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의대, 학생들을 위한다면

최윤갑 학생
발행날짜: 2022-03-28 05:20:00
  • 최윤갑 학생(가천의대 본과 1학년)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처음 발생한 뒤부터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해 진행했다. 처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하루 한 명 꼴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의 철저한 방역의식과 의료진의 경이로운 헌신 덕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다 시나브로 감염환자 수에는 변화가 있었다. 하루에 수 십 명 꼴로 나오던 것이, 수 백 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유행이 금방 종식될 것이라 여기며, 의과대학은 실습을 미루고 비대면 수업 계획을 연장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하루 수 천, 수 만 명씩 나오기 시작했고 최초 발생이 보고된 지 약 2년 뒤, 현재는 하루 수 십만 명씩 코로나 환자가 나오고 있다. 2년이라는 대면 수업에 대한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실로 그 처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교수님들은 지쳐가는 듯 했다. 비대면 수업에 들어오시는 교수님들은 한결같이 학생들의 얼굴을 직접 대면하지 못함에 안타까움을 토로하셨다. 이런 안타까움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는 교수님들도 계셨다. 비대면 수업진행 프로그램을 다루기 어려워하시고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니 학생들의 즉각적인 반응 역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더 힘들어 하셨다.

비대면 수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학생들 역시 적지 않았다. 인터넷 통신 등으로 수업 중간 중간이 날아가버린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일부 비대면 수업에 미숙한 교수님들은 마이크를 키시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셔서 수업 시간 절반 가까이가 날아갈 때도 있었다. 20학번은 신입생때부터 햇수로 3년차가 되는 지금까지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한 동기도 있었다.

수업을 들을 장소 역시 마땅치 않았다. 기숙사, 독서실, 열람실 등 비대면 수업을 듣기에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존재했다. 일부 실습 수업 역시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제대로 된 실습을 할 기회 역시 줄어들었다.

이런 고역을 견뎌가며 인내하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하고 최근 들어 그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며칠 전 학교 측으로부터 3월 21일부로, 전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지가 내려왔다. 앞서 언급한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피곤함 뿐만 아니라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상태에 무기한 비대면 수업을 연장해나갈 수 없기에 결정된 방침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의학교육실과 학교 측의 입장을 백 번 공감하고 있지만,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20만명씩 나오는 지금 대면수업으로 전환한다면, 99.9% 확률로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 사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올 것이고 이는 꽤나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대면으로 수업을 진행시에 대면수업 시간에만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수업이 끝나고 식당이나 카페에 이동해서도 장시간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수업시간에만 자리를 띄어 앉고, 방어벽을 설치하고, 손소독제를 뿌리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해서 감염의 원천 봉쇄는 힘들다.

확진자가 나오고 난 다음에도 크나 큰 문제다. 자가 격리하고 있는 확진자를 위해 대면 비대면 수업을 병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 속에서 모든 학생이, 특히 격리된 학생이 동일한 퀄리티의 수업을 받을 수는 없다. 격리자의 시험 응시 역시 마찬가지로 문제다. 학교 측에서는 시험기간 내에 확진자가 발생할 시에 시험기간을 늦추거나 형평성을 고려해 확진된 해당 학생에게 대체 평가를 시행할 것이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성적이 중요한 학생 입장에서는 공평성과 형평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일일 확진자 수가 수인 만큼,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지금에도 몇 명은 어디선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 앞서 말한 위험을 고려하더라도 대면수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면, 확진자의 수업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학생들과 소통을 통해 학생들이 받아 들일 수 있는 추가 감염 방지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쌍방향 소통이 필요한 실습 수업만 선택적으로 대면으로 진행하고 단방향 소통만으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이론 수업은 비대면으로 구분 지어 진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지금, 일상 생활 속에서의 철저한 방역으로 코로나의 종식을 앞당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일 것이다. 일방적인 학교 측으로의 방역 대비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보다 학생들 개개인이 외출을 삼가하고 위생을 철저히 하는 등의 노력을 동반해야만 수업이 정상화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학년대표로서 대면 수업으로 전환에 대해 걱정하는 학우들이 많다. 아무쪼록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건강도 챙기며 본과 1학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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