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신체억제 낙상사고 우려보다 인간존엄이 먼저다"

이창진
발행날짜: 2019-12-10 05:45:56
  • 일본 재활 거장 하마무라 원장 "1980년대 넥타이 환자 유럽 재활에 충격"
    만성기의료협회 일본 연수 현지특강 "당신 부모라면 신체억제·학대 하겠나"

"의료변화 요인 핵심은 고령화와 치매다. 한국의 2019년은 일본의 1990년대 수준으로 약 25년 전 모습이다. 신체가 자유롭기 못한 고령자가 증가해 재활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고쿠라재활병원 하마무라 아키노리 명예원장(72, 재활의학과 전문의)은 지난 6일 한국만성기의료협회(회장 김덕진, 창원 희연요양병원 이사장) 주최 일본병원 현지연수 특강을 통해 일본 요양재활병원 40년 발전과정을 2시간 동안 진솔하게 발표했다.

일본 재활의학계 거장인 하마무라 명예병원장은 지난 6일 일본 고쿠라재활병원에서 만성기의료협회 주최 일본 연수단을 위해 특강을 했다. 그는 한국 연수단을 감안해 모든 발표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배려를 보였다.
하마무라 명예원장은 1980년대 신체구속과 기능회복에 머문 일본의 재활케어 개념을 '생활 속 재활'과 '지역 사회 재활' 등 획기적으로 바꾼 일본 재활의학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 주최 일본병원 현지연수를 동행 취재한 메디칼타임즈는 하마무라 명예원장 특강 중 한국 의료계에 시사하는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그는 일본의 고령화를 전제로 한국의 25년 후 모습을 전망했다.

앞으로 75세 이상 고령자가 급증하고, 고령화 진행에 따른 치매(인지증) 환자, 65세 이상 독거 및 부부가구 그리고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및 국민연금 부담재정 등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마무리 원장의 화두는 분명했다. 고령사회 의료계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1980년대 간이화장실을 병실에 놓은 일본 병원들 모습.
1980~1990년대 일본 요양병원 수는 증가했고, 입원한 노인환자 신체구속과 와상, 욕창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당시 재활의학과 하마무라 전문의는 '재활=기능회복훈련'이라는 인식을 탈피해 '재활은 다시 생활을 되찾는 것', '일어나서 평범하게 생활하는 재활', '지역에서 지원하는 재활' 등으로 인식을 바꿔 실천했다.

데이케어 프로그램과 방문간호, 데이케어 체조, 데이케어 여행 및 지역재활 활동 등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를 활동하는 환자로 인식을 전환하며 일본 의료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가 인식을 바뀐 계기는 1980년대 수 십 차례 유럽 여러 국가 병원 시찰을 통한 체험이다.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든 스위스와 영국은 입원 환자복이 아닌 넥타이를 한 고령 환자 재활과 주간은 앉아서 생활하는 재활병동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하마무라 병원장이 1980년대 유럽 출장으로 선진화된 재활 모습을 보고 충격받은 사진들.
치매환자를 위한 영국 데이케어와 덴마크 Activity 센터는 동네 어디서나 있고, 의료진(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이 ‘맨 투 맨’으로 환자를 대동했다.

특히 치매 노인환자를 어린아이 취급하며 소꿉놀이를 한 일본 치료프로그램과 달리, 그림 그리기 등 어른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존중하며 소중히 여기는 생활 속 재활,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 주택과 지역케어까지 실행했다.

한국 보건복지부에서 올해 시작한 보건의료와 복지를 연계한 커뮤니티케어(지역돌봄) 시범사업이 40년 이전 유럽에서, 이를 벤치마킹한 일본은 30년 이전 시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매김한 셈이다.

하마무라 원장은 고쿠라병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인간존엄'을 모터로 병실에 있던 간이 화장실을 없애고 다닥다닥 붙어있던 병실을 다용도실과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배려한 재활체계 입각한 환자중심으로 대폭 개편했다.

고쿠라병원 전 직원 설문 결과를 공개하며 의료진을 설득한 내용.
한국 의료계가 주목할 사례는 또 있다.

의료진을 포함한 전 직원 무기명 설문조사를 통해 '본인의 부모에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료 패턴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노인환자 신체구속과 학대, 인격을 경시한 언행, 눕혀놓고 앉혀놓은 목적 없는 훈련 등이 포함됐다.

하마무라 원장은 "기억을 잃어버려도, 인생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라며 인간존엄을 토대로 반발하는 의료진과 직원들을 설득했다.

150병상에 불과한 고쿠라재활병원이 일본의 대표 재활병원으로 거듭나기까지 오너인 하마무라 원장의 인간존엄을 전제한 퇴원 전과 퇴원 후까지 생활 속 환자재활이 무서울 만큼 세심하게 깊이 배어 있다.

재활은 기능 회복이 아닌 생활 속 재활를 실천하는 고쿠라재활병원의 퇴원 전후 지원 활동 모습.
하마무라 원장은 신체구속 탈억제 극복 과정을 묻는 한국 방문단 질의를 한 마디로 정리했다.

"노인환자의 신체억제는 안한다는 사고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느냐. 탈억제에 따른 낙상사고 걱정보다 인간존엄이 먼저다."

명예원장인 그의 소확행은 일 년에 한번 치매환자 등과 여행이다.

물론 이들과 여행에는 의료진이 ‘맨투맨’으로 동행하는 고쿠라재활병원의 노력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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