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협회장, 정책적 지원책 주문
CMO, CSO 등 통한 산업 체질 개선 강조 "선진화 시급 과제"
"세계적인 의료기기 전시회나 학회, 세미나에 가보면 뷰노나 루닛 등 우리나라 혁신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이 정말 뜨겁습니다. 하지만 막상 우리나라에서는 찬밥 취급이에요. 정부가 빨리 이 간극을 메우지 않으면 그 좋은 기술들 전부 뺏기고 말겁니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을 대변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회장은 시급한 숙원사업을 묻는 메디칼타임즈의 질문에 가장 먼저 이같은 말을 꺼내놓았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IT, B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계속해서 태동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그 좋은 기술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의료 AI를 필두로 각종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태동하고 있는 지금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유철욱 회장은 사업화와 선진화, 단 두가지 키워드로 이를 압축했다.
"혁신 의료기기 사업화 지원 시급…마중물 부어야
사업화. 그가 가장 먼저 꺼낸 키워드는 말 그대로 혁신 의료기기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본적인 토양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결국 수요가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사장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 이러한 기술들이 국내 의료기관에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것이 유 회장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유철욱 회장은 "혁신 의료기기는 말 그대로 세상에 없던 기술이 선을 보이는 것인 만큼 유효성 검증과 더불어 안전성 확보 등을 통해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허가 단계에서의 임상을 넘어 실제 리얼월드데이터를 내기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개발 단계에서 자금 지원이나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의 제도도 중요하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들이 개발 단계를 넘어 비지니스의 단계로 올라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의료진과 환자가 직접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개발과 인허가까지의 지원으로 정부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들이 임상 현장에서 발을 붙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마중물은 부어 줘야 혁신 의료기기들이 성공 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유 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모든 부처들이 혁신 의료기기 육성을 얘기하지만 아무도 이러한 사업화 기반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의료기관과 환자의 수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혁신 의료기기의 도입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혜택이 된다는 인식이 생겨나야 한다"며 "아직까지 유효성과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아 전면 급여 적용이 어렵다면 예비 급여든, 선별 급여든 아니라면 참조가격제 등의 방법을 고민하더라도 이러한 혁신 의료기기가 국내 의료기관에 발을 딛을 수 있는 사업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뷰노 등 선두 주자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혁신 의료기기 사업화의 판로를 뚫으며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해 가면 이어서 나오는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산업군 자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제언.
결국 정부가 한두개 기업만이라도 국내 의료기관에서 쌓여진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델을 만들어 주며 산업 생태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기도 하다.
유철욱 회장은 "국내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국내 의료기관과 환자를 기반으로 하는 2~3년치의 리얼월드데이터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며 "자금이라고는 벤쳐캐피탈 등을 통해 받은 투자금이 전부인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 모든 과정들을 자력으로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적어도 이들 기업들이 2~3년치 임상 데이터라도 쌓을 수 있을 정도까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내년 대선 등 큰 기점들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을 더욱 이슈화시키며 정부에 적극적으로 정책적 제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조, 유통 선진화 미룰 수 없는 과제…기반 쌓겠다
이렇듯 혁신 의료기기에 대한 마중물 전략과 함께 그가 한국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선진화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경우 세계와 견줄 만큼 많은 부분에서 선진화를 이뤘지만 여전히 의료기기 산업은 후진적인 환경 아래 놓여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그는 취임 직후부터 그 어느 것보다 의료기기 산업의 선진화에 매진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과 코로나 대유행 등으로 인해 한국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은 지금이 바로 선진화를 이끌어 내기 최적의 시기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렇다면 그가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그는 의료기기 산업에도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 중 80% 이상이 연 매출 1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조 원가를 낮추면서도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들의 혁신적 제품과 중국 등 저임금 국가들의 저가 제품 사이에 끼어 있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제조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의 길을 여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철욱 회장은 "아직까지도 국내 의료기기 제조 기업들은 자금이나 시설이 매우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선진화된 제조 시설을 갖추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최소한의 마중물을 부어 대규모 의료기기 CMO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의 소규모 제조 시설을 통합 관리하며 규모의 경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기술은 좋지만 대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금의 부족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오송 등에 첨단의료기기 복합단지 등이 조성돼 있는 만큼 적어도 이들 산업단지에서만큼이라도 공동 제조, 생산을 하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량 생산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현재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체외진단 의료기기 등도 이러한 CMO 시설을 활용한다면 쉽게 세계 시장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것. GMP나 유럽의료기기인증(MDR) 기준에 맞춰 CMO를 구축만 해놓는다면 기술만 가지고 대량 생산의 길을 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 회장은 "이제 글로벌 경쟁시대가 열린 지금 소품종 소량 생산으로는 제조 원가가 너무 높아져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며 "특히 세계적으로 의료기기 안전성과 질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규격을 맞춰 수출하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효율적인 CMO 모델이 구축된다면 자연스럽게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도 생겨나며 중소 의료기기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비지니스 무대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들이 마련될 것"이라며 "100개 기업들이 100개의 방식으로 제조, 유통, 판매하던 방식을 버리고 이렇게 힘을 합쳐야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유통 구조 또한 연장선상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제조의 선진화를 위해 CMO가 필요하다면 유통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대형 유통업체의 탄생이 필연적이라는 것이 유 회장의 지적.
지금과 같이 각 기업들이 병의원과 약국, 간납사, 대리점, 소매상까지 모든 유통 채널을 일일히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철욱 회장은 "실제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유통 비용을 보면 평균 25% 수준으로 타 기업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 의료기관에서 30개의 치료재료를 쓴다면 여기에 납품하는 30개의 기업들이 각자 차량과 인력을 모두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의료기관, 간납사, 대리점, 유통 업체 등이 제각각 유통 마진을 챙겨가면서 기업별로, 품목별로 제각각으로 유통 비용이 책정돼 불필요한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며 "이 거품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유통 채널을 만들어 선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가 지오영과 같은 의약품 유통업체를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기기 산업에도 이같은 유통업체가 생겨난다면 제조기업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유 회장은 "의료기기도 의약품과 같이 대형 유통업체가 생긴다면 기업들은 불필요한 유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렇게 절감된 금액을 통해 유통 업체는 적절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며 "또한 의료기관도 손 쉽게 재고를 파악하는 동시에 보다 편리하게 기기를 주문하고 납품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 선진화 방안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을 대변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회장은 시급한 숙원사업을 묻는 메디칼타임즈의 질문에 가장 먼저 이같은 말을 꺼내놓았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IT, B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계속해서 태동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그 좋은 기술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의료 AI를 필두로 각종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태동하고 있는 지금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유철욱 회장은 사업화와 선진화, 단 두가지 키워드로 이를 압축했다.
"혁신 의료기기 사업화 지원 시급…마중물 부어야
사업화. 그가 가장 먼저 꺼낸 키워드는 말 그대로 혁신 의료기기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본적인 토양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결국 수요가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사장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 이러한 기술들이 국내 의료기관에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것이 유 회장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유철욱 회장은 "혁신 의료기기는 말 그대로 세상에 없던 기술이 선을 보이는 것인 만큼 유효성 검증과 더불어 안전성 확보 등을 통해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허가 단계에서의 임상을 넘어 실제 리얼월드데이터를 내기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개발 단계에서 자금 지원이나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의 제도도 중요하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들이 개발 단계를 넘어 비지니스의 단계로 올라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의료진과 환자가 직접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개발과 인허가까지의 지원으로 정부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들이 임상 현장에서 발을 붙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마중물은 부어 줘야 혁신 의료기기들이 성공 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유 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모든 부처들이 혁신 의료기기 육성을 얘기하지만 아무도 이러한 사업화 기반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의료기관과 환자의 수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혁신 의료기기의 도입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혜택이 된다는 인식이 생겨나야 한다"며 "아직까지 유효성과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아 전면 급여 적용이 어렵다면 예비 급여든, 선별 급여든 아니라면 참조가격제 등의 방법을 고민하더라도 이러한 혁신 의료기기가 국내 의료기관에 발을 딛을 수 있는 사업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뷰노 등 선두 주자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혁신 의료기기 사업화의 판로를 뚫으며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해 가면 이어서 나오는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산업군 자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제언.
결국 정부가 한두개 기업만이라도 국내 의료기관에서 쌓여진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델을 만들어 주며 산업 생태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기도 하다.
유철욱 회장은 "국내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국내 의료기관과 환자를 기반으로 하는 2~3년치의 리얼월드데이터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며 "자금이라고는 벤쳐캐피탈 등을 통해 받은 투자금이 전부인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 모든 과정들을 자력으로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적어도 이들 기업들이 2~3년치 임상 데이터라도 쌓을 수 있을 정도까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내년 대선 등 큰 기점들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을 더욱 이슈화시키며 정부에 적극적으로 정책적 제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조, 유통 선진화 미룰 수 없는 과제…기반 쌓겠다
이렇듯 혁신 의료기기에 대한 마중물 전략과 함께 그가 한국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선진화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경우 세계와 견줄 만큼 많은 부분에서 선진화를 이뤘지만 여전히 의료기기 산업은 후진적인 환경 아래 놓여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그는 취임 직후부터 그 어느 것보다 의료기기 산업의 선진화에 매진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과 코로나 대유행 등으로 인해 한국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은 지금이 바로 선진화를 이끌어 내기 최적의 시기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렇다면 그가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그는 의료기기 산업에도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 중 80% 이상이 연 매출 1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조 원가를 낮추면서도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들의 혁신적 제품과 중국 등 저임금 국가들의 저가 제품 사이에 끼어 있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제조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의 길을 여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철욱 회장은 "아직까지도 국내 의료기기 제조 기업들은 자금이나 시설이 매우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선진화된 제조 시설을 갖추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최소한의 마중물을 부어 대규모 의료기기 CMO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의 소규모 제조 시설을 통합 관리하며 규모의 경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기술은 좋지만 대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금의 부족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오송 등에 첨단의료기기 복합단지 등이 조성돼 있는 만큼 적어도 이들 산업단지에서만큼이라도 공동 제조, 생산을 하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량 생산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현재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체외진단 의료기기 등도 이러한 CMO 시설을 활용한다면 쉽게 세계 시장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것. GMP나 유럽의료기기인증(MDR) 기준에 맞춰 CMO를 구축만 해놓는다면 기술만 가지고 대량 생산의 길을 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 회장은 "이제 글로벌 경쟁시대가 열린 지금 소품종 소량 생산으로는 제조 원가가 너무 높아져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며 "특히 세계적으로 의료기기 안전성과 질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규격을 맞춰 수출하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효율적인 CMO 모델이 구축된다면 자연스럽게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도 생겨나며 중소 의료기기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비지니스 무대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들이 마련될 것"이라며 "100개 기업들이 100개의 방식으로 제조, 유통, 판매하던 방식을 버리고 이렇게 힘을 합쳐야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유통 구조 또한 연장선상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제조의 선진화를 위해 CMO가 필요하다면 유통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대형 유통업체의 탄생이 필연적이라는 것이 유 회장의 지적.
지금과 같이 각 기업들이 병의원과 약국, 간납사, 대리점, 소매상까지 모든 유통 채널을 일일히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철욱 회장은 "실제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유통 비용을 보면 평균 25% 수준으로 타 기업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 의료기관에서 30개의 치료재료를 쓴다면 여기에 납품하는 30개의 기업들이 각자 차량과 인력을 모두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의료기관, 간납사, 대리점, 유통 업체 등이 제각각 유통 마진을 챙겨가면서 기업별로, 품목별로 제각각으로 유통 비용이 책정돼 불필요한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며 "이 거품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유통 채널을 만들어 선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가 지오영과 같은 의약품 유통업체를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기기 산업에도 이같은 유통업체가 생겨난다면 제조기업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유 회장은 "의료기기도 의약품과 같이 대형 유통업체가 생긴다면 기업들은 불필요한 유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렇게 절감된 금액을 통해 유통 업체는 적절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며 "또한 의료기관도 손 쉽게 재고를 파악하는 동시에 보다 편리하게 기기를 주문하고 납품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 선진화 방안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