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쏟아지는 의료계, 희망은 대통령거부권?

이세라 부회장
발행날짜: 2023-02-27 05:00:00
  • 서울시의사회 이세라 부회장

서울시의사회 이세라 부회장

의료계가 2023년을 맞아 발칵 뒤집혔다.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는 법제사법위에 계류 중인 간호법 보건복지위원회안(대안)(이하 간호법안)과 의료법 일부개정안(이하 의사면허취소법)을 국회 본회의로 직행하도록 의결했다.

여소야대 상황이기에 두 법안은 본회의에서 과반 찬성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 임시총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악재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개정된 법률에 의해 수술실 CCTV 설치 하위법령 제정,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기기 허용 판결이 나오는가 하면, 혈액(검체)검사 위탁기준 고시 제정 문제까지 의사들에게 쏟아지고 있다.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된 비대면 진료 문제와 향후 논의될 의대 정원 증원의 방향성도 핵심 쟁점이다.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하여 정부는 각종 자료를 언론에 노출시키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실손보험 관련 법 제정은 양념이다.

의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전공의, 전임의, 입원전담전문의, 임상교수, 공공임상교수 등에 대해 정상적인 고용을 하지 않고, 각종 편법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해 온 것이다. 그 뒷면에는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통제' 속에서 대형병원을 운영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또 영상진단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수익이 더 증가하다 보니 문진, 시진, 촉진 등 의사의 의료 행위는 최소화하고, 검사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료 행태가 변화했다. 여기에 비급여로 분류된 의료행위가 적응증이나 기준이 없이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에게 시술되면서 실손보험사와의 갈등으로 소송이 양산되고 있다. 각종 규제 법률제정 요구 등으로 양자의 관계는 악화일로이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공정한 저수가 정책과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지정하는 당연(강제)지정제다.

현재 필수의료 문제의 해결책으로 정부가 제안한 지원방안도 해석을 다시 하면 '저수가를 강제'한 것이 문제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박리다매로 진료를 하던 소아청소년과는 '산술급수적 저출산'으로 인한 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의 '기하급수적 급감'에 따라 극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어린이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의사가 아닌 정부 정책 잘못"이라며 "건강보험이 부족하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꾸라"고 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인지 대통령이 제시한 셈이다.

간호법을 강제로라도 제정하려는 속내는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에 있다. 그들의 처우 개선이 어려운 이유는 건강보험에서 간호사들에게 지출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제도는 의사, 간호사는 물론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직역들의 처우 개선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 직역만 법으로 분리하여 가정 방문 간호나 병원 내에서 의사 대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간호사(PA, UA)를 합법화하고 차후 의사의 지도 감독 없이 독립적인 간호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의사에게 지출되는 의료비를 줄이고 간호사에게 지불하겠다는 초석으로 변할 것이다. 나머지 직역들도 같은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할 직역들 간 불신과 불화와 분열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이것은 국가적인 재정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기억을 되돌리자. 무엇보다 의약분업으로 건강보험 재정지출은 급증하였고 국민은 아직도 병원과 약국을 두 번 다녀야 한다. 간호법으로 간호사가 독립하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당시 의약분업 재평가를 약속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2001년 의사들에게 제공되었던 일당 처방료가 '한정된 재원'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삭제됐고 그 결과 의사들은 연간 수천억 원을 수십 년째 빼앗기고 있다.)

어제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이 패스트트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현장에서 느낀 보건의료인의 목소리는 생존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의결하여 자신들의 오만한 판단을 멈추지 않을 할 것이다.

이제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인들은 '대통령 거부권'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거부권을 행사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비대면 진료 확대, 의대정원의 증원에 협조하고 보건의료인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도록 노력 해야한다. 의사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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