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및 헬스케어 기업 등 다학제 구성 재택의료학회 창립
바람직한 재택의료 모델 창출 목표…"정책적 뒷받침 필요"
대학병원 교수진과 개원의, 간호사와 물리치료사는 물론 헬스케어 기업들이 모여 디지털헬스케어와 결합된 바람직한 재택의료 모델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구심점은 바로 대한재택의료학회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바람직한 모델을 만드는 것은 물론 사회적 여론 환기를 통해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을 이끌어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한재택의료학회는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창립총회 및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학회의 공식적인 출발을 알렸다.
학회는 창립을 주도한 강윤규 국립재활원장을 명예회장으로, 이건세 건국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를 초대 회장으로 선임했으며 이사장에는 고려대 의과대학 신경과 박건우 교수가 임명됐다.
또한 이날 창립을 기념해 개최된 심포지엄에서는 미국 홈헬스케어 모델은 물론 일본 등의 사례를 공유하고 국내에서 시도되고 있는 디지털헬스케어 기반 재택의료 모델 등도 함께 공유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급격한 고령화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도 더이상 재택의료 서비스의 도입을 미룰 수 없다는데 의견을 함께하며 학회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바람직한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강윤규 명예회장은 "정부 또한 재택의료를 사회 구조와 의료 환경 변화에 따른 주요 대응 목표로 삼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범사업 등에 그치고 있다"며 "특히 공공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빠르게 민관이 함께 하는 모델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건우 이사장도 "결국 재택의료의 핵심은 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시작하는 문제"라며 "의료와 복지의 교집합에 있는 부분인 만큼 학회 등을 포함한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학회는 일단 바람직한 재택의료 모델을 정립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의료만으로도, 복지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인 만큼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예산이다. 현재 정부에서도 일부 시범사업을 진행중에 있지만 참여도가 상당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 현재 시범사업을 통해 지급되는 수가 등으로는 절대 재택의료를 제도권으로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건세 회장은 "현재 진행되는 대다수 시범사업 모델을 보면 의사가 방문하거나 간호사가 방문하면 몇 만원 정도의 수가를 가산하는 방식"이라며 "이렇게 일부 행위에 찔끔찔끔 수가를 더 얹어주는 방식으로는 재택의료가 절대 자리를 잡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완벽하게 포괄적이고 혁신적인 수가 구조가 필요한데 현재 수십년을 이어오며 굳어진 행위별 수가제도 아래서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패키지 형태의 수가 체계가 베스트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 상담료를 화대하는 등의 점진적 방법이라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전문가들은 현재 시범사업 형태의 재택의료 모델로는 의사도, 환자도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는 구조로는 절대로 생태계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건우 이사장은 "일부 전업으로 방문진료 등을 하고 있는 젊은 의사들과 얘기해보면 사실상 굶어죽기 직전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방문진료를 진행할 수 있는 의사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단 과연 재택의료가 국민 보건에 얼마나 유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와 경제성 분석이 나와야 정부가 움직일텐데 이에 대한 근거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학회를 통해서라도 이러한 분석과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면에서 학회는 디지털헬스케어를 통한 접근도 필수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한정된 예산으로 의사 등 인력적인 로딩을 덜기 위해서는 디지털헬스케어가 필수적 도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박건우 이사장은 "이미 홈헬스케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대면 진료 등 다양한 키워드로 디지털헬스케어가 의료에 들어오고 있으며 이는 절대 다르지 않은 하나의 줄기"라며 "제대로된 수가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 결국 의료인의 인건비를 대체하는 다른 인프라가 필요하고 이는 디지털헬스케어 외에는 답이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재택의료의 취지를 고려할때 일단 의사가 한번은 환자를 방문하고 그 환자의 상황과 병세에 맞춰 적절한 디지털헬스케어 도구를 선택한 뒤 이후 이를 접목해 관리하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다"며 "의료의 질을 보장한 채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학회는 일단 이러한 시스템의 효용성과 필요성에 대한 홍보를 먼저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의사와 환자가 모두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법에 동의해야 재택의료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건세 회장은 "재택의료와 관련해 너무 많은 직역과 관계자들이 물려 있는 만큼 이해 관계 조정이 가장 어려운 과제"라며 "일단 이러한 시스템이 있고 이 정도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게 하고 알게 하는 것이 학회의 가장 큰 당면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건우 이사장도 "결국 찾는 사람이 있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야 공급도 생겨나는 것"이라며 "의사들이 알고 국민들이 알아야 여론이 형성되는 만큼 최대한 바람직한 케이스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홍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