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소청과 기피현상 가속화에 대형병원도 진료 공백
소청과학회, 진료 인프라 붕괴 우려…제도적 지원 촉구
|기획|저출산+코로나19, 위기의 소아청소년과저출산과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소아청소년과의 혹한기는 의사 총파업 이후 전공의 기피라는 악재를 만나며 더욱 큰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저출산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혹한기를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과 폐과 추진"을 외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의 말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고군분투를 들여다보고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봤다. [편집자주]
(상) "성인환자 진료한다" 소아청소년과 신풍속도
(중) 설자리 잃어가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하)소청과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개원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소청과 붕괴는 궁극적으로 소아진료 인프라 자체를 무너뜨리는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라는 게 현장의 설명. 결국 지금 상황을 바로 잡지 못하면 소청과는 출구 없는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감소하는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의료 공백 심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전공의 지원율의 감소다. 최근 2년간 소청과 전공의 정원 확보율 살펴보면 2019년 89.8%(206명 중 185명)에서 2020년 71.2%(205명 중 146명)로 크게 감소했다.
2020년도의 경우 1차 지원율이 60%대로 추가 모집을 받아 70%를 겨우 넘겼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2021년도 전공의 정원확보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청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수는 2019년 기준 30만3000명으로 합계출산율이 0.92명인 저출산 상황에서 2020년은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지원 감소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 감소에 따른 과의 향후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소청과 개원가가 코로나19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감소와 폐업위기를 본 상황에서 기존에 소청과 수련을 원하던 인턴들도 선택을 재고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
이러한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의 여파는 우려가 아닌 실제 문제 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학회의 입장. 실제 전북대학교병원은 지난 1월 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소아청소년과 전문 의료진 확보의 어려움으로 응급환자가 아닌 소아진료의 경우, 진료가 지연될 수 있음을 양해 부탁한다'는 협조 요청의 안내문을 게재했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2020년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소아응급환자 전담 전문의 채용하지 못해 응급실의 정상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것.
이밖에도 서울의 대형병원이 소아전담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해 소아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나 강원도의 한 병원은 인력 충원을 하지 못하면서 소아청소년에 대한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하는 등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백린 이사장은 "전공의 지원이 감소하면서 거점병원, 지방병원 등이 전공의를 모집하지 못했고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며 "어떤 병원도 피해갈 수 없다. 이 공백은 1년이 아니라 4~5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 이사장은 소아응급환자의 경우 소청과 전문인력이 전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력 부족으로 운영이 어려울 경우 진료 인프라가 망가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응급실에서 성인의 경우 1차 처치를 응급의학과에서 하지만 소아의 경우 여러 우려로 소청과에서 맡아서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진료공백이 예상됨에도 제도적 지원은 없는게 문제"라고 밝혔다.
소청과학회 또다른 고민은 전임의 부족…3년제 전환 딜레마
또한 소청과학회 입장에서 소청과 의료인력 공백은 전공의 지원율 감소 외에도 전임의 부족과 맞닿아있다는 지적이다.
소청과학회의 2014년도부터 2020년까지 전임의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5년 32명이 가장 높았을 뿐 평균 25.6명의 전임의 현황을 보였으며, 전공의 정원인 206명을 대입했을 때 10%초반의 전임의 현황을 보이고 있다.
이마저도 2020년도에는 17명으로 줄어 10% 이하로 떨어져 2021년 전공의 지원율이 감소할 경우 그 여파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은백린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도 대학병원은 계속 중증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전임의들이 장래성이 불투명하다고 느껴 그마저도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며 "전임의 비율이 10%대밖에 안 되는 과에서 필수의료, 공공재가 아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소청과학회는 내과와 외과처럼 4년인 수련기간을 3년을 줄이는 방향을 고민하면서 연구용역을 실시 중이다. 다만, 학회는 전임의 현황이 10%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3년으로 줄일 수 없는 딜레마도 있다고 언급했다.
은 이사장은 "학회입장에서도 3년제로 전환하면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는 유인책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4년간의 수련 분량을 3년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인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3년제 전환을 고려하고 있지만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근본적으로 소청과가 처해있는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할 문제라는 의미.
다만, 은 이사장은 코로나19 소청과 진료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미래 소청과 젊은의사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에 환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이고 전체진료 패러다임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그것은 결국 전공의들이 비전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저 제시 후 전공의 지원 반등을 기다리는 방향으로 준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군 변화 예고 "진료 패러다임 변화 지원 필요"
앞서 은백린 이사장이 언급한 것처럼 학회는 코로나19 이후 환자들이 병·의원을 찾는 방식이 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
소청과 개원가의 진료 인프라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가깝게는 개원가에 긴급지원 방안으로 시작해 궁극적으로 소청과 진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중 핵심은 급성기질환치료 중심의 진료패러다임을 만성질환관리, 지역사회중심 건강증진, 질환 예방의 방향으로 바뀌어 낮은 출산율 상황에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쪽으로 고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과 한시적 세제 감면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청과 개원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은 이사장은 "소아환자의 건강관리와 함께 중환자 진료로 연결하는 것이 개원가의 역할인데 소청과 인프라가 무너지면 다음에는 돈을 쏟아 부어도 회복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릴 것"이라며 "단순하게 수익급감을 살리겠다는 관점보다 무너질 수 있는 인프라를 유지시킨다는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밖에도 소청과학회는 소청과 존립을 위한 특별지원방안으로 ▲영유가 건강검진 수가개정 ▲국가예방접종 수가 체계 개편 및 현실화 ▲3차 상대가치 개편 시 충분한 소아가산 개편 등 국민건강보험 급여 수가 조정을 통한 조기지원과 제도개선을 위한 진료 패러다임 변경을 꾀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은 이사장은 "코로나가 내일 끝난다 하더라고 현재의 여파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학회 입장에서 개원가의 의료정책과 함께 과의 존립, 환자 건강증진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고 이를 위한 합리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