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5년째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 축적 데이터가 한몫
법조계 "무죄 주장 안 통해…형량 낮추는 방안 고민해야"
정부가 '마약' 범죄를 꼭 처벌하겠다며 범정부적 대응을 선포한 가운데 의료계에도 마약 범죄 단속에 대한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습이다.
20일 의료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프로포폴,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처방 등으로 형사 처벌 위기에 놓여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의사가 최근 들어 체감상 늘고 있다.
의료전문 A변호사는 "정부의 관심도 관심이지만 유아인 사건 등으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니 경찰이 더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처방전 없이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한다거나 의료적인 목적 외에 제3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전혀 증상이 없음에도 페치딘이나 데메롤 같은 마약류를 처방하는 것은 집중 단속 대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사 출신 또 다른 의료전문 B변호사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경찰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의사들의 상담이 부쩍 많아졌다"라며 "식약처를 중심으로 수사기관, 지자체가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마약 범죄 단속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은 관련 사건이 주를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고 있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한 몫 했다. 식약처 오유경 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유아인을 적발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시스템의 성과라고 자평할 정도였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은 의료용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의 유통, 제조, 처방 및 조제 등 전주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보고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2018년 5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6억5000만개의 데이터가 쌓였다.
실제 식약처는 시스템을 활용해 마약류 식욕억제제, 프로포폴, 졸피뎀을 처방 기준에서 벗어나 부적정하게 계속 처방한 의사 219명에게 기준을 벗어난 처방 투약 행위 금지 명령을 발동했다.
지난해 4월에는 식욕억제제 등을 기준에 벗어나 처방한 의사 4154명에게 경고 조치했고 이후 해당 의사의 처방 내역을 추적 관찰하기도 했다. 219명은 식약처의 경고에도 처방 행태가 개선되지 않은 의사다.
또 처방량이 지나치게 많은 의료기관을 아예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배우 유아인도 이 과정에서 적발된 것이다. 지자체는 해당 시스템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의 입고, 양도, 양수, 지연보고 등에 문제가 있는 의료기관만 아예 리스트업 해 집중 점검을 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한 피부과 원장은 "식약처 마약류통합시스템에 데이터가 쌓이면서 확실히 처방 오남용으로 적발되는 의사가 많아졌다"라며 "환자 스스로도 마약류 처방을 얼마나 받았는지 알 수 있지만 의료기관도 해당 환자가 최근 1년 사이 다른 곳에서 얼마나 투약을 받았는지 조회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톡스, 피부 리프팅 시술 등은 그냥 해도 되는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프로포폴을 사용하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유흥가가 집중된 지역은 더 흔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사실 이미 약에 중독된 환자가 강력하게 요구하면 의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처방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형사 사건에 휘말린 의사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개인정보보호의 한계로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최근 정부가 공개한 통계, 국정감사 등에 등장한 통계에서 분위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성분은 총 409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마약류 사범 5809명을 적발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4%나 늘어난 숫자다.
식약처 통계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 처방 시 의사 이름과 출생연도가 환자 내역과 같은 일명 '셀프 처방' 사례는 최근 5년간 연간 7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5595명이 총 51만3110정을 자가 처방했다. 마약류 의약품을 환자에게 과잉 처방하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 스스로에게 처방하는 것도 늘고 있다는 것.
의료전문 C 변호사는 "사실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의사들이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라며 "혐의를 인정하면서 형량을 최대한 낮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는 편"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