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한 번, 쓰레기 여섯 봉지

스테리케어 박선영 대표
발행날짜: 2025-12-22 05:00:00
  • 스테리케어 박선영 대표

나는 네덜란드 예술가 마리아 코이크(Maria Koijk)의 작품을 잊지 못한다. 그는 한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이 끝난 뒤 배출된 모든 쓰레기를 모아 전시장에 전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단 한 번의 수술에서 무려 여섯 봉지의 쓰레기가 나왔다. 장갑, 수술 가운, 주사기 포장지, 거즈, 튜브, 마스크…. 수술은 환자의 생명을 살렸지만 동시에 지구에는 거대한 짐을 남겼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숨이 막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병원에서 매년 약 3천만 톤의 의료폐기물이 발생한다고 추산한다. 그 상당수가 일회용 플라스틱이다. 감염 방지라는 명분 아래,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일회용품을 당연하게 소비해 왔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지구의 안전을 포기해야 하는가?"

우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나는 이 문제를 환경 문제라기보다 공중보건 문제로 본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중금속,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우리의 호흡기와 식탁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단순히 분리배출이나 소각 기술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는 근본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재사용 가능한 의료용품이 답이다.

캐나다의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Memorial Hospital은 재사용 수술 가운이 일회용 가운보다 9배 저렴하다고 보고했다. 토론토 지역 병원들은 팬데믹 초기 2년간 재사용 가운 도입으로 약 7천만 달러를 절약했다. University Health Network(UHN)는 하루 12만 벌의 재사용 가운을 세탁·공급하며 일회용품 부족 사태를 극복했다. 나는 이 수치를 볼 때마다 환경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음을 확신한다.

물론 재사용이 만능은 아니다. 철저한 세탁과 멸균, 품질 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충분히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나는 이것이 지속 가능한 의료의 미래라고 본다.

마리아 코이크가 보여준 여섯 봉지의 쓰레기는 단순히 충격적인 예술적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현실의 축소판이다. 나는 이 장면을 잊지 않으려 한다. 환자를 살리는 손길이 지구를 병들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병원은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일회용에 의존하는 과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재사용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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