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필요조건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

권용진 교수
발행날짜: 2022-07-18 05:00:00 수정: 2022-07-18 10:30:51
  •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

성분과 효능이 같고 가격만 다르다면 그 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의사일까? 약사일까? 소비자일까? 당연히 소비자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소비자들에게 그런 선택권이 있을까?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는 의약품 처방을 받으면 의약품 택배를 받거나 처방전을 출력해 근처 약국에 가서 약을 수령하게 된다. 의약품 택배가 제도화된다고 하더라도 의약품을 바로 투약해야 하는 환자라면 처방전을 출력해서 근처 약국에 갈 수밖에 없다. 현재는 보통 동네의원이나 병원이 사용하는 의약품을 근처 약국에 알려주고 약국들이 그 의약품을 구비해 놓고 있다가 조제를 해주지만, 원격진료가 된다면 모든 약국이 모든 약을 구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체조제가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제도적으로 대체조제는 동일성분이라면 의사의 동의없이 할 수 있고 사후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환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동일성분 동일효능 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은 소비자가 아닌 약사에게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약국에서 이 약 밖에 없다는 데 소비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동일성분 동일효능 의약품으로 변경하는데 왜 의사에게 통보를 해야 하는 지 논리적으로 이해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약사 마음대로 처방보다 비싼 약이나 싼 약이나 가리지 않고 본인이 거래하는 제약회사 약으로 처방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동일성분 동일효능 의약품이 가격만 다르다면 그 선택권은 환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 선택권을 환자에게 주는 것이 어려움이 있다. 한가지 성분에 대한 제네릭 의약품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약국이 한가지 성분의 여러가지 의약품을 구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의약품 거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약국에서 약사가 선택하는 제약회사의 약을 국민에게 강제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 사후통보를 하던 하지 않던 현행 대체조제 제도는 이런 허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약국이 동네 주변 병의원이 원하는 의약품을 구비해 놓고 조제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 모든 의약품을 구비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대체조제는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행 대체조제의 허점이 해결되어야 한다. 그 대안이 바로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다. 동일성분 동일효능 의약품 중에서 모든 의약품을 구비할 수 없다면, 국민이 수용하고 동의할 수 있는 원칙에 따라 대체조제가 허용되어야 한다. 첫째는 동일성분 동일효능이 잘 지켜지는 지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는 약국에서 동일성분 동일효능 의약품군 중에서 가장 저렴한 의약품으로 대체조제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환자는 정부가 동일성분 동일효과를 인증했다면 비싼 약을 먹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제된다면 사후통보는 필요 없다. 이런 제안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이미 스웨덴과 덴마크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1개월마다, 덴마크는 2주마다 최저가 제네릭을 공고하고 그 의약품에 대해서만 급여를 인정해 주고 있다.

동일성분이면서 동일효능이라는 것을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이하 생동성시험)을 통해 입증하지만, 한번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지속적인 감시정책이 없고, 제품별이 아닌 생산라인 별로 허가하는 위탁생동성시험이라는 제도가 운영 중인만큼 질 관리가 강력히 요구된다. 이런 생동성시험 질관리는 제네릭의약품의 동일효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체조제를 반대하는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생동성시험 질관리를 전제로 한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는 원격진료를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부가적인 정책효과가 크다. 제약회사는 약가경쟁을 할 것이고, 보험재정은 절감효과는 높아질 것이다. 원격진료 자체의 허용여부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격진료가 진정한 '원격'으로서 효과를 내기 위한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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