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 주인공 ADAURA 연구 후폭풍...연구자들 토론 활발

발행날짜: 2023-06-14 13:37:25 수정: 2023-06-16 08:02:48
  • 수술 후 보조요법 전체 생존율 51% 개선 효과 불구
    윤리성, 안전성, 투여기간 등 임상적용 평가 잇따라

예일의대 로이 헐버스트 교수가 지난 4일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ADAURA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폐암 수술 후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 투여한 후 장기 생존 효과를 본 ADAURA 연구가 전격 공개된 가운데 다양한 후속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일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에서 공개된 ADAURA 연구는 일명 어주번트(Adjuvent)로 불리는 수술 후 투여 시 장기간 무진행 생존율 관찰에 이어 추가로 전체 생존율까지 평가한 연구다.

지금까지 절제 가능한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수술 후 TKI 제제 투여의 역할은 다소 분명하지 않았고, 게다가 이미 허가된 1차와 2차 치료 외에 또다른 확장을 가능케한 연구라 발표 당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는데 그런 만큼 많은 논평도 쏟아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윤리성, 안전성, 투여기간 적절성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국내 연구자들의 의견이 활발하다.

ADAURA 연구의 시작 배경

ADAURA 연구는 3세대 EGFR TKI 제제를 수술 직후 사용했을 때 장기 생존 효과를 보기 위해 진행된 연구다. 보통 수술로 종양을 떼어내면 그대로 경과를 관찰하거나, 항암요법을 쓰는데 3세대 EGFR TKI 를 썼을 때 그만큼 생존율이 늘어날 수 있는지는 물음표였다.

이 연구가 시행된 배경에는 앞서 진행했던 몇몇 연구들이 시초가 된다. 2018년 란셋 온콜로지에는 절제 가능한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중국 환자를 대상으로 게피티닙(1세대 EGFR TKI)과 항암화학요법을 비교한 AJUVANT/CTONG 1104 연구 결과가 실린 바 있다.

연구 결과, 2년 투여 후 게피티닙 군은 대조군 대비 무진행 생존율을 40%나 연장시키며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전체 생존율에서는 차이가 없었다(2021년 미국암학회지 JCO에 발표).

1세대 EGFR TKI 제제의 어주번트 요법을 연구했던 과거 연구들. 중국과 일본 연구로 란셋과 미국암학회지에 실렸었다.

그 후로 4년 뒤인 2022년 다시 미국암학회지(JCO)에 동일한 디자인으로 일본에서 진행된 IMPACT 연구가 실렸는데, 여기에서는 무진행 생존율도, 전체 생존율도 차이가 없었다.

2021년 란셋 호흡기 저널에 발표된 EVIDENCE 연구에서는 아이코티닙과 항암화학요법을 비교한 중국 연구가 실렸다. 그 결과, 아이코티닙군에서 64%의 무진행 생존율 개선을 이룬바 있지만 전체 생존율은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일관성이 없는 결론이 나오자 1세대 EGFR TKI 제제의 어주번트 요법의 효과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사이 세월이 흘러 3세대인 오시머티닙을 주치료로 평가한 ADAURA 연구가 나온 것이다.

ADAURA 결과 오시머티닙 OS 51% 개선

많은 연구자들이 ADAURA 연구에 주목한 배경은 3세대 EGFR TKI 제제의 어주번트 연구라는 점이다. 게다가 글로벌 3상 무작위 대조군 연구, 600명 이상 대규모 환자가 참여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 연구는 비소세포폐암 IB에서 IIIA에 해당되는 682명의 환자를 수술 직후 오시머티닙과 위약을 투여하고, II/IIIA 대상에서 무진행 생존율(1차 평가분석)과 전체 생존율(2차 평가분석)을 순차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II/IIIA 환자군의 오시머티닙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65.8개월, 위약군은 21.9개월을 기록하며, 73%의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효과가 있었다. 특히 뇌전이 재발 위험도 76% 막았다(2022년 JCO 발표).

ADAURA 연구 결과는 오시머티닙군에서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을 51% 개선했다.

이번에 추가로 공개된 전체 생존율은 오시머티닙군과 위약군 각각 85%와 73%로, 오시머티닙 환자가 51% 가량 더 오래 생존했다. IB 병기를 포함한 모든 환자군에서도 전체 생존율 개선효과는 51%로 동일했다.

이 같은 효과는 성별, 흡연이력, 인종, 항암화학요법 유무에 상관없이 고르게 나타났는데, 1차 치료 효과를 본 FLAURA 연구에서 보여준 것처럼 L858R 유전자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연구를 발표한 예일의대 로이 헐버스트 교수는 강력한 생존율 개선을 강조하며 표준치료를 시사했다. 그는 “모호했던 기존 연구에서 3세대 EGFR TKI 제제가 절제 가능한 환자들에 무진행 생존율과 전체 생존율 개선을 입증해냈다”며 “이번 연구를 토대로 오시머티닙이 어주번트로서 새로운 표준치료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DAURA 연구는 조기 단계의 비소세포폐암을 위한 정밀 표적치료에서 새로운 장을 연 획기적인 연구”라고 높이 평가했다.

토론의 시작 재발환자 평가와 안전성 그리고 비용

연구가 발표되면서 국내 전문가들은 ADAURA 연구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효과 논외로 화두가 되고 있는 부분은 윤리적 쟁점, 불필요한 투여, 경제적 비용 증가, 내약성의 보고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윤리적 쟁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위약군에서의 재발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오시머티닙과 위약군의 재발율은 27%(93명)와 60%(205명)로, 이 중에서 EGFR TKI 제제를 투여받은 환자 비율은 각각 62%(58/93명)와 79%(162/205명)였다. 또한 TKI 제제 중 오시머티닙 치료 비율은 오시머티닙군과 위약군 각각 33.3%(31/93명)와 38.5%(79/205명)에 불과했다.

오시머티닙군의 경우 재발하면 이전 세대나 다른 치료제로 넘어가는 옵션을 고려할 수 있지만, 위약군은 절대적으로 오시머티닙을 써야한다는 점에서 그 비율이 적었다는데 있다. 발표 현장에서도 이 질문은 가장 큰 화두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 정현애 교수도 현장 질의를 했었고, 이에 발표자인 로이 교수는 “여건상 모든 환자들이 오시머티닙을 모두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며 약제사용의 접근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고대안암 신상원 교수는 “윤리적인 차원에서 재발하면 약을 무조건 썼어야 했다. 오시머티닙은 재발한 환자에서 가장 뛰어난 약인데, 이를 못쓰는 상황으로 디자인했다는 것은 오류라고 본다. 또 그런 프로토콜을 짜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세의대 홍민희 교수는 “위약군에서 최적의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인 이유는 반대로 최적의 치료를 받았다면 전체 생존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을 수 도 있다고 보는 의견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선종무 교수는 “임상적용을 고민해야하는 임상의로서 이번 데이터를 보면 위약군의 재발 환자 중 약 2/3 정도에서만 EGFR TKI 치료를 했다는 건 우리나라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로 보인다”라며 괴리를 지적했다.

학회 참석한 전문가들도 이런 점을 들며 비현실 또는 비윤리적인 문제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이것은 곧 비과학적일수도 있다는 측면을 언급하고 있다. 나아가서 미국FDA가 이점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부분은 안전성이다. 오시머티닙은 장기적으로 썼을 때 심장독성이 증가하는데 이번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데 있다.

그간 나온 논문 종합해 보면, 오시머티닙을 썼을때 좌심실구축률이 10%이상 떨어지는 비율이 다른 TKI 대비 3배나 높다. 또 심장 부전 발생률도 2배, QT 수치 변화도 2.5배 높다. 때문에 처방의 요주의를 한다는 결론의 국내외 논문은 매년 업데이트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NEJM에 관련 레터를 보냈던 고려의대 신상원 교수는 “오시머티닙의 심장독성은 드물지만 상대적으로 높게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에서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며 “이번 ADAURA는 장기적 치료를 다룬 만큼 독성문제를 리뷰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직 없다. 미국 의학전문언론도 내약성에 대한 이슈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상원 교수가 2018년 NEJM에 보낸 오시머티닙의 안전성 관련된 레터. 4개월만에 채택되 공개되었다.

더불어 오시머티닙 투약 최적화에 대한 이슈도 있다. 고가의 치료제를 초기부터 쓰는 것이 과연 대조군 대비 효과적인가에 대한 이슈와 더불어 뒤따르는 재정독성에 대한 논평도 활발하다. 또 쓴다면 최적의 투여기간은 어느 정도이고, 누가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내성유전자 변이에 따른 효과도 아직은 명확히 답을 내릴수 없어 향후에도 활발한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홍민희 교수는 “현실적인 진료에서 접근해보면 환자가 재발이 없이 오래 치료받는 것은 전체 생존율 보다 더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 ADAURA 연구를 받아들이는 임상의의 입장이 서로 다른만큼 앞으로 더 많은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를 지켜본 울산의대 민영주 교수는 “이번 연구가 나왔지만 그동안 임상진료환경과 접근성이 많이 바뀌었다. 게다가 어떤 임상 연구도 완벽한 연구는 없고 완벽한 결론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임상연구보다 더 중요한 임상경험을 통해서 해법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익명의 교수는 "3세대 EGFR TKI 시장이 천문학적인 시장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제약사는 이번 연구를 토대로 오시머티닙을 초기부터 투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임상의들의 많은 토론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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