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케어텍 빅딜 나선 네이버…그 안에 숨은 큰 그림은?

발행날짜: 2021-08-26 05:45:55
  • 지분 10% 인수로 2대 주주 등극 검토…헬스케어 본격화
    플랫폼대 플랫폼간 빅딜…"고객 정보 및 데이터가 핵심"

IT 공룡 네이버가 국내 3대 전자의무기록(EMR) 기업인 이지케어텍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 참여를 검토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큰 그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네이버가 최근 수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발을 딛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노림수가 무엇인지에 헬스케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이들을 하나 같이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꼽으며 빅브라더의 탄생을 점치고 있다.

네이버와 이지케어텍간의 빅딜이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이지케어텍이 지분 인수를 골자로 하는 빅딜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네이버와 이지케어텍 모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번 빅딜의 핵심은 네이버가 약 300억원의 금액을 투자해 이지케어텍 지분 10%를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전해지고 있다.

현재 이지케어텍은 서울대병원이 지분 35.16%를 가지고 있으며 서울대 의과대학, 분당서울대병원 등도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만약 네이버가 지분 10%를 인수하면 단번에 이지케어텍의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비영리기관으로 사실상 구체적 경영권을 행사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경영 참여는 이지케어텍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러한 빅딜을 놓고 의료산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발을 들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네이버가 일본 법인 등을 통해 진행중인 헬스케어 산업을 국내에 곧바로 들이기 위해 이지케어텍을 플랫폼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플랫폼 대 플랫폼의 빅딜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형태의 빅딜은 아니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체급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대형 헬스케어기업 IR 담당자는 "이정도 체급 차가 나는 빅딜은 대부분 흡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수조원을 가진 기업이 1대 주주를 두고 지분을 맞춘다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만약 네이버가 정말 EMR 분야 등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에 대한 개발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라며 "이지케어텍에 뭔가 네이버가 원하는 것이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과연 네이버가 이지케어텍에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또한 어떠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가.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최근 행보에서 이 방향성을 찾고 있다.

이지케어텍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밀접하게 연관성을 갖는 부분은 바로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로 불리는 스마트병원 시스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네이버, 이지케어텍, 삼성SDS 등이 함께 참여하는 이 사업은 병원정보시스템을 완벽하게 전산화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면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미 고대의료원이 2017년 도입을 시작해 올해 완전 전환을 이룬 상태며 정부와 사업자들간의 공조를 통해 전국 확대를 추진중에 있다.

국내 중견 의료 IT 기업 임원은 "네이버가 클라우드와 헬스케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시점에 이번 P-HIS 사업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국내에 폐쇄적 의료시스템은 물론 대학병원들의 지독하게 보수적인 허들을 한번에 넘는 기회가 아니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클라우드가 아무리 좋아도 인풋(입력)의 도구가 있어야 하는데 병원 시스템에서 이에 대한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EMR과 PACS"라며 "서울대병원을 기점으로 국내 대학병원에 시스템이 깔려진 이지케어텍의 네트워크가 상당히 매력적이게 다가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이지케어텍의 네트워크와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실제로 이지케어텍은 서울대병원 사내 벤쳐로 시작해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대학병원 다수에 ERM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유비케어가 훨씬 높지만 대학병원급에서는 얘기가 약간 다르다는 의미다.

이 임원은 "우리나라에서 서울대병원이 가지는 위상은 상당하고 이지케어텍도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측면이 크다"며 "1대 주주로 서울대병원을 그대로 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지케어텍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서울대병원이 이를 쓰지 않으면 네이버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며 "아까 설명했듯 이지케어텍을 활용해 서울대병원의 높은 허들을 한번에 넘을 수 있다면 분명하게 남는 장사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를 활용한 의료 빅데이터 수집도 하나의 큰 줄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네이버는 이미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등과 함께 네이버 아이디를 활용한 '나의건강기록' 앱 사업을 진행중인 상황이다.

네이버에 로그인하면 예방접종은 물론 검진 이력과 투약정보 등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정부와 네이버는 현재 이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확장한다는 계획.

일각에서 이러한 행보를 살펴볼때 네이버가 결국 궁극적으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건강기록(PHR)을 구상중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의료 IT 기업의 또 다른 임원은 "결국 헬스케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누가 PHR을 먼저 꾸리느냐에 달려있다"며 "PHR은 결국 지분 싸움인 만큼 1등이 아니면 모두 죽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네이버는 그러한 면에서 이미 주요 무기들을 모두 구비한 상황"이라며 "EMR과 클라우드, 정부 주도 마이데이터사업까지 한데 묶으면 결국 PHR 빅브라더를 꿈꾼다는 결론밖에는 다른 목표가 없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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