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가 2020년 의료계의 주요 이슈를 정리하는 10대뉴스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의료총파업, 독감백신 안정성논란 등 5가지의 굵직한 이슈를 다뤘는데요. 이번 시간 역시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 등 남은 5개의 뉴스를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섯 번째 10대 뉴스 : 코로가 가져온 변화 언텍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개원가 진료실 풍경도 바뀌었습니다. 이제 마스크와 체온 체크는 개원가를 찾는 환자가 꼭 거쳐야 할 관문이 됐습니다.
이처럼 대면진료가 어려워지면서 정부와 국회는 한시적으로 전화처방을 허용하고, 최근에는 감염병 위기 상황 시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심지어 의원급에서는 수가 30% 가산을 적용하면서 전화상담과 처방을 독려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대학병원의 경우 다양한 유형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도입하는 분위기인데요. 대표적인 게 병원 방문 하루 전에 감염 가능성을 판단하는 모바일 문진 서비스를 병원 규모를 가리지 않고 도입한 상태입니다.
또한 의사들에게 있어 연례행사인 학술대회 풍경도 언텍트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온라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고 오프라인 학회 대비 장소 및 시간의 구애없이 스마트폰 접속만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들의 호응을 받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학회 운영진들은 운영난에 쩔쩔 매고 있습니다. 온라인 학회 지원 방식 및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인데, 의료계에서는 온라인 학회 지원 규정이 보다 오프라인에 준하는 쪽으로 현실화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곱 번째 10대 뉴스 : 폭력과 구속에 떠는 의사들
올해 역시 의사들은 환자의 피습 공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7월 전북 전주에서는 한 정신과 의사가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습격을 당했습니다. 또 지난 8월에는 부산의 한 정신과 의사가 환자의 흉기에 찔려 병원에 실려갔지만 결국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2018년 12월 말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이 발생한 후 다양한 방지책이 마련됐지만 의료기관은 여전히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환자의 폭력에 떨고 있는 모습입니다.
보안인력 배치 의무화, 안전관리료 지원 등의 보완책이 나오기도 했지만 비극은 여전했습니다. 정신과의사회는 반의사 불법 규정 폐지 등 의료인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 중입니다.
의료사고로 소송에 휘말린 여성 의사가 법정구속 당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장폐색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약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여성의사가 지난 9월 업무상과실치사로 금고 10개월을 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에 따라 구속된 의사가 소속된 대학병원 동료의사를 비롯해 의료계 곳곳에서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동료의사 구제에 나섰습니다. 현재 이 교수는 법정구속 53일만인 11월 보석으로 석방됐습니다.
여덟 번째 10대 뉴스 : 트윈데믹 공포와 맞물린 독감백신 논란 큰 파장
올해 독감 백신 접종사업이 코로나와 독감 유행 시기가 겹치는 트윈데믹에 대한 공포와 잇따라 벌어진 사망 사건 등으로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발단은 질병관리청이 일부 백신의 안전성을 이유로 회수에 나선 것이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냉장 유통 시스템, 일명 콜드 체인이 무너진 사실이 드러나며 사건이 확산됐습니다.
여기에 단가 후리기로 인해 올해 처음으로 백신 유통에 참여한 업체에 물량 대부분이 넘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독감 백신 접종 후 일어난 사망 사건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고, 인과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은 채 불신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무료로 접종되는 정부 유통 백신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아예 유료 백신을 찾아 나서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독감 백신 사태는 국정 감사에서 국가예방접종 사업 전체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고, 질병관리청 등은 후속 조치를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홉 번째 10대 뉴스 :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의약계 '강력반대'
의료계 4대악 중 하나로 규정했던 첩약급여화 이슈 역시 뜨거웠습니다. 지난 11월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의료계의 반대에도 결국 시작됐는데요. 대상질환은 안면신경마비와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등 3개 질환으로 시범사업에는 전체 한의원 약 60%에 달하는 9000여곳이 참여했습니다.
특히, 이례적으로 의료계와 약계가 뭉쳐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리고 급여화 반대를 주장했고, 시범사업 대상 질환과 관련있는 학회들도 안전성을 우려하며 시범사업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핵심은 급여화 전에 과학화가 먼저라는 것입니다. 건강보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 결정 원칙에서도 어긋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의약계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가를 하향 조정하는 수준에서 시범사업을 강행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방향을 전환해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위한 의.약.한.정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한의계가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인데요. 대한한의사협회는 첩약의 전문가는 한의사로서 국가와 한의사에 의해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상태입니다.
열 번째 10대 뉴스 :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 재평가
2020년 10대뉴스의 마지막 뉴스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 재평가입니다.
인지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 논란은 의료계에서 해묵은 주제일 만큼 각계 전문가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효용과 무용을 각각 주장해 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90년대 초 허가를 받은 '근거 자료'의 부실에 있습니다. 자료 부실은 곧 포괄적인 적응증 확대로 이어졌는데요. 인지기능 개선제라는 말이 무색하게 의욕 및 자발성 저하, 집중력 감소, 정서불안, 주위 무관심, 가성우울증까지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처방액은 연간 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올해 재차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이슈가 된 건 학회의 접근을 넘어 정부가 본격적으로 현미경 조사 및 규제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복지부가 급여 적정성 재평가 작업을 올해 6월까지 끝마치겠다고 물꼬를 틀자 식약처 역시 임상재평가를 통한 허가 사항 조정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치매로 인한 효능‧효과는 건강보험 급여로 유지하되 그 외 효능‧효과에 대해선 선별급여를 적용시키며 손발을 묶었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지목하자 복지부는 임상재평가 실패시 그간 처방액을 환수할 수 있다는 카드까지 언급한 상태입니다.
제약사의 임상재평가 자료 제출은 이달 23일까지다. 실제 임상 진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응증 조정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