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의사는 소모품이 아니다

황병우
발행날짜: 2020-03-09 05:45:50
  • 의료경제팀 황병우 기자

지난 주 젊은의사를 관통한 화두 중 하나는 새롭게 임용되는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후보생의 코로나19 현장 투입이다.

정부가 올해 임용되는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와 군의관 입영대상자 중 자원하는 인력을 대구·경북 등 전국 코로나19 현장 대응인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접한 신규 공보의와 군의관 예정자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당장 입영을 앞둔 신규 공보의는 임용 전 중앙직무교육 후 각 지역으로 배치된다는 점만 인지하고 있고, 직접 지원으로 한정하긴 했지만 3일이라는 지원기간동안 '어떻게'라는 방법론은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해당 공보의와 군의관후보생이 우려하는 것은 크게 2가지다. 제대로 된 임용 코스를 거치지 않은데 따른 신분의 불안정성과 이에 따른 지원체계 미비.

취재 중 한 군의관후보생은 "임관을 한 것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상황에서 문제 발생 시 서로 떠넘기기를 할 것이 걱정된다"며 "하지만 관련 사항을 문의했을 때 각 부처가 서로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취재당시 관련내용을 병무청, 국방부, 복지부 등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을 '자신의 소관이 아니다', '논의 중으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급박하게 돌아가는 코로나19 대응 상황 중 담당부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선 통보, 후 논의 과정’을 지켜본 기자입장에선 '마침 공적자원이 생긴 김에 부족한 의료인력을 메운다'는 땜질식 처방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중앙직무교육을 마친 신규 공보의 742명은 배치에 따라 9일부터 의료현장에 투입하게 된다.

한 신규 공보의는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으로 향하지만 '군사교육 대신 파견'이라는 생각에 잠깐 소모하는 인력으로 치부될까 두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742명' 현장에 파견된 신규 공보의 숫자는 4글자로 표현이 끝난다. 하지만 매일 소모되는 마스크와 방호복을 지원하는 것처럼 어디 지역에 몇 개, 또 다른 지역에 몇 개라는 단순한 숫자로 치부할 수 없는 인력이기도 하다.

신규 공보의는 이미 코로나19 현장으로 향했고 대구행을 자처한 군의관 후보생의 지원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당연히 가야한다는 생각"이라는 대구로 향한 여타 의료진과 같은 군의관 후보생의 마음과 열정.

정부가 선택한 신규 공보의와 군의관후보생의 파견이 땜질 처방의 평가를 받지 않고 파견인력의 마음이 소모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제는 그들을 위한 '어떻게'의 방법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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