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택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식약처는 2026년 6월 10일 '디지털의료기기 표시기재 가이드라인'을 개정·발행하였다. 2025년 11월 최초 제정 이후 약 7개월 만에 이루어진 이번 개정은 소프트웨어 특성에 맞는 제조번호·제조연월·버전정보 기재 요령을 명확히 하고, 소프트웨어 내장 디지털의료기기의 표시기재 방식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의료기기에 포함된 소프트웨어는 인허가 이후에도 업데이트나 업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사용 시점마다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표시기재 방식으로는 이러한 특성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 구체적인 이행 기준을 제시한다.
이번 개정의 핵심 중 하나는 제조번호·제조연월·버전정보의 기재 기준을 소프트웨어 특성에 맞게 정립한 것이다. 제조번호는 최초 생산된 소프트웨어 버전의 배포일자 또는 자사(제조원)의 품질관리체계에 따라 기재하고, 제조연월은 현재 소프트웨어 버전의 배포일자 또는 자사 품질관리체계에 따라 기재하며, 버전정보는 현재 버전을 허가·인증·신고 기준 또는 자사 품질관리체계에 따라 기재한다. 이처럼 소프트웨어의 버전 관리 주기 기재 방식은 업계의 혼선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표시기재 방법으로는 소프트웨어 작동 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화면, 전자바코드, 제조·수입업자의 인터넷 홈페이지, 구독자 이메일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제품을 구매·구독 또는 설치·사용할 때 해당 매체(예: 홈페이지 주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 또는 고지하여야 한다. 또한 표시기재 사항에 변경이 생긴 경우에는 품질관리체계에 따라 변경이 이루어진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최신화하여 제공하여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디지털의료기기는 제품의 작동 형태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설치형은 내장형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 하드웨어에 설치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경우로 독립형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 표시기재 요령을 따른다.
둘째, 연결형은 내장형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설치되지 않고 별도의 서버·범용컴퓨터·클라우드 등에 설치되어 작동하는 경우로, 마찬가지로 독립형 표시기재 요령을 따른다. 다만 의료기기 하드웨어에 설치된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소프트웨어인 경우에는 별도의 표시기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셋째, 액세서리 소프트웨어형은 디지털기술이 적용된 액세서리 소프트웨어만을 포함한 경우로, 악세사리 및 전자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기재 요령을 따른다.
AI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의료기기는 인공지능 모델의 훈련방법 및 학습데이터의 정보(적용 알고리즘, 데이터수집 시기·기관·규모, 업데이트 예상 주기 등), 예측되는 성능의 범위 및 한계(임상시험 또는 알고리즘 성능평가 결과, 영상 품질이나 데이터 구성에 따른 성능 한계 등), 제3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개발·구현된 경우에는 해당 서비스의 종류 및 구성 형태 등을 표시기재 하여야 한다. 아울러 변경관리 계획의 범위에서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변경 내용 및 결과를 선택적으로 표시기재 할 수 있다.
생성형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경우에는 환각이나 예상과 다른 출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명시하고, 사용자가 생성된 결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시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안내하는 내용도 포함하도록 예시하고 있다.
초고성능컴퓨팅기술(LLM 등)이 적용된 디지털의료기기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방법으로 달리 표시기재할 수 있다.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 및 '전문가용' 표시는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6포인트 이상의 글자 크기와 굵은 글씨, 색깔 또는 글상자를 사용하여야 한다. 특히 '전문가용' 표시는 허가증 또는 인증서의 비고에 '전문가용 디지털의료기기'로 기재된 경우에만 표시할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디지털 의료기기 표시기재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으나 몇 가지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생성형 AI와 초고성능컴퓨팅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 만큼 기계학습 기반 제품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이들 제품에 대한 세부 표시기재 기준이 지속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도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방법으로 달리 표시기재 할 수 있다"고 이 점을 열어두고 있으나, 현장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문안이 필요하다.
또한 UI, 전자 사용설명서(e-IFU), 인터넷 홈페이지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한 정보 제공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접근성 확보 방안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은 점자, 음성·수어영상변환용 코드 등을 병행 표시하거나 음성 안내·문자 확대 등 전자적 방법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권장 사항이 디지털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연계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의료기기의 정확한 표시기재는 단순한 법적 의무 이행을 넘어, 사용자가 제품의 성능과 한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산업계,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