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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벌 이력 공개법 추진에 허탈해하는 의료계 "사형선고"

발행날짜: 2026-08-07 11:56:24
  •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과거 사고 하반신 장애 경험 털어놔
    의료계 "죽어가는 필수의료에 호흡기 때는 격" 의협 "반대"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환자가 진료·수술을 받기 전 담당 의료인의 의료사고 관련 형사처벌 확정판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가 살생부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초선·비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환자가 진료·수술을 받기 전 담당 의료인의 의료사고 관련 형사처벌 확정판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사고 이력공개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며, 환자가 진료나 수술을 받기 전 담당 의료인의 의료사고 이력 정보를 확인해 정보 비대칭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의원은 과거 10대 시절 척추측만증 수술 중 의료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앓고 있다. 故 신해철·권대희씨 사례 등이 언급되며, 국민 안전과 알 권리 차원에서 일부 확정판결 내역은 제한적으로라도 공개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이 의원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수술대에 오르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29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기 전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확정판결 이력의 공개 필요성을 짚어보고 구체적인 제도 설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주제발표를 맡은 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27년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을 언급하며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감면 특례 신설로 의료인 부담이 완화되는 만큼, 환자 알 권리와 안전을 위한 보호장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박 교수는 의사 징계·처벌 이력을 공개하는 미국·영국 사례와 변호사·회계사 등 국내 타 전문직 사례를 제시하며, 중대 과실 업무상과실치사상, 성범죄, 무면허·대리수술 등 형사처벌 확정판결 이력을 인터넷으로 단계적 공개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환자단체 쪽에서는 의료행위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확정된 경우를 우선 공개 대상으로 검토하고, 실형·집행유예에 따라 공개 기간을 달리하되 선고유예는 이력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환자·시민단체도 환영하는 입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가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장치"라고 밝혔고,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역시 정보 부족으로 환자 선택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보 제공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토론회에 불참했는데 이후 의협 대변인은 "의협은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이 제도를 "죽어가는 필수의료의 호흡기를 떼는 악법"이라 규정했고, "의사들은 이미 높은 사법 리스크 속에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술실 CCTV 설치, 언론의 일방적 비판, 의료진을 향한 폭언과 폭행 등을 감내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직접 면담하면서 우려를 전달했다. 임 회장은 의료인 형사이력 공개 법안이 필수의료 기피를 심화시켜 소아진료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특히 임 회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유죄가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소아심장흉부외과·산부인과·신경외과·응급의학과등 생명을 다루는 과들에 구조적으로 집중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명단에 오르는 순간 의사 생명에 대한 사형선고이자 사실상의 살생부로 기능해, 필수의료를 지망하는 젊은 의사들에게 '이 길로 가지 말라'는 강렬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임 회장의 말처럼 가뜩이나 어려운 의료환경에서 의료인 의료사고 공개를 법적으로 강제화하면 필수의료의 기피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의료윤리학회 어은경 교육이사는 "의료사고와 민·형사 판결을 별도의 전문직 심사 없이 곧바로 의사 개인의 공개이력으로 전환하면 고위험 진료 회피와 필수의료 이탈, 환자안전 보고 위축 등 새로운 위험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는 이 의원의 개인적 경험(척추측만증 수술 후 장애)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를 입법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국회의원은 사적인 은원을 떠나 공평무사하게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성남시의사회장은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부 사법부의 형사 처벌 판결, 천문학적인 민사 배상금, 의료 소송을 부추기는 일부 변호사들과 대표성이 불분명한 일부 환자단체들이야말로 지금의 필수의료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반발이 커지자 이 의원은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를 구상하면서 개인적인 경험이 밑바탕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적 복수를 위해 입법권을 남용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반대하더라도 공론장에 나오라"며 무엇이 문제인지, 어느 범위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 의료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 의원 측은 토론회·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발의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있어, 정식 발의 시점과 구체적 조문 내용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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