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목마른 의료기기 기업들 "정부 지원 아쉽다"

발행날짜: 2022-04-01 05:30:00
  • 메드트로닉, 최초 아태 지역 의료 기술 시장 조사 결과
    기업 임원들, 산업 연계 한계 지적…'오픈 플랫폼' 주목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시장 진입과 자본 확보 등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정부나 타 기업과의 소통과 네트워크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외 유통망이나 임상시험 환경 등 네트워크 인프라에 목말라하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메드트로닉이 31일 아태지역 의료기술 시장 조사 진행 결과를 발표했다(사진은 이희열 아태지역 총괄)

메드트로닉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료 기술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31일 백서를 통해 이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백서는 2021년 9월부터 10월까지 한국, 일본, 호주, 싱가폴 등 아태 지역 15개 국가의 의료기기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표 및 임원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그 결과 아태지역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인력 확보와 협력 체계 구축에 있었다.

그중 인력 확보는 어느 국가건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요인이었다. 응답자의 84%가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것.

이로 인해 이들은 대부분이 인재와 기술 인력 육성과 고용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을 내놨다.

또한 대부분 스타트업들은 파트너쉽을 기업 발전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었다. 응답자의 76%가 향후 중대한 해결 과제로 정부나 산업계, 혁신 기술 기업들과의 파트너쉽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도 38.7%가 정부 지원 확대를, 37.8%가 민감 부문과의 협력 강화 플랫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른 아태 지역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현실은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인력 확보 등에 대해서는 공통된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시장 상황과 협업 환경 등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이를 보였던 이유다.

실제로 전체 아태 지역과 비교할때 한국은 시장 진입 등에 대한 성숙도가 높고 스타트업의 자금 확보가 비교적 용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 스타트업이 직면한 중대한 해결 과제를 묻는 질문에 아태 지역의 다른 기업들은 무려 39%가 시장 포화와 진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한국의 경우 17%에 불과했다.

또한 자금 확보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서도 아태 지역 기업들의 경우 35%가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을 내놨지만 국내 기업들은 13%만이 이같이 응답했다.

특히 스타트업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른 아태 지역 국가의 기업들은 42.7%가 매우 경쟁적 관계라고 답한데 반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3.3%만이 경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다른 아태 지역 국가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장 진입과 자금 확보에 상대적으로 안정적 환경을 가진 국내 기업들은 어떤 부분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까.

이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정부와 공공기관과의 협력이 힘들다고 답했다. 국내 기업 중 37%가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한 것. 또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답변도 23%에 달했다.

메드트로닉 한승현 전략 이사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의료기관과의 협력 관계는 매우 돈독한 반면 정부 기관과의 소통은 어렵다는 답변이 많았다"며 "이로 인해 초기 스타트업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에 대해 다른 아태 기업들은 시장 접근성 등을 꼽은 반면 한국 기업들은 파트너쉽과 협력을 1순위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국내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로부터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갈망하고 있었다.

국내 기업들만을 한정해 혁신을 위해 필요한 과제를 묻자 절반(50%)이 다른 기업들로부터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메드트로닉은 현재 진행중인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통해 선도 기업으로서 이러한 수요를 채워간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백서를 통해 기업들의 충분한 수요를 확인한 만큼 역량 개발과 파트너쉽,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네트워크 구축 등을 도모하며 아태지역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

이를 위해 메드트로닉은 싱가폴에 아태지역 최초로 가상 현실과 의료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의 체험 공간을 디지털 메드트로닉 혁신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진행한 메드트로닉 아태지역 혁신 챌린지를 통해 새로운 파트너쉽과 스타트업 역량 개발을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특히 메드트로닉은 이에 대한 성공 사례들을 만들고자 이번 아태지역 혁신 챌린지에서 우승한 '메디씽큐(MediThinQ)'와의 협업 관계를 좋은 케이스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메드트로닉 이희열 아태지역 총괄은 "메드트로닉은 이미 10만명의 직원이 활동하고 있고 연구 인력도 1만명에 달한다"며 "이에 투자되는 연구 개발비만 해도 1년에 조 단위로 우리나라 의료기기 전체 R&D 예산보다도 많은 수준이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혁신적 아이디어는 이러한 예산과 인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메드트로닉이 가진 자본력과 유통망을 활용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메드트로닉의 전략이다.

이희열 총괄은 "이번에 아태지역 혁신 챌린지에서 우승한 메디씽큐의 혁신 기술을 보는 순간 우리가 개발한다면 수천억원의 예산을 7~8년은 걸린다고 판단했다"며 "그렇다면 우리가 이를 직접 개발하기 보다는 함께 손을 잡고 메드트로닉의 예산과 마케팅 능력, 유통망을 활용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양쪽에 다 유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협업 케이스가 바로 메드트로닉이 바라보는 효율적 협업 모델"이라며 "이러한 좋은 케이스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준다면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국내 기업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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