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도 없는 연명의료, 어느 요양병원이 하겠느냐"

이창진
발행날짜: 2020-11-06 05:45:57
  • 전체 1585곳 중 윤리위 등록 3.4% 불과…내년 예산도 '동결'
    연 200만원 지원비 실효성 없어…복지부 "수가 신설 등 검토"

"연명의료 정식 수가도 없는데 어느 요양병원이 공용 윤리위원회에 참여해 인력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나요."

수도권 요양병원 원장은 4일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요양병원들의 연명의료 사업 참여에 저조한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고령환자 집중된 요양병원의 연명의료를 위한 윤리위원회 등록이 3.4%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가 고령사회 대비 임종 문화 개선과 웰 다잉을 내건 연명의료 제도화 사업.

연명의료 필수요건인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등록 현황(2020년 9월 기준)을 보면, 요양병원 1585곳 중 3.4%인 54곳만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공용 윤리위원회 포함)에 등록했다.

반면, 중증환자가 집중된 상급종합병원 42곳 모두 등록해 100%, 종합병원은 320곳 중 150곳(46.9%)에 달했다.

중소병원의 경우, 1518곳 중 14곳만 등록해 0.9%에 그쳤다.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전체 등록 현황은 2018년 172곳에서, 2019년 260곳으로 증가했으나, 2020년 9월 현재 260곳(병원급 기준)으로 정체된 상황이다.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하다 9월 이후부터 매달 1800명을 상회하고 있다. 누적 등록자 수는 올해 10월 기준 5만 3779명(남성 3만 3564명, 여성 2만 215명)으로 지속 증가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요양병원 참여 유도를 위해 공용 윤리위원회를 신설해 참여 요양병원에 연간 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요양병원 입장에서 지원비 200만원은 연명의료 관련 전담인력 1명의 한 달 인건비도 안 되는 수준이다.

심지어 내년도 연명의료 제도화 지원 예산안은 올해 비해 22% 감소했다.

복지부는 올해 37억 8400만원에서 내년도 29억 5100만원의 감축 예산안을 책정했다.

이중 공용 윤리위원회 운영비는 8억 3000만원으로 올해와 수준으로 동결했다.

공용 윤리위원회에 등록한 요양병원과 병원에 지원되는 협약비용은 1억원으로 동결했다. 연 200만원 지원비를 요양병원과 병원 50곳 대상으로 추정한 수치다.

현재 등록한 요양병원 54곳과 병원 14곳의 연간 지원비도 안 되는 예산인 셈이다.

연명의료 관련 서류 작성과 절차 마련이 동반되는 리위원회 등록에 따른 연 200만원 지원비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요양병원 원장은 "그동안 환자가 원해서 결정한 연명의료 1건을 제외하곤 없다. 공용 윤리위원회 등록하면 연명의료 전담 직원이 필요한데 200만원 지원비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관련 서류 구비와 환자, 보호자 설득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수가 신설 등 명확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요양병원 임원은 "윤리위원회를 운영 중이나 지금까지 연명의료 신청이나 결정은 한 건도 없다. 담당 직원들도 다른 업무와 병행하고 있다"며 "연명의료 동기부여가 없는 상황에서 병원이 적극 나서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연명의료에서 요양병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고령 환자가 집중된 요양병원 대상으로 연명의료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급성기병원 중심의 시범사업을 종합 평가해 요양병원 등의 수가 신설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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