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갈등 논할땐가”...질본 청 승격 놓고 전문가들 쓴소리

이창진
발행날짜: 2020-06-09 18:12:38
  • 9일 신현영 의원 주최 토론회 기모란 교수 “부처 실익관계와 갈등 버려야”
    정기석 교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본질...질병관리청 국무총리실로 이관해야

이날 토론회는 주최한 신현영 의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은 방역 전문가들이 10년 전부터 제기한 사항이다. 아무도 관심 없다가 왜 정부조직법안까지 나왔겠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국가의 역할이다."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기모란 교수는 9일 신현영 의원 주최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 청 승격 관련 보건복지부의 조직 확대 논란에 일침을 가했다.

기모란 교수는 패널토의에서 "질본 청 승격과 조직체계를 놓고 질본과 복지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무엇이 중헌디’라는 영화 대사처럼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의 처음도 끝도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어쩌다보니 K-방역이 전 세계 브랜드가 됐다. 솔직히 불안 불안하다. 언제 실체가 드러날지 모른다"면서 "코로나19는 메르스처럼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마라톤에 맞는 의료 인력과 조직 등 할일이 산적되어 있다"고 말했다.

기모란 교수 "K-방역 민낯 보여, 국민 위한 제대로 된 조직 시급"

기모란 교수는 "질본의 청 승격은 국민건강과 안전이라는 목표에 맞게 가야 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가 담당해 육성한다는데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마라톤 경기에서 전문인력 육성과 교육 그리고 지방 대응 조직 논의는 싹 빠지고 청 승격만 논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행안부와 국방부 등 중앙부처 감염 자문 경험을 들면서 "다양한 중앙부처에서 자문 요청을 받았다. 역으로 말하면 감염 전문가 조직이 미약하다는 의미다. 질본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모란 교수는 "외국에서 K-방역 성공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사망자 관련 자료를 왜 안 내놓느냐는 것이다. 한국의 민낯이 보이고 있다"며 "질본은 사망자 역학조사 결과와 재감염자 분석을 할 조직도 전략도 없다. 질본의 청 승격이든, 복지부의 복수차관이든 국민건강 목표로 제대로 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전 질본장을 역임한 한림의대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국무총리 이관을 주장했다.

정기석 교수는 "정부조직법안 핵심은 질본의 전문성과 독립성이다. 복지부 복수차관이 시행되면 결국 보건차관(2차관) 밑에 질병관리청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청장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차관과 청장은 상충될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이 국무총리실 직할로 가야 독립성과 타 부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우)의 플로워 질문 모습. 박 회장 옆에서 토론회 자리를 지킨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행안부와 복지부, 질본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를 의식한 듯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행안부 조직기획과 허영지 서기관은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후 정부조직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개진된 의견을 듣고 부처에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복지부 이선영 혁신행정담당관은 "질본의 청 승격은 보건의료 특성을 반영해 방역관리 체계로 가야 한다. 질본의 인력과 예산 자율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복지부 이관의 전면 재검토 지시로 관련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부처 사이에 끼여있는 질병관리본부는 조심스런 입장 표명에 그쳤다.

기획조정과 신재형 과장은 "청으로 승격되면 인사와 예산, 전문성 등을 기대하고 있다. 질본은 감염병 외에 만성질환과 미세먼지, 기후변화 등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조직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 "복지부 억울할 수 있으나 의사 결정과정 투명해야"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는 "행안부와 복지부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 원래 하던 일인데 여론의 역풍과 대통령이 재검토 지시가 나왔다"며 "문제는 질본의 조직개편은 국민적 관심 사항이고 여망을 담은 것이다. 정부조직법안을 꼼꼼히 뜯어보니 현재의 반응이 나온 것으로 복지부가 질본 조직(국립보건연구원)을 왜 떼 가느냐는 의미"라고 정부 입장을 해명했다.

김 교수는 "결국 정부조직법안과 조직개편을 중앙부처에서 결정하면서 발생했다. 여당도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투명한 논의와 전문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송시영 교수는 "정부조직법안의 목적은 국민 건강과 안전이다. 부처간 갈등보다 그동안 풀지 못했던 보건의료 난제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전하고 "질본의 복지부와 국무총리실 이관에 따른 간섭과 독립이 제대로 된 협력을 될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교수 "질본 지방조직 시급-보건소 지자체장 영향력 걷어내야"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플로워 질문을 통해 정부조직개편안에 포함된 보건소 기능 강화라는 민초의사들의 궁금증을 제기했다.

복지부와 행안부는 대통령 재검토 지시에 따라 부처간 협의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했다.
박홍준 회장은 "질본 청 승격으로 권역센터가 신설되면 중앙부처와 지방정부가 한 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서 "구청장이 결정권을 쥔 방역 최전방인 보건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의사들은 궁금해 한다"고 물었다.

정기석 교수는 "질본이 지방조직을 갖고 있다면 집단시설과 밀집시설에서 코로나 확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언제까지 물류센터와 탁구장, 볼링장 등에 집합금지 명령만 내리나. 방역체계 손끝인 지자체가 움직여야 하는데 안 움직인다. 일부 구는 주차관리 요원이 방역 시늉만 한다. 전국 보건소를 복지부 직할로 해야 한다. 지자체장 영향력을 걷어내지 않으면 선거를 위한 인가영합 정책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질본 청 승격 관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정리해 당내 제출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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