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유전자 검사 없이도 간암 예측…AI가 만든 저비용 시대

발행날짜: 2026-03-27 12:06:31
  • 전자 건강 기록과 일반 혈액 검사만으로 정확도 88% 기록
    고비용 정밀 분석 시대에 경종…의료 비용 구조 전환될까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환자의 전자 건강 기록(EHR)과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간암을 매우 높은 정확도로 잡아내는 인공지능(AI) 모델이 나와 주목된다.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고가의 정밀 유전자 분석과 유사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료 비용 구조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가의 유전자 검사 없이 간암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이 나왔다.

26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일상적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간세포암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한 검증 연구 결과가 미국 암 연구 협회 공식 학술지 Cancer Discovery에 게재됐다(10.1158/2159-8290.CD-25-1323).

현재 간암 검진은 주로 간경변, 바이러스성 간염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 환자는 정기적인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추적 관리가 권고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에서도 간암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보고에 따르면 전체 간세포암 사례의 약 69%가 기존에 간경변이나 만성 간질환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검진 체계가 상당수 환자를 놓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독일 아헨 공과대학 캐롤린 슈나이더( Carolin Schneide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보다 넓은 인구를 대상으로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AI 모델 개발에 나섰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포함된 5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학습시켰으며 이 중 538건의 간세포암 사례를 분석에 포함했다.

모델은 다수의 의사결정 트리를 결합하는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방식으로 설계됐다. 환자의 다양한 임상 변수를 기반으로 반복적인 분류를 수행한 뒤 이를 종합해 최종 위험도를 도출하는 구조다.

그 결과 인구통계 정보, 전자 건강 기록, 혈액 검사 데이터를 결합한 모델은 AUROC 0.88의 성능을 기록했다.

AUROC는 환자와 비환자를 구분하는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성능이 높다. 일반적으로 0.8 이상이면 높은 수준의 예측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유전체나 대사체와 같은 추가적인 고비용 데이터를 포함해도 성능 향상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한 해당 모델의 성능을 기존 간암 위험 예측 지표들과 비교했다.

비교 대상에는 간 섬유화 평가에 활용되는 FIB-4, APRI, NFS 점수와, 임상 변수 기반 위험 예측 모델인 aMAP 등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AI 모델은 실제 간암 환자를 더 높은 비율로 찾아내면서 위양성(false positive)은 더 적게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약 15개의 기본 임상 변수만으로 구성한 간소화 모델에서도 기존 지표보다 우수한 성능을 유지했다.

이는 추가적인 검사 없이도 기존 진료 데이터만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 적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캐롤린 슈나이더 교수는 "복잡한 유전자 분석 없이도 일상적으로 수집되는 임상 데이터만으로 간세포암 위험을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모델은 1차 의료기관에서도 고위험 환자를 선별해 검진으로 연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존처럼 대형 병원 중심의 검진 체계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의료 환경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모델의 일반화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All of Us' 코호트(40만 명 이상)를 활용한 외부 검증도 진행했다.

해당 데이터에는 다양한 인종과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인구가 포함됐다.

검증 결과 모델은 다른 집단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며 특정 인구에 편향되지 않는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간단한 임상 데이터만으로 간암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기존 검진 체계에서 놓치던 환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경우, 향후 간암 진단 및 검진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전향적 연구와 함께 각국 의료 환경에 맞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캐롤린 슈나이더 교수는 "약간의 교차 검증만 더 이뤄진다면 이 모델은 고가의 유전자 검사 등을 대신할 수 있는 매우 저비용의 고효율 검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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