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기 칼럼]"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할 때다"(48편)

백진기 한독 대표
발행날짜: 2023-11-09 05:30:00

"라떼는 말야" 한창 고성장하던 때라 장교출신이면 여기저기 합격을 했다. 4년제 대학을 나온 이가 지금의 1/8수준이었다. 아마 군대에서 리더십을 경험했으니 회사에서도 잘 하겠지 하는 기대로 입사가 비교적 쉬웠다.

그룹사는 모두 그룹차원에서 수십, 수백명의 장교출신들을 동시에 선발했다. 그룹사에 합격하면 어느 회사, 어느부서, 어디에 배치될지 몰랐다. 회사도 모르고 산업에 개념도 모르고 다들 그냥 입사했다. 꼭 군대를 다시 들어가는 것 같아 나는 회사와 직무가 명확한 곳을 선택했다.

그곳이 40여년의 직장생활을 하게 된 한독과 인사업무다.

1) 인사과=’대서방’시절

그때는 무엇이든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할 때다. 회사문화도 군대문화와 같았다. 이대로 하라고 하면 군말없이 이대로 했다.

"이 직원을 저 부서로 인사명령내세요"란 임원들 지시에 단순이 '가리방'만 긁었다. 영혼없이, 자기의견없이 시키는 대로 인사명령 내던 때가 '인사=대서방(요즈음은 법무사,의뢰인이 시키는 것을 양식에 맞게 써주는)'시절이었다.

그러다가 본인의 의견을 달면 큰일나는 줄 알았다. 회사 인사가 어떤 때는 이렇게 하고, 입맛이 다를 때는 저렇게 하였다. 왔다갔다했다.

2) 인사부서시절 personnel affairs dept.

근로자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노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개개인은 약하니 노조라는 단체뒤에 숨어 소리를 냈다(collective agreements, collective negotiations). 서서히 인사원칙 없이 접근하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인사의 의견이 꼭 필요했다. 그러다가 나도 머리가 굵어 졌다. 인사요원이 인사노무관리업무의 주인공이 되었다.
'대서방'에서 껍질이 벗겨져 비로서 독립적인 '인사부서'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여러 관리부서내의 인사부서였다.

3) 인력관리부서시절 Human Resource Management Dept.

인력관리부서Human Resource Dept.의 역할은 회사의 변화만큼이나 변화무쌍하게 바꿨다. 외투법인이었던 한독은 파트너사의 거듭된 M&A덕분에 HR이 그 변화에 중심에 섰다. 글로벌차원에서 수차례 M&A가 진행되자 국내에서도 관련회사들이 이합집산 되었다. 중복된 직책,직무가 수두룩하였다.

ERP early retirement program을 돌리고 많은 직원들이 직장을 떠났다. 이들을 위해 out placement program을 가동시켰다. 인재들이 들고 나가는 것이 빈번하다보니 승계계획succession plan도 중요해 졌다. 보상수준도 내부형평internal equity만 중시해서는 인재를 불러올 수도, 유지할 수도 없었다.

인재유치attractive, 인재유지 retention을 위해 노동시장도 볼 수 밖에 없었다. 외부형평external equity도 추가했다. 이때는 회사마다 인사문제가 산적하니 무슨 일만 터지면 소방수처럼 그 일에 참가했다.

호봉제, 연공급제, 연공서열제, 부과제 등 지금도 어떤 회사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구제도와 팀제, 성과주의 능력주의 등 새로운 인사제도들과의 대충돌의 시대였다.

인사제도의 핵심가치는 경직성, 연공서열에서 참여participation과 유연성flexibility, 성과와 능력performance
driven으로 옮겨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했다. HR부서 혼자만이 아닌 전 부문의 리더들이 인사관리에 적극 참여하는 시기다.

4) 이미 와 있는 미래의 인사는 개인화인적관리 tailored systems, 전략적인적자원관리strategic HR시대이다.

지금도 인재의 경우는 고용결정권이 본인에게 있다. 앞으로는 더 확대되어 인사주체가 ‘직원개인’이 될것이다.
당연히 인사기능도 개인맞춤형이 될 수 밖에 없다. 회사측면에서도 현재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HR의 기능뿐만아니라 전략적파트너로서의 HR역할을 해야 한다. 회사에서 전략을 수립할 때 “HR불러, CHRO를 불러”란 소리가 나와야 한다.

지금 우리회사는 1) 2) 3) 4)에서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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