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최종 결정 후 1년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
기다리던 환자들 분통…경쟁 기업들 대체 마케팅 치열
국내 양압기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필립스가 유해성 문제로 리콜을 결정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제대로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필립스의 발표를 믿고 기다리던 환자들 입장에서는 1년 넘게 대책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경쟁 기업들은 서둘러 대체 마케팅을 펼치며 이탈하는 고객들을 잡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15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필립스의 양압기와 인공호흡기에 대한 리콜 작업이 지연되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얍기(양압지속기)와 개인용 인공호흡기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활용되는 개인용 의료기기의 일종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 하지만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필립스 제품에서 유해성이 적발되면서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번 리콜 사태는 지난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립스의 양압기와 인공호흡기에서 배출되는 화학 물질이 인체에 위해하다는 보고를 받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해 7월 필립스에 리콜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리콜 등급은 무려 1등급으로 이는 기기의 유해성으로 인해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되거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맞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FDA의 조사를 기반으로 잠재적 암 발생 가능성과 생명 위헙, 호흡기의 영구 손상 발생이 우려된다며 필립스 양압기와 인공호흡기에 대해 판매 중지 및 대체 권고를 내렸다.
대상 제품은 2021년 4월 26일 이전 제조된 모든 제품으로 양압기는 2만 4762개, 인공호흡기는 924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렇게 리콜이 결정된지 1년여가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제대로 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필립스는 글로벌 본사는 물론 필립스코리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빠른 대처를 강조하고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
결국 의료진이나 환자의 입장에서는 1년간 아무런 조치없이 막연하게 리콜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환자들의 불만이 이미 폭발한 상황이고 일부 환자들은 필립스측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 상태"라며 "일부 환자들은 리콜을 받은 상태지면 그마저도 수개월이 지난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야 겨우 제품을 받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차례 단체 입장에서도 문의와 항의를 했지만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며 "더욱이 1년 넘게 제품을 주지 않으면서 환불 조차 되지 않으니 환자들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필립스는 이달 이례적으로 CEO가 나서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성명을 내고 반도체 수급난과 코로나 사태 등으로 리콜이 늦어지고 있다며 2023년까지 교체 작업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현재까지 270만개 제품을 생산했으며 이중 110만대를 이미 출하한 만큼 조만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현재 리콜 물량이 전 세계적으로 550만대에 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내년 초 리콜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경쟁 기업이나 양압기, 인공호흡기 렌탈 기업들은 서둘러 대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탈하는 고객을 잡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양압기 렌탈 기업 대표는 "필립스 리콜 사태가 벌어진 직후부터 필립스 양압기를 버리고 다른 양압기로 교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며 "상당수 환자들이 건강보험을 통해 렌탈 형식으로 양압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탈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필립스 제품이 인지도가 높기는 하지만 편의성 등에서 더 뛰어난 제품들이 많다"며 "어짜피 환자들은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충분한 조사를 하고 찾는 만큼 제품 교체나 추천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