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상공회의소, 한국 규제 환경 대한 기업 건의 사항 공개
국내에선 백신 자급화 필요성 강조…"현 상황에선 녹록치 않다"
코로나 대유행과 정부의 글로벌 백신 허브 정책이 맞물리면서 국가필수접종 백신의 국내 자급률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실제 국내에 백신을 공급하는 유럽 등 해외 제약사들은 국내 규제 환경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모습. 결국 현 제도 아래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된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주한유럽상공회의소(이하 ECCK)가 발간한 2021년도 ECCK 백서에 따르면, 회의소에 접수된 전체 14개의 건의 중 백신관련이 총 6개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2020년에 발간된 백서에서 전체 32개의 건의 중 백신과 관련된 건의가 4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상대적으로 백신에 대한 건의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물론 2020년과 2021년과 건의내용이 겹치는 경우도 존재했지만 전체 안건 줄어든 상황에서 백신 안건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은 유럽계 제약사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인 것.
이에 대해 ECCK 관계자는 "해당 백서는 2021년 한 해 동안 회원사들로부터 제기된 규제 관련 이슈와 건의 사항을 논의해 담았다"며 "백신과 관련된 건의 사항은 이전에 발행됐던 ECCK 백서에도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서 정부와 제약 회사들이 협력해 신속한 백신 개발과 승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그동안 제기됐던 백신과 관련된 건의 사항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백서의 구체적인 안건을 살펴보면 ▲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 투명한 데이터 공유 요청 ▲새로운 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 절차의 표준화 ▲백신 검정항목 차등화를 위한 위해도 평가제도 개선 등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대한 의견이 다수 차지했다.
현재 국내에서 국가예방접종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 영역이나 산업계에서는 제대로된 데이터를 얻을 수가 없다는 것이 제약사들의 의견이다.
결국 업계가 백신 접종과 관련해 분석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
또 새로운 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에 대해서도 해당 제약사가 중요한 파트너사임에도 불구하고 의사 결정시에는 공식적으로 신청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절차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즉, 신규 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 논의는 다양하지만 규정에 따른 절차의 부재로 투명성 및 예측 가능성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CCK는 "국가필수예방접종 프로그램에 새로운 백신 도입을 신청하고 논의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며 "백신 제조, 수입업체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전했다.
목소리 커지는 국내 필수백신 자급률 확대…외자사 압박 됐을까?
반면, 일각에서는 이러한 ECCK의 건의가 현재 국내에서 필수백신 자급률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따른 압박감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실제로 최근 국정감사기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자급 현황' 자료를 통해 국내 필수 접종 백신 자급률이 30%에도 못 미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유통 중인 국가예방접종 백신 22종 중 국내 회사가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제조·공급 가능한 백신은 6종으로 이를 계산했을 때 국가예방접종에 쓰이는 백신의 국내 자급률은 약 27.3%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백신 종류별 제조 현황을 보면 일본뇌염(생백신), BCG(피내용, 결핵), 폐렴구균,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등 10종의 백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또 필수 예방접종은 아니지만 최근 관심이 큰 대상포진, 로타바이러스 백신 등도 올해 9월 기준 국내에서 유통되는 총 8종의 예방접종 백신 가운데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제조할 수 있는 백신은 대상포진(1개 품목)이 유일해 자급도가 낮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백신 자급률이 낮지만 도즈가 많은 백신의 경우 조금씩 국내사의 개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며 "백신을 공급하는 외자사 입장에서는 필수예방접종에 따라 백신 접종률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고 표준화 하자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내 백신 자급률이 단기간에 늘어나기는 어렵지만 정부 차원에서 필수백신 자급률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절차의 투명성 제고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외자사의 경우 백신이 신약인 경우가 많고 소위 힘 대 힘으로 붙으면 자신이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백신 자급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별개로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바이오협회는 "백신 개발에는 원천기술과 생산 인프라가 필요하고 임상시험을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경험, 비용이 필요하다"며 "백신 원부자재에 대한 안정적인 확보와 고부가 백신 개발을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박성호 사무국장은 국내 백신 개발 혹은 자급화 현실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절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 전체를 볼 때도 전 세계에서 오직 4개의 기업이 전세계 시장 80%를 점유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도 생각해 부분"이라며 "활발한 M&A나 공동연구 등을 통한 시장 창출을 꾀해야 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실제 국내에 백신을 공급하는 유럽 등 해외 제약사들은 국내 규제 환경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모습. 결국 현 제도 아래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된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주한유럽상공회의소(이하 ECCK)가 발간한 2021년도 ECCK 백서에 따르면, 회의소에 접수된 전체 14개의 건의 중 백신관련이 총 6개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2020년에 발간된 백서에서 전체 32개의 건의 중 백신과 관련된 건의가 4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상대적으로 백신에 대한 건의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물론 2020년과 2021년과 건의내용이 겹치는 경우도 존재했지만 전체 안건 줄어든 상황에서 백신 안건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은 유럽계 제약사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인 것.
이에 대해 ECCK 관계자는 "해당 백서는 2021년 한 해 동안 회원사들로부터 제기된 규제 관련 이슈와 건의 사항을 논의해 담았다"며 "백신과 관련된 건의 사항은 이전에 발행됐던 ECCK 백서에도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서 정부와 제약 회사들이 협력해 신속한 백신 개발과 승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그동안 제기됐던 백신과 관련된 건의 사항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백서의 구체적인 안건을 살펴보면 ▲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 투명한 데이터 공유 요청 ▲새로운 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 절차의 표준화 ▲백신 검정항목 차등화를 위한 위해도 평가제도 개선 등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대한 의견이 다수 차지했다.
현재 국내에서 국가예방접종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 영역이나 산업계에서는 제대로된 데이터를 얻을 수가 없다는 것이 제약사들의 의견이다.
결국 업계가 백신 접종과 관련해 분석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
또 새로운 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에 대해서도 해당 제약사가 중요한 파트너사임에도 불구하고 의사 결정시에는 공식적으로 신청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절차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즉, 신규 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 논의는 다양하지만 규정에 따른 절차의 부재로 투명성 및 예측 가능성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CCK는 "국가필수예방접종 프로그램에 새로운 백신 도입을 신청하고 논의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며 "백신 제조, 수입업체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전했다.
목소리 커지는 국내 필수백신 자급률 확대…외자사 압박 됐을까?
반면, 일각에서는 이러한 ECCK의 건의가 현재 국내에서 필수백신 자급률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따른 압박감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실제로 최근 국정감사기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자급 현황' 자료를 통해 국내 필수 접종 백신 자급률이 30%에도 못 미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유통 중인 국가예방접종 백신 22종 중 국내 회사가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제조·공급 가능한 백신은 6종으로 이를 계산했을 때 국가예방접종에 쓰이는 백신의 국내 자급률은 약 27.3%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백신 종류별 제조 현황을 보면 일본뇌염(생백신), BCG(피내용, 결핵), 폐렴구균,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등 10종의 백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또 필수 예방접종은 아니지만 최근 관심이 큰 대상포진, 로타바이러스 백신 등도 올해 9월 기준 국내에서 유통되는 총 8종의 예방접종 백신 가운데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제조할 수 있는 백신은 대상포진(1개 품목)이 유일해 자급도가 낮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백신 자급률이 낮지만 도즈가 많은 백신의 경우 조금씩 국내사의 개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며 "백신을 공급하는 외자사 입장에서는 필수예방접종에 따라 백신 접종률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고 표준화 하자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내 백신 자급률이 단기간에 늘어나기는 어렵지만 정부 차원에서 필수백신 자급률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절차의 투명성 제고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외자사의 경우 백신이 신약인 경우가 많고 소위 힘 대 힘으로 붙으면 자신이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백신 자급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별개로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바이오협회는 "백신 개발에는 원천기술과 생산 인프라가 필요하고 임상시험을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경험, 비용이 필요하다"며 "백신 원부자재에 대한 안정적인 확보와 고부가 백신 개발을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박성호 사무국장은 국내 백신 개발 혹은 자급화 현실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절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 전체를 볼 때도 전 세계에서 오직 4개의 기업이 전세계 시장 80%를 점유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도 생각해 부분"이라며 "활발한 M&A나 공동연구 등을 통한 시장 창출을 꾀해야 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