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바이러스제 이용한 간수치 정상화...새 간암 예방법 주목

발행날짜: 2020-06-10 05:45:57
  • 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 효율적 약물 처방 전략 제시
    6개월 내 ALT 정상화시 발병 위험 절반↓ "급여기준 발목"

B형 간염을 치료하며 ALT(Alanine Aminotransferase) 수치를 조기 정상화하는 것만으로 간암 발생률을 절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과거 치료 결정의 보조 지표로만 활용되던 ALT가 간암 발병의 독립적인 요소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간암과 B형 간염 치료에 새로운 방향성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DNA 농도가 간암에 강력한 요인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ALT는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연구는 앞으로 간암과 B형 간염의 치료 전략에 ALT의 역할을 재조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료 전략의 변화가 예상되는 것도 여기에 있다. 과거 B형 간염 바이러스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ALT 조기 정상화가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B형 간염 전문가인 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는 절대로 복잡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심플(Simple)'이라는 단어로 전략을 압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바로 주목받지 못하던 ALT를 스타로 발굴한 대규모 코호트를 주도한 연구자다.

임영석 교수는 간암 전략의 주요 지표로 AL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보조지표로 활용되던 ALT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아주 간단하게 화재에 있어 연기의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불이 났다고 추정할 수 있는 가장 일차적인 지표가 바로 연기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조직 검사를 통해 발화점을 확인한 후에야 진화를 시작했다. ALT를 수치가 높으면 치료를 검토하라는 보조 지표, 즉 진화의 시작점으로만 여겼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그때가 되면 이미 늦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 오히려 치료 전 ALT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치료 후 ALT가 빠르게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악화의 전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이다. ALT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 즉 연기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치료가 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아주 싸고 빠르게 발화점을 찾지 않고도 초기 진화를 할 수 있는 지표를 발견한 셈이다.

구체적인 연구 내용이 궁금하다. 그리고 ALT의 조기 정상화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 이번만은 아닌데

맞다. 지난 2019년 중국 중문대학의 연구에서도 ALT 정상화가 B형 간염 환자의 간암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결과는 얻어낸 바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을 몰랐다는 점이 다르다. 당시 연구진은 이를 지방간의 연관 관계로 의심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ALT 조기 정상화가 독립적으로 간암 발병 위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10년에 걸친 추적 관찰에서 6개월 안에 ALT가 조기 정상화된 환자들은 간암 발병 위험이 48%나 감소했다. 하지만 24개월 이상 지연되면 위험이 2.45배로 늘었다. 특히 지방간 위험 요소를 제외한 결과도 같았다. 결국 ALT의 조기 정상화가 간암 발병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명확한 연관 관계를 규명한 것이다.

앞으로 간암 치료 전략에 미칠 영향이 궁금하다. B형 간염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인가

사실 B형 간염 관리가 간암 전략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암의 제1원인이 만성 B형간염으로 무려 비중이 70%에 달한다. B형 간염만 제대로 컨트롤해도 간암 사망을 70%나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로서 B형 간염은 완치할 수 있는 약이 없다. 결국 얼마나 안전하고 길게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컨트롤 하는가가 간염부터 간암 치료의 핵심 전략인 것이다.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이 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테카비어(바라크루드)부터 테노포비르(TDF, 비리어드), 테노포비르-알라페나마이드(TAF, 베믈리디)까지 신약들이 쏟아지고 이 안에서 엄청난 경쟁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 모든 약들이 이번 연구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탄생한 것들이다. 치료 전략은 늘 변화하고 여기에 맞는 약들이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임 교수는 효율적 약물 처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급여기준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ALT 조기 정상화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처방 전략도 이에 맞춰 변화한다는 의미가 되나

그럴 수 밖에 없다. 사실 현재 나와있는 B형 간염 치료제의 1차적인 효과 즉 바이러스 억제력은 크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내성 발생률과 부작용도 크게는 차이가 없다. 정말 이 약들이 유사한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 B형 간염 치료제의 양대 산맥인 TDF와 TAF만 해도 수많은 대조 임상 시험이 있었지만 바이러스 역가와 안전성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ALT 조기 정상화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였다. 매우 큰 차이는 아니라고 해도 TAF는 52%, TDF는 42%로 일정 부분 우위에 있는 것은 수많은 임상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결국 ALT 조기 정상화를 간암 예방의 우선 전략으로 삼는다면 결론은 '심플'하다. TAF를 써야 한다.

하지만 현재 TAF는 급여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처방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그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TAF는 급여 기준이 매우 제한적이다. 학계에서도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실제로 TDF에서 TAF로의 스위칭(교체 투여)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신기능과 골밀도를 개선한다는 논문이 나오기도 했고 스위칭 즉시 ALT가 확 떨어진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하지만 현재 급여기준에서는 이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의사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스위칭이 가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새로운 의학적 근거가 나왔을때부터 급여 조건에 대한 논의를 함께 시작해야 한다. 다른 나라 환자들은 충분히 받고 있는 혜택을 우리나라 환자들이 받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 아닌가.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어떻게 되나. ALT와 관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듯 하다

B형 간염과 간암은 결국 완치제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추가 연구가 진행될 수 밖에 없는 분야다. 특히 간암은 10년 생존율이 20%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5년 생존율 또한 무의미하게 받아들인다. 최적의 치료라는 단어가 무색한 셈이다. 결국 우리 연구자들이 해야할 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완치제가 나올때까지 B형 간염이 간암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는 전략을 짜는 것이다. 약물 전략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LT에 대한 연구도 결국 가장 효율적인 약물 전략을 짜기 위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어가기 위한 후속 연구를 이미 진행중에 있다. 이 연구가 마무리되면 왜 TAF가 ALT 조기 정상화에 영향을 주는지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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