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항암제 연일 등장에 고민 깊어지는 종양내과 전문가들

발행날짜: 2021-07-06 05:45:58 수정: 2021-12-20 15:36:57
  • 전국 102명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대상 처방 우선 가치 조사
    모든 항암제 효과 가장 중시…면역항암제는 경제 요인 고민

수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항암제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비용효과성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를 처방하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은 어떠한 요인들을 고민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나왔다. 전국 102명에 달하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의 인식을 조사한 연구가 발표를 앞두고 있는 것.

결론적으로 이들 모두 항암제 처방에 최우선 가치로 약제의 효과를 두고 있었으나 면역항암제 등 고가 약제를 써야할 경우 경제적 요인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국내 종양내과 전문의 대상 가치평가도구 인식 조사 분석

오는 26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국내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처방의 우선 가치와 이에 대한 합의로 만들어진 가치평가도구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가 게재될 예정이다.

고가 항암제 처방과 관련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의 인식 조사 연구가 나왔다.
실제로 최근 연간 약제비만 1억원을 넘어서는 초고가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암 환자들의 재정 부담은 지속적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약제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하며 암 분야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

일례로 미국 메디케어를 분석해 보면 총 지출 기준 상위 10개 약물 중 8개가 항암제였으며 2020년 기준 그 비용만 약 200조(175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가 항암제의 처방은 물론 이에 대한 급여 적용 등은 국내에서도 계속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제약사, 의사와 환자들간에 이해 관계와 의견들이 엇갈리면서 결론이 미뤄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가톨릭의대 강진형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은 실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고가 항암제의 비용 효율성 비율을 정량화하고 평가하는 지표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를 함께 조사했다.

미국임상종양학회가 만든 ASCO-VF와 유럽임상종양학회가 만든 ESMO-MCBS를 국내에서 얼마나 인식하고 있고 지키고 있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대다수 전문의들 약물 효과에 방점…고가약은 경제적 요인 고민

분석 결과 역시 대부분의 종양내과 전문의들은 항암제를 처방할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효과를 꼽았다.

일반 항암제와 고가 면역항암제 처방 사이의 인식차
102명의 전문의 중 90.2%가 항암제 처방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반적 생존율 향상 및 무진행 생존율을 최우선 가치로 꼽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요소로는 안전성이 5.9%를 차지했다. 비용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나오고 있는 면역항암제 즉 고가약의 경우 우선 순위에 차이를 보였다. 역시 임상적 효능이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이 74.5%로 가장 많았지만 비용을 고민한다는 답변이 13.7%에 달했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 항암제를 처방할 경우 유효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보지만 면역항암제 등의 경우 종양내과 전문의들도 환자의 비용 부담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민을 풀어내는데 지표가 되는 가치평가도구(VF)에 대한 종양내과 전문의들의 인식은 어떨까.

일단 전문의들의 53.9%가 항암제 가치평가도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26.5%는 아예 이러한 도구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를 활용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국내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중 단 한명도 그렇다고 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이를 써보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이들중 대다수는 이러한 가치평가도구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사 결과 95%의 전문의들이 ASCO-VF, ESMO-MCBS와 같은 가치평가도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부분은 국내 환경을 적용한 항암제 가치평가도구를 긍정적으로 봤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는 89.2%가 항암제의 급여 적용 기준의 기반으로 이러한 도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84.3%는 급여 재평가, 사후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ASCO-VF와 ESMO-MCBS를 한국형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문의가 많았다. 70.6%가 두가지 평가 도구를 모두 활용하되 한국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현재 고가 항암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재정적 부담 완화를 위해서도 한국형 가치평가도구의 개발과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결국 모든 종양내과전문의들은 어쩔 수 없이 고가 항암제의 임상적 효능과 비용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며 "이럴때 데이터에 기반해 신뢰할 수 있는 분석을 내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치평가도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 항암제들의 등장으로 약물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평가도구는 재정적 부담 완화와 불필요한 논란 해결의 적절한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암 환자가 제한된 의료 자원 내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국내 상황에 적절한 도구의 개발과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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