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R 2023 통해 건강보험 임시 등재 적정 수가 방안 제안
영상 검사 수가 5% 미만 제시…"판독료 절반 이상은 안돼"
정부가 의료 인공지능(AI)와 디지털치료기기 등에 임시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영상의학 전문가들이 선결 조건을 제시하며 무분별한 확산을 견제하고 나섰다.
비급여 적용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절대 안될 일이며 선별 급여 또한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료의 절반 이상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것이 학회의 의견. 또한 급여 조건이 되는 혁신의료기술 평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대한영상의학회는 20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KCR 2023(The 79th Korean Congress of Radiology)에서 이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보건복지부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의료 인공지능과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해 최대 3년간 임시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임시 등재' 방안을 보고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이같은 임시 등재의 기본 원칙과 수가 산정방법에 대한 의견 조회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급여 적용 가이드라인을 마련중에 있다.
이에 대해 영상의학회는 일단 이같은 임시 등재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상의학회 최준일 보험이사(가톨릭의대)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의료 인공지능과 디지털치료기기 등에 대한 보험 적용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며 "의료 AI와 밀접한 영상의학 전문가로서 영상의학회는 이같은 보상 논의에는 원론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하지만 무분별한 등재나 수가 적용은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전문가로서 적절한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며 "잘못된 정책은 국민 부담은 물론 의료체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단 영상의학회는 혁신의료기술 지정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혁신의료기술이란 한국보건의료원(NECA)가 주관하는 '혁신의료기술 평가제도'를 통과한 기술을 의미한다.
현재는 의료 AI 중 단 3개만이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돼 있지만 이 트랙은 단지 기술만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향후 의학적 근거가 떨어지는 기술이 속속 들어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 영상의학회의 우려다.
최준일 보험이사는 "혁신의료기술 평가가 기기에 대한 기술 평가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에서 의학적 근거가 떨어지지만 말 그대로 기술만 좋은 것들이 향후 임시 등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되면 의료 AI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해당 기업을 지원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혁신의료기술 지정시 단순히 안전성과 유효성만 보지 말고 의학적 가치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찬가지로 영상의학회는 의료 AI 등에 대한 수가 상한선도 분명히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도하게 수가가 적용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영상의학회는 의료 AI에 대한 수가를 현재 영상의학과 전문의 가산료의 절반 이하로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일 보험이사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단순히 판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의 품질관리와 수케줄 조정, 주치의와의 컨설트, 영상검사 부작용에 대한 대처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며 "이 업무 중에서도 영상 판독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AI의 가치는 전문의 가산료의 절반 수준도 과도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현재 전체 영상검사 수가의 10% 정도가 영상의학과 전문의 가산료인 만큼 의료 AI의 수가는 절반인 5%를 넘지 않아야 한다"며 "영상의학과 전문의 업무의 극히 일부를 담당하는데다 책임 소재 문제에서도 AI는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영상의학회는 현재 선별급여 외에 비급여 적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대 의견을 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이 이를 위한 돈벌이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급여로 이를 풀어줄 경우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준일 보험이사는 "실제 일부 기업은 이미 검사 수가의 30%에 달하는 비급여 비용을 청구할 계획을 제안하기로 했다"며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다양한 역할에 비해 매우 적은 업무를 담당하는 AI에 대한 보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나아가 임시 등재 기간에 높은 비급여 가격을 받아 수익을 얻은 뒤 신의료기술평가 등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시장에서 철수해 버리는 도덕적 해이의 우려도 있다"며 "비급여로 지정될 경우 가격을 통제할 기전을 잃는다는 점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