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논문 대신 심장학 전달 유튜버 변신"

이창진
발행날짜: 2020-08-10 05:45:50
  • 손대원 서울대교수
    손대원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8월말 30년 교수생활 마감 "의원 개원, 진료와 교육 지속"

"프로야구 타자 중 4할 대면 최고 선수이다. 대학병원 교수도 엇비슷하다. 4할 대 의사라도 나머지 6번은 아웃당하고 욕먹는다.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했지만 의사로서 한계와 더 많은 도움을 못해줬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손대원 교수(65)는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8월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30년 교수 생활을 마감하는 현 심정을 이 같이 밝혔다.

손대원 교수는 1980년 서울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와 전임의, 1990년 내과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수,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장, 임상시험센터 임상연구실장, 순환기내과 분과장, 심혈관센터장 및 한국심초음파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한 심장내과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심장내과 권위자인 서울대병원 손대원 교수는 8월말 정년퇴임으로 30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그는 1999년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분야 교류 활성화를 위한 'ECHO(심초음파) SEOUL' 학술심포지엄 창립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올해 삼성서울병원을 추가한 4개 대학병원의 학술행사로 확대시켰다.

특히 지난 2007년 의학한림원이 발표한 '한구의학연구업적보고서 2006'에서 해외저널에 게재된 한국 의과학 논문 중 최고 피인용도에 선정되는 학술적 업적을 이뤘다.

당시 손 교수 논문 제목은 '좌심실 이완기 기능평가에 있어 조직 도플러 이미지 기법을 이용한 승모판륜 속도 평가'(미국심장학회지 1997년 8월호 게재)로 혈류속도로 이완기 기능 민감도와 특이도를 측정해 진료의 정확성을 제고시켜 유럽심장학회의 심장 진단과 처치 가이드라인에 인용되는 등 세계 심장학 분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손대원 교수는 "학문적 연구보다 환자와 의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용적 연구에 초점을 맞춰던 것으로 기억한다. SCI 저널의 피인용도는 학문의 깊이보다 다른 의과학자들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에 영향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로 지낸 30년을 어떻게 생각할까.

손 교수는 "안정된 직장과 진료 공간을 제공해 준 서울대병원에 감사하다"며 "2000년 중반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 수와 가장 높은 중증도를 보였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환자 진료와 치료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논문 수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이어진 설명을 들고 이해가 됐다.

손 교수는 "정년을 앞두고 논문 실적을 취합해보니 제1저자 SCI 게재 논문 수가 40~50편이었다. 공동저자 논문을 합치면 170편이 넘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투입한 제1저자 논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는 "다국가 임상시험 등 제약업체 연구보다 1천만원의 적은 연구비라도 환자 대상 자체 연구에 매진했다"면서 "언제부터 SCI 논문이 교수 승진과 유지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하면서 SCI 논문에 얽매인 젊은 교수들을 보게 됐다"며 달라진 교수사회 모습을 설명했다.

손 교수는 "한 가지 미안한 부분은 후배 교수들이 공저자를 부탁할 때 격려보다 논문 내용을 질책을 많이 했다는 점이다. 성과에 매달리는 후배 교수들의 연구 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못했으면서 지적만 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야성이 강한 서울대병원 개혁파에 속했다.

손 교수의 서울의대 졸업 동기인 34회(1980년 졸업) 내과 교수들만 봐도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순환기내과 손대원 교수를 비롯해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 신장내과 안규리 교수, 류마티스내과 송영욱 교수, 호흡기내과 김영환 교수 그리고 분당서울대병원 노년내과 김철호 교수 모두 개성이 강하면서 세부분과별 내로라하는 베테랑이다.

손 교수는 "34회 동기들과 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미있게 지냈다. 서울대병원 교수 자리는 우리 때도 쉽지 않았는데 병원이 확장되면서 내과 교수 정원이 늘어났고 많은 수 동기들이 한꺼번에 채용됐다. 1~2년차 후배들이 교수 입문에 어려움을 겪은 점은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교수 생활을 마친 그의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손대원 교수는 "강북 지역에 의원을 개원해 진료를 이어갈 예정이다. 심장과 고혈압 진료와 함께 환자를 위한 자문과 의료인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며 "서울대병원에서 익힌 경험과 진료를 토대로 희귀난치성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정년퇴직 논문집을 대신해 유튜버로 변신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손 교수가 20년 가까이 출퇴근한 서울대병원 본관 12층에 위치한 그의 교수실에 놓인 명패 옆에서 기념촬영한 모습.
손 교수는 "정년퇴임 논문집보다 유튜브를 통해 후배 의사들에게 심장학 분야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좋겠다고 판단해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컴퓨터 앞에서 20~30분 동영상 강의와 편집 그리고 외국인 의학자를 위한 영문 자막까지 담당하는 '1인 유튜버'이다.

손 교수는 "동영상 강의 자료는 30여편, 구독자는 200여명에 불과하지만 혼자 편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후배 의사들을 위해 작지만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 의원 개원 후에도 동영상 강의는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대원 교수는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예인 신드롬과 유사한 상황을 겪은 것 같다. 많은 후배 의사와 간호사, 병원 시스템까지 지원을 받았다"면서 "9월부터 개인 사업자인 의원 원장으로 신분이 바뀐다.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의사로서 환자를 위한 진료와 후배 의사를 위한 교육을 지속하겠다는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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