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디비딥] 심평원,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발표 분석
전체 한의원 중 82% 자보 청구…한의원 57% 폭증 반면 의과 10% 감소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하는 한의원과 한방병원 기세가 매섭다. 지난해 한의과의 교통사고 환자 진료비는 의과를 넘어섰다. 자동차보험 심사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위탁한 이후 처음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는 15일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은 총 2만841곳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29% 수준이다. 이를 종별로 떼어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방병원 479곳 94.6%에 달하는 453곳이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청구했고, 한의원은 1만4526곳 중 82%인 1만1918곳이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했다.
의과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이 100%, 종합병원 97%, 병원 75%가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청구했으며 동네의원은 17.4%에 그쳤다. 동네의원은 교통사고 환자 자체를 크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자동차 보험 청구 기관 숫자를 보면 병원급 이상의 참여도가 상당히 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진료비를 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교통사고 환자 진료비는 2조3916억원으로 전년 보다 2.3%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진료비의 2.5%에 불과한 비중이다.
의과 분야 진료비는 1조78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감소했지만 한의과 분야는 전년 보다 16.3% 증가하며 1조3066억원을 기록, 의과 진료비를 처음으로 역전했다.
한의과보다 종별 분류가 세분화 돼 있는 의과 영역을 자세히 보면 상급종병 진료비는 1816억원, 종합병원 3120억원, 병원 2460억원, 요양병원 657억원, 정신병원 5억원, 의원 2281억원이었다. 한방병원은 6559억원, 한의원 6972억원으로 양분돼 있었다.
즉, 같은 1조원대의 진료비라고 해도 기관별 진료비는 한의과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상급종병이 한 곳당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4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한방병원 기관당 진료비가 1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동네의원은 기관당 3856만원의 진료비를 청구했다면, 한의원은 한 곳당 5849만원을 청구했다.
한의과 진료비는 어디에서 많이 청구가 이뤄졌을까. 한의원의 진료비 78.6%는 시술 및 처치료 부분이 차지했다. 한방병원도 절반이 넘는 58.3%가 시술 및 처치료다.
지난해 다발생 상병은 상위 두 개는 의과와 한의과 모두 '목 부위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S13)', '허리 및 골반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S33)' 이었다. 이들 진료비는 의과 진료비의 27.7%, 한의과 진료비의 79.5%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의과 진료비 증가 추세는 환자 증가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 교통사고 환자는 219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2.98% 감소했다. 의과 의료기관 모두 환자가 전년대비 감소한 가운데 한의과만 환자 수가 반짝 증가했다.
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 진료한 환자 수는 149만6752명으로 전체의 68%나 차지했다. 한방병원 환자는 60만2654명으로 전년 대비 10.2% 늘었고, 한의원 환자는 89만4098명으로 1.56% 늘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입원 환자 수의 증가. 한방병원 입원 환자는 8.3%, 한의원 입원 환자는 57.2% 늘었다.
한의과의 진료비 증가 기세에 정부도 압박책을 펼치고 있다. 상급병실료와 입원료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그 일환이다.
심평원은 최근 교통사고 환자의 상급병실료와 염좌 및 긴장 등에 대한 입원료 기준을 보다 강화했다. 치료상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제한하고, 10병상 이하 의료기관에서는 일반병상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염좌 및 긴장에 대한 입원료 기준도 보다 구체화했다. 단순 통원불편, 피로회복 등을 이유로 입원하는 경우는 진료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