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사출신 사무관 30대 입사해 50대 국장 단다

이창진
발행날짜: 2019-10-08 05:30:56
  • 분석과장급 70% 고시 출신…사무관에서 국장까지 21년 3개월
    7급 주무관 약사 출신 국장까지 34년…복지부 "능력 중심 인사 개선 검토"

보건복지부에 30대 중반 전문의 취득 후 특채로 입사한 의사 출신 보건사무관이 20년이 지난 50대 중반이 돼야 국장 승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7급 주무관으로 시작하는 약사의 경우, 사무관을 거쳐 국장까지 정년을 앞둔 3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보건복지부 본부 인사 승진 원칙과 직급별 한 단계 승진까지 평균 기간' 국정감사 제출자료 분석결과, 의사 출신 보건사무관이 일반직 고위공무원(국장급) 승진까지 평균 21년 4개월이 소요됐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복지부 과장급 70%이 행정고시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별 평균 승진기간을 살펴보면, 의사 출신이 특채로 보건사무관(5급)으로 입사해 서기관 승진까지 8년 9개월이, 서기관에서 부이사관까지 9년 12개월이, 부이사관에서 일반직 고위공무원까지 2년 7개월이 각각 걸렸다.

복지부에 7급 주무관으로 입사하는 약사의 경우, 7급 주무관에서 6급 주무관까지 5년, 6급 주무관에서 5급 사무관 7년 11개월을 추가해 서기관과 부이사관을 거쳐 일반직 고위공무원 승진까지 평균 34년 3개월이 소요됐다.

30대 중반 전문의 취득 후 복지부에 입사한 보건사무관과 20대 중반(약대 4년제 기준) 약사 면허 취득 후 입사한 약무직 주무관 모두 정년(60세)을 앞둔 50대 중후반이 돼야 국장직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비고시(의사, 약사 포함) 출신과 행정고시 출신 모두 합산한 결과로 복지부 특성이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9월 현재, 복지부 본부는 총 848명이 근무 중이며 이중 남성 422명, 여성 426명이다.

행정고시 출신은 204명이고, 비고시 출신은 644명으로 고시 출신 공무원보다 3배 이상 많다.

규제 중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고시 주무관 출신의 사무관 승진 기간을 비롯해 서기관과 부이사관, 일반직 고위공무원 등 직급별 계류 기간이 복지부보다 상대적으로 짧다.

반면,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의 경우, 비고시 출신 주무관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7급 주무관이 사무관으로 승진하는 기간이 빠르나 행정고시 출신이 다수 포진된 만큼 서기관과 부이사관, 일반직 고위공무원까지 인사 적체가 가속되고 있다.

규제와 정책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지부는 이들 중앙부처 사이에 끼여 비고시 출신의 사무관 승진 그리고 사무관의 국장 승진 모두 지연되는 문제점이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근무성적과 능력, 경력, 전공분야, 인품 및 적성 등을 고려해 인사 승진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장차관을 보좌하는 4명의 실장. 왼쪽부터 강도태 실장과 노홍인 실장, 배병준 실장, 양성일 실장.
복지부 인사 적체는 비고시와 행정고시 출신 모두에게 인내를 요구하는 고통인 셈이다.

중앙부처 인사 시스템 개선은 인사권자인 장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사과(과장 진영주) 관계자는 "복지부 직급별 승진기간이 경제부처나 처·청 등에 비해 긴 것이 사실이다. 장차관 모두 비고시 출신 능력 있는 공무원에게 승진 기회를 우선적으로 준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상시적인 개선된 인사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정무직인 장차관을 제외하고 강도태 기획조정실장(행시 35회, 고려대 무역학과)과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행시 37회, 충남대 행정학과), 배병준 사회정책실장(행시 32회, 고려대 사회학과), 양성일 인구정책실장(행시 35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등 4명의 행정고시 출신 실장이 보좌하고 있다.

과장급 이상 104명 중 행정고시 출신(행시 32회부터 행시 49회까지)이 70명으로 67%를 차지한다.

이중 무보직 서기관이 24명으로 힘들게 50대에 서기관이 된 비고시 출신과 9년이 걸려 사무관에서 서기관으로 한 단계 올라 선 행정고시 모두 무한 경쟁인 상황이다.

복지부 본부의 의사 출신 과장급 이상은 4명에 불과하다.

국장급인 권준욱 대변인(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전문의)을 필두로 손영래 예비급여과장(부이사관, 서울의대)과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서기관,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전문의) 그리고 스위스 WHO 파견된 정통령 과장(서기관,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전문의) 등이다.

의사 출신 사무관은 의료자원정책과 임영실 보건사무관(건양의대, 가정의학과 전문의), 보험급여과 이동우 보건사무관(연세의대, 신경과 전문의), 공공의료정책과 전은정 보건사무관(경북의대, 예방의학과 전문의), 질병정책과 정율원 보건사무관(이화의대, 예방의학과 전문의) 등이 배치되어 있다.

복지부는 인사 적체 개선 관련, 비고시 출신 능력 있는 공무원 승진 등 인사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건강정책과 이정우 보건사무관(이화의대, 내과 전문의), 생명윤리정책과 김보람 보건사무관(연세의대, 가정의학과 전문의), 보건의료기술개발과 배홍철 보건사무관(한양의대, 예방의학과 전문의), 구강정책과 조영대 보건사무관(연세의대, 가정의학과-예방의학과 전문의), 자살예방정책과 김은나 보건사무관(충남의대, 예방의학과 전문의), 예비급여과 박동희 보건사무관(조선의대, 내과 전문의, 변호사) 등이 보건부서에 맹활약 중이다.

약사 출신 과장급 이상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서기관)과 정은영 보건의료기술과장(부이사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서기관) 등 3명이며, 과장급 이하도 3명이 배치되어 있다.

보건의료인 출신 한 공무원은 "전문직으로 공무원 생활이 녹록치 않다. 행정고시 출신조차 치열한 내부경쟁 상황에서 승진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하다"면서 "전문직 후배들에게 복지부 입사를 권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의사 출신과 약사 출신 복지부 공무원 모두 전문직을 내려놓고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과 스스럼없이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정책에 있어 확실한 성과를 보여야만 한 단계 승진할 수 있는 바늘구멍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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