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모시기 옛 말…곳간 비자 허리띠 조이는 기업들

발행날짜: 2022-12-14 05:30:00
  • 투자 경색 기조에 인공지능 기업 등 인력 충원 시도 올스톱
    고연봉 부담에 핵심 인력 이탈 분위기도 역력 "방법이 없다"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려 각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등 영입전에 뛰어들면서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던 개발자 인력난이 불과 몇 달만에 반전을 맞고 있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기조로 투자 분위기가 경색되면서 각 기업들이 잇따라 채용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끝없이 고공상승하던 개발자들의 연봉도 조정 분위기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투자 기조가 경색되면서 개발자들에 대한 인력난에도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1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대규모 개발자 채용과 헬스케어 기업들의 폭발적 증가로 수년간 지속되던 개발자 인력난이 완전한 반전을 맞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 AI기업인 A사 대표이사는 "올해 10여명 정도를 신규 채용할 계획이 있었지만 3명만 일단 채용을 마친 상태"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일단 개발자들의 연봉 자체가 워낙에 높게 책정돼 있어 한명 한명 채용할때마다 매달 통장 잔고가 무섭게 빠져나간다"며 "당장 다음 라운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인거비를 늘릴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기업만의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천정부지로 몸값이 올라가며 '귀한 몸'으로 불렸던 개발자들이 이제는 각 기업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채용 시장 또한 급격하게 얼어붙는 분위기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물론, 엔씨소프트 등 각 게임 기업과 헬스케어 기업들이 잇따라 채용 규모를 늘리면서 품귀 현상이 벌어졌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상반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연봉을 대폭 인상하고 스톡 옵션 등을 보장하며 인력 방어전에 나섰던 기업들 또한 급격하게 보수적으로 인력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헬스케어 기업인 B사 임원은 "사실 몇 년전부터 개발자 구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라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줬던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일부 대기업들이 아예 팀을 통째로 영입하는 경우까지 벌어지면서 개발자 방어가 핵심 업무 중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 또한 스톡옵션이나 인센티브 등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올해부터는 보수적으로 인력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결국 수요와 공급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이처럼 불과 몇 달전까지도 벌어지던 치열한 영입전이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은 대외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연이은 금리인상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기조, 킹달러 여파 등으로 투자 상황이 완전히 경색 모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라운드 투자만 진행했다 하면 수백억원이 모이고 기업 공개(IPO) 시장에 올려 놓기만 하면 수천대 1까지 경쟁이 벌어지던 상황이 완전히 반전된 이유다.

A사 대표이사는 "사실 올해 하반기 시리즈B를 예상했었지만 일단 유보한 상태"라며 "당장 급하다고 기업 가치(밸류에이션)을 반토막 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결국 스타트업은 인건비 싸움이라 당장은 어떻게든 있는 인력으로 버텨볼 수 밖에 없다"며 "당장 곳간이 비어가는데 로드맵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고연봉자들의 이탈을 바라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당장 이들의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의료 AI 기업인 C사 대표이사는 "지난해 채용했던 인력 중 일부는 이미 분위기를 읽고 타 업계로 이직했다"며 "솔직히 지난해 같으면 펄쩍 뛸 일이지만 오히려 지금은 내심 다행스러운 생각도 든다"고 귀띔했다.

또한 그는 "다른 기업 얘기를 들어봐도 올해 고액 연봉 개발자 임금을 거의 동결하겠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대놓고 정리할 수는 없으니 알아서 나가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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