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마지막 다루는 '법의학'…"죽음을 통해 배운다"

황병우
발행날짜: 2020-06-05 06:00:55
  • 의생탐구①'그것이 알고싶다' 법의학 자문의 유성호 교수
    의대생 후배들에게 전하는 법의학자의 보람과 비전


"의학의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법의학은 가장 마지막 단계에 의학이다. 꼭 필요한 분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의대생들이 소위 '딴 짓'에 대해 고민하면서 임상 외 분야 진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의 연결로 의대생이 주목한 분야는 '법의학'.

법의학 분야에 의대생들이 관심을 보인 이유는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TV프로그램 법자문의 등 활발히 활동 중인 서울의대 유성호 교수가 중심에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는 의대생 단체인 메디컬매버릭스와 함께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를 만나 법의학 진로에 대해 들어봤다.
유성호 교수는 법의학이 의학 중 가장 마지막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법의학자는 50여명정도로 법의학을 접할 기회 자체가 부족한 의대생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어떻게' 법의학을 시작할 수 있는지.

유성호 교수가 의대생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우선 '병리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것. 현재 법의학자의 90%가 병리학과 전문의로 병리학 분야가 법의학에 많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리학과 외에도 진단검사의학과 등 다른 전문의 취득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병리학과 전문의일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유 교수가 미래의 법의학자에게 권하는 전공분야는 영상의학과다.

이미 외국에는 부검을 칼이 아닌 영상으로 하는 게 기준이 된 상황에서 국내도 10년 이내에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법의학 분야에서도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

유성호 교수는 "20~30년 뒤에는 부검행위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고, 부검이 돌아가신 분에게 하기 때문에 해상도를 위해 CT방사선 피폭을 늘리는 등 가능성과 학문적 발전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법의학을 하기 위해 유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의지'다.

"법의학 강의를 듣고 청개구리 같은 생각으로 현 국시원 원장인 이윤성 교수의 방문을 두드렸다"고 밝힌 그는 매년 법의학에 관심 있는 의대생은 나타나지면 최근 10년간 법의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없는 상황을 비춰봤을 때 단순한 관심을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강조했다.
유성호 교수는 미래의 법의학자들에게 영상의학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법의학자의 고충 '죽음'…사회기여 보람도

당연하지만 미래 진로를 꿈꾸는 의대생으로서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은 법의학자로서 고충과 보람. "경제적으로 임상과 보다 페이(급여)가 적다"고 웃으며 솔직한 답변을 건넨 유 교수는 죽음을 다루는데 따른 어려움을 대표적인 고충으로 꼽았다.

그는 "선배나 후배 법의학자를 봤을 때 대부분 죽음을 다루다보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고, 부검을 하다보면 나의 가족과 비슷한 상황,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죽음을 보며 심정적으로 글루미(gloomy)한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고충이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가 토로한 고충은 법의학이 법률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발생하는 법적 분쟁. 가령 부검에 대한 결론을 두고 법정에 가거나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 현실적인 회의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 교수는 부검 후 감정서를 쓸 때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사망자의 사인에 따라서 보험금을 탈 수 있을 때 '내가 조금만 고쳐주면 편의를 봐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결과에 따라 소송까지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돌아가신 분에게는 따듯한 마음을 가지되 부검은 과학적 근거로 정확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유 교수가 법의학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사회적 정의 실현에 도움이 됐을 때다. "법의학이 살인사건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유 교수는 평범한 사람들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부검함으로서 죽음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은 물론 나아가 유가족의 가족력이나 나아가 보험 등 경제적 문제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은 보람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유 교수는 법의학자가 죽음을 접하면서 느끼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와 소통하는 법의학자…"법의학 긍정적 시선 기대한다"

유성호 교수는 법의학자 중 사회와 가장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대에서 유 교수가 실시하는 교양강의는 매번 '수강신청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다.

일반적으로 의대교수가 전체 과를 대상으로 교양강의를 하는 경우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했을 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행보이기도 하다. 이러한 선택과 관련해 유 교수는 현재의 소통이 법의학에 대한 지원으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유 교수는 "법의학자 상당수가 내성적이기도 하고 대부분 국과수 즉, 공직에 있다 보니 사회적 소통이 어렵다"며 "스승인 이윤성 교수님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고 법의학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고 긍정적 시선과 지원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내 대표 법의학자 중 한명인 유성호 교수가 그리는 목표는 정확한 사망시각을 밝힐 수 있는 연구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법의학자가 정확한 사망시각을 밝히는 것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만큼 법의학자의 한명으로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정확한 사망시각 측정은 노벨상에 준하는 파급력이 있다고 본다"며 "평생의 숙제(연구)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제가 한 연구가 받침이 되 궁극적으로 결과가 나오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미래의 법의학자들에게 어려운 길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의미가 있는 분야라는 조언을 건넸다.

"법의학의 향후 전망은 늘 어두웠고. 누군가는 처음 법의학을 한다고 했을 때 왜하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에 기여하고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너무 신비롭고 미스터리하게만 볼 필요 없이 의학자로서 성숙해질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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