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 급여확대 동시에 약값 폭탄 논란 해소 우연의 일치?

발행날짜: 2022-01-24 05:30:00 수정: 2022-01-24 09:29:40
  • [의정피셜]약평위 급여화 결정과 신포괄수가 개편 시점 일치
    "대선 염두에 둔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 위한 결단" 시각도

새해부터 일부 폐암 환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1차 치료에도 쓸 수 있도록 급여가 확대됐다는 소식인데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지난 13일 올해 처음으로 열린 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폐암 환자에게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 쓸 수 있게 됐다는 뜻입니다.

확대된 키트루다 급여기준은 ▲PD-L1 발현 양성이면서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단독요법)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페메트렉시드·플라티눔 병용) ▲전이성 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파클리탁셀·카르보플라틴 병용) ▲호지킨림프종 불응성 2차 이상 ▲재발성 4차 이상요법 등 5건이네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1차 치료제로 급여가 확대된 키트루다

더 반가운 소식은 약평위의 결정이 신포괄수가제에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신포괄수가제 2군 항암제 전액 비포괄 전환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떠들썩했었던 사건이었죠. 정부가 올해부터 적용할 신포괄수가제 개편안이 공유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개편안에 따르면 2군 항암제는 '전액 비포괄'로 바뀝니다. 2군 항암제 중심에 키트루다가 있었죠. 비소세포폐암 치료 과정에서 다른 치료방법을 한 번 사용한 이후 2차 치료제로 키트루다를 사용할 때만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보건복지부는 신포괄수가제 하에서 일찌감치 2군 항암제는 '전액 비포괄'로 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시범사업 지침에서 '비포괄 급여기준은 행위별수가제 급여기준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는 실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의료기관은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어 신포괄수가제를 환자 유치에 활용했습니다. 암 환자 사이에서는 해당 항암제 치료를 보다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인지한 정부는 신포괄수가제 적용 약제의 포괄과 비포괄 범위와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기로 한 거죠.

그러다 보니 작년까지는 키트루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전체 약 값의 5%, 30만원 정도만 냈으면 됐는데 올해부터는 600만원에 달하는 전액을 환자가 고스란히 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환자들은 분노했고, 국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기존에 치료 받던 환자들에게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새해부터 새롭게 신포괄수가제에 진입하는 암 환자들은 2군 항암제 약 값의 5% 혜택은 볼 수 없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키트루다 만큼은 이 걱정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약평위의 급여 확대 결정으로 키트루다는 2군 항암제 목록에서 빠지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곧 새롭게 신포괄수가제에 들어가는 폐암 환자라도 키트루다 약 값의 5%만 내면 된다는 소리입니다. 물론, 이번에 급여확대가 된 범위인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에 한해서입니다.

키트루다 급여 확대는 4년 만에 이뤄졌습니다. MSD는 2017년 9월 폐암 1차 치료에 대한 급여 확대를 신청했는데요, 임상적 유용성은 인정받았지만 비싼 약값 이 급여 확대의 발목을 잡으면서 4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흘러버린 것이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키트루다 급여 확대를 촉구했다.

환자들은 끊임없이 급여 확대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오랜 시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연 급여 확대가 결정되면서 신포괄수가제 개편 적용 시점과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외부에서는 정무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이 나왔습니다.

심평원 관계자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시선이라고 인정하며 어쩌다 보니 절묘하게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 정부는 키트루다 급여 확대를 지난해 연말까지는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부와 제약사의 재정분담에 대한 사전 막판 협상으로 해를 넘기게 된 것일 뿐이죠.

환자단체에서는 키트루다 급여 확대에 대해 오히려 '대선'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냐는 시선도 보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라며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 수준. 정권 말기 문재인 케어 실패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보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급여 확대 결단도 나왔다는 분석입니다.

환자단체는 신포괄수가제에서 2군 항암제의 '비포괄' 분류로 빚어졌던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신포괄수가제의 2군 항암제 리스트를 파악해 제약사, 정부를 상대로 급여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할 예정입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신포괄수가제 2군 항암제 등의 전액 비포괄 전환 문제는 정부가 실수하고, 이를 의료기관이 이용했으며 피해는 환자들만 보게 된 것"이라며 "신포괄수가제 2군 항암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급여 확대 등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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