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최근 식약처가 2020년 국내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발표했다. 2019년 대비 약 12% 증가했고, 한국의 임상시험 글로벌 순위는 6위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특히 항암제 초기 다국가 임상시험은 2019년 대비 거의 2배로 상승했는데, 이에 대한 해석으로 말기암 등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과연 이 해석이 맞을까? 필자는 이 자료를 보고 도리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상1~3상을 거쳐 신약 개발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항암제는 더 낮은 편이다. 임상1상은 약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인데, 과거에는 임상1상 결과를 매우 엄격하게 평가해 1상 실패율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어떻게든 2상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2상 실패율이 약 30% 정도로 가장 낮다. 2상에서 성공해서 3상까지 진행한 경우 성공률은 약 50%이다. 그렇다면 환자 입장에서 어느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유효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을까? 당연히 임상3상이다.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3상에서 성공하는 경우 생존기간이 평균 약 2개월 늘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임상3상에 참여하는 100명의 환자 중 임상3상 성공률 약 50%을 고려해 최대 이익을 추정하면, 약 50명 환자의 여명이 약 2개월 연장되는 것이다.
비록 실패한 임상3상에 참여한 50명의 환자들은 유효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도리어 약물 부작용 등으로 남은 여명의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지만, 그래도 임상3상에 참여하는 것이 유효성을 경험할 기회가 가장 높고 임상시험의 과학적 가치 vs. 윤리성이라는 저울에서 균형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2020년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임상3상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환자들이 비교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마치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도하는 식약처는 제정신인가?
늘어난 것은 초기 임상으로 표현된 임상1,2상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항암제 초기 임상은 2019년 대비 거의 2배나 증가했다. 항암제 초기 임상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국내 초기 임상 능력이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인정을 받은 점도 있겠지만, 항암제 초기 임상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된다.
임상시험에 관한 국제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ICH에서 2009년경부터 항암제의 비임상시험 기준(S9)을 대폭 완화하면서, 항암제의 경우 동물시험에서 동물들이 죽거나 비가역적인 심각한 부작용이 없으면 인체에 투여할 수 있게 됐다. 필자는 ICH의 이 조치에 제약회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ICH의 이 조치 이후 불충분한 동물시험 데이터를 가지고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는 초기 임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말기 암환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크다. ICH S9의 윤리적 근거의 하나로서 내세우는, 동물의 희생은 줄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암환자들은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임상시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일부 제약회사는 항암제 초기 임상 진입을 주가 부양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등 부작용이 매우 크다.
항암제 초기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유효성을 경험할 가능성은 임상3상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항암제 임상1상은 안전성을 보기 위한 것으로서 유효성은 없는 저용량에서부터 시작해서 Grade 3 이상의 이상반응이 다수의 환자에서 관찰되는 최고 내성용량까지 단계적으로 용량을 올리는 단기간 임상시험으로서 유효성을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임상2상은 위에도 언급했지만 성공률이 약 30% 가량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유효성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항암제 초기 임상이 증가한 것은 결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환자들에게 희망 고문에 가까운 것이다.
ICH의 S9 완화에 따라 항암제 초기 임상 진압이 매우 쉬워진, 필자가 생각하기에 매우 비윤리적인 상황에서 국내 항암제 초기 임상이 2배나 증가한 것은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이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듯이 발표했고, 어떤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어떤 곳인가? FDA의 경우 항암제 초기 임상시험 중 예상치 못한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사망이 발생하는 경우 수시로 임상시험 보류 및 안전성 조치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FD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중 발생한 단 1건의 횡단성 척수염에 대해서 임상시험 보류(partial hold)를 명령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약처는 필자가 아는 한, 단 한 번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임상시험 보류 또는 중지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평상시 건강했던 사람이 백신 접종 후 사망하거나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기저질환 때문이라거나 우연히 타이밍이 백신 접종 후 발생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나라가 말기암환자의 사망이나 중증부작용에 대한 평가는 오죽 하겠는가! 이런 나라에서 항암제 초기 임상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상황은 필자가 보기에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상1~3상을 거쳐 신약 개발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항암제는 더 낮은 편이다. 임상1상은 약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인데, 과거에는 임상1상 결과를 매우 엄격하게 평가해 1상 실패율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어떻게든 2상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2상 실패율이 약 30% 정도로 가장 낮다. 2상에서 성공해서 3상까지 진행한 경우 성공률은 약 50%이다. 그렇다면 환자 입장에서 어느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유효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을까? 당연히 임상3상이다.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3상에서 성공하는 경우 생존기간이 평균 약 2개월 늘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임상3상에 참여하는 100명의 환자 중 임상3상 성공률 약 50%을 고려해 최대 이익을 추정하면, 약 50명 환자의 여명이 약 2개월 연장되는 것이다.
비록 실패한 임상3상에 참여한 50명의 환자들은 유효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도리어 약물 부작용 등으로 남은 여명의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지만, 그래도 임상3상에 참여하는 것이 유효성을 경험할 기회가 가장 높고 임상시험의 과학적 가치 vs. 윤리성이라는 저울에서 균형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2020년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임상3상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환자들이 비교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마치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도하는 식약처는 제정신인가?
늘어난 것은 초기 임상으로 표현된 임상1,2상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항암제 초기 임상은 2019년 대비 거의 2배나 증가했다. 항암제 초기 임상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국내 초기 임상 능력이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인정을 받은 점도 있겠지만, 항암제 초기 임상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된다.
임상시험에 관한 국제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ICH에서 2009년경부터 항암제의 비임상시험 기준(S9)을 대폭 완화하면서, 항암제의 경우 동물시험에서 동물들이 죽거나 비가역적인 심각한 부작용이 없으면 인체에 투여할 수 있게 됐다. 필자는 ICH의 이 조치에 제약회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ICH의 이 조치 이후 불충분한 동물시험 데이터를 가지고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는 초기 임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말기 암환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크다. ICH S9의 윤리적 근거의 하나로서 내세우는, 동물의 희생은 줄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암환자들은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임상시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일부 제약회사는 항암제 초기 임상 진입을 주가 부양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등 부작용이 매우 크다.
항암제 초기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유효성을 경험할 가능성은 임상3상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항암제 임상1상은 안전성을 보기 위한 것으로서 유효성은 없는 저용량에서부터 시작해서 Grade 3 이상의 이상반응이 다수의 환자에서 관찰되는 최고 내성용량까지 단계적으로 용량을 올리는 단기간 임상시험으로서 유효성을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임상2상은 위에도 언급했지만 성공률이 약 30% 가량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유효성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항암제 초기 임상이 증가한 것은 결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환자들에게 희망 고문에 가까운 것이다.
ICH의 S9 완화에 따라 항암제 초기 임상 진압이 매우 쉬워진, 필자가 생각하기에 매우 비윤리적인 상황에서 국내 항암제 초기 임상이 2배나 증가한 것은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이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듯이 발표했고, 어떤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어떤 곳인가? FDA의 경우 항암제 초기 임상시험 중 예상치 못한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사망이 발생하는 경우 수시로 임상시험 보류 및 안전성 조치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FD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중 발생한 단 1건의 횡단성 척수염에 대해서 임상시험 보류(partial hold)를 명령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약처는 필자가 아는 한, 단 한 번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임상시험 보류 또는 중지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평상시 건강했던 사람이 백신 접종 후 사망하거나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기저질환 때문이라거나 우연히 타이밍이 백신 접종 후 발생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나라가 말기암환자의 사망이나 중증부작용에 대한 평가는 오죽 하겠는가! 이런 나라에서 항암제 초기 임상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상황은 필자가 보기에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