양지 전 과장도 이들과 같은 행보 가능성이 높다.

인사혁신처의 심사가 남아 있으나, 보험약제과장직은 이미 7년 전 업무로 5년 이내 동일업무 불가라는 공직자윤리 규정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현직 과장이 중도 사직하면서 변화된 관료사회를 보여줬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최근 대형로펌 중심으로 제2 인생을 바꾸고 있다.
류양지 전 과장의 복지부 행정고시 42회 동기는 남점순 혁신행정담당관, 장호연 부이사관(파견), 권병기 장애인정책과장, 김현숙 요양보험제도과장, 현수엽 보육정책과장 등이다.

복지부 출신 로펌 관계자는 "복지부 현직 과장의 중도 사직은 이외이다. 류 과장 남편이 변호사 출신으로 경제적 이유는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밖으로 나와 보면 현직의 위상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현실은 먹고 먹히는 야생"이라고 조언했다.

류양지 과장 행시 동기인 복지부 과장은 "동기들이 얼마 전 환송회를 가졌다. 모든 결정은 자신이 하고, 결과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동기들 모두 류양지 과장의 선택을 존중하며 잘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며 그의 선택을 응원했다.

복지부 현직 과장의 중도 사퇴와 대형로펌 이직 등이 관료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류양지 과장의 향후 행보에 보건의료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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