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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스테론, 어디까지 바꿀 수 있나(상)

메디칼타임즈 학술팀
발행날짜: 2026-08-11 05:00:00
  • 유산 예방에서 ART 임신 예후 개선까지(Session 1)
    William Leigh Ledger(호주 왕립여성병원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교육병원)

Session 1. 질 프로게스테론의 유산 예방 효과: 누구에게, 언제, 얼마나

연 자: William Leigh Ledger(호주 왕립여성병원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교육병원)

Opening Address

William Leigh Ledger
(호주 왕립여성병원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교육병원)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Utrogestan®)은 유럽에서 수십 년간 사용돼 온 프로게스테론 제제다. 개인적으로도 30년 이상 IVF(in vitro Fertilization, 체외수정) 및 산부인과 임상 현장에서 이 약제를 사용해 왔으며, 그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특정 조건의 절박유산 여성에서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의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새롭게 축적되고 있는 바, 유산 예방에 있어 질 프로게스테론 사용의 최신 근거와 임상적 함의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서울에서 차병원그룹과 협력한 바 있으며, 2018년에는 호주 보조생식술(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ART) 메디케어 급여체계 검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다수의 한국 의사들이 연수 목적으로 호주를 방문했으며, 양국 IVF 진료체계 간 비교·교류는 상호 유익한 경험이 되고 있다.

1. 프로게스테론 연구의 역사와 임상적 의의

(1) 프로게스테론의 발견

프로게스테론은 스테로이드 호르몬 중 유일하게 탄소 원자 21개를 가진 물질이다. 4환 스테로이드 구조를 지닌 이 호르몬은 약 100년 전 미국의 Willard Allen과 George Corner에 의해 최초로 분리됐다. 1935년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 산하 보건기구는 이를 호르몬으로 공인하며 'pro-gesterone', 즉 '임신을 유지하는(pro-gestation)' 물질로 명명했다. 이 명칭 자체가 프로게스테론의 임신 유지에서의 핵심적 역할을 시사하며, 이후 유산 예방 연구의 근간이 되었다.

1942년 미국의 화학자 Russell Marker는 멕시코산 야생 참마(Mexican yam) 뿌리 성분으로부터 프로게스테론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에도 프로게스테론은 식물 유래 원료로 제조되어 채식·비건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1942년 당시 프로게스테론은 1 g당 미화 80달러로, 금보다 귀한 물질로 프로게스테론 80 g의 시장가치는 약 25만 달러에 달했다.

(2) 프로게스테론의 작용기전 규명

베일러 의과대학(Baylor College of Medicine, 텍사스 휴스턴)의 Bert O'Malley 교수는 프로게스테론이 세포질 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와 결합한 뒤 핵으로 이동하여 유전자 발현 변화를 유도한다는 작용기전을 최초로 규명했다.

(3) 유산 예방 연구의 시작

산부인과 진료 현장에서 절박유산(threatened miscarriage)이나 유산 환자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임상 상황이며, 일부는 외과적·약물적 개입을 요한다. 그러나 임상 경험이 쌓일수록 의료진이 환자의 심리적 고통을 간과하기 쉽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장기간 임신을 준비해 온 여성에게 유산은 단순한 의학적 사건이 아니라, 환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가족 전체를 아우르는 큰 상실의 경험이다. 이른 시기에 임신을 알린 뒤 불과 몇 주 만에 유산 사실을 다시 전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동생이 먼저 출산해 부모에게 첫 손주를 안겨주는 동안, 본인은 반복적인 유산을 경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무리 초기 유산이라도 환자에게는 생명 하나를 잃는 경험이며, 이 심리적 부담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유산은 흔한 임상 문제로, 임신 5건 중 1건 이상이 유산으로 귀결된다. 최근 인간 융모성 생식샘자극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in, hCG) 측정 기술의 발전으로 생화학적 임신(biochemical pregnancy) — hCG 상승 후 소실 — 이 빈번히 포착되면서, 월경이 수일 지연된 수준의 초기 임신 소실을 인지하는 여성도 상당한 불안과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 ChatGPT가 보편화된 현재, 환자들은 이미 다양한 정보 경로를 통해 답을 구하고 있어 임상의는 여러 정보원 중 하나로 기능하는 현실 역시 직시하여야 한다.

2. 반복유산의 이해 ㅡ 누가 위험한가

(1) 반복 임신 소실의 정의와 임상적 부담

반복 임신 소실 병력이 있는 여성이 임신 초기 질 출혈을 동반할 경우 프로게스테론 치료가 임상적 이득을 제공할 수 있다. 단, 프로게스테론이 모든 임신부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며, 정상적으로 임신이 진행 중인 여성에 대한 예방적 투여는 현재 근거에서 지지하지 않는다. 반복 임신 소실은 2회 또는 3회 이상 연속 유산으로 정의된다. 학술적으로는 3회 이상이 보다 엄격한 기준이며,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들 역시 주로 3회 이상의 유산을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다만 연구 대상자 모집의 현실적 제약으로 2회 유산력을 포함 기준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신 초기 질출혈은 매우 흔한 임상 상황으로, 호주에서는 임신 초기 여성의 약 4명 중 1명이 출혈을 경험하며 이는 한국에서도 유사할 것이라 추정된다. 즉, 임신 초기 질출혈은 산부인과 의사는 물론 초음파 검사자,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역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임신 초기 질출혈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은 정상 출산으로 귀결되며, 출혈 경험 여성의 3분의 2 이상이 생존아 출산에 이른다. 임상의의 핵심 역할은 hCG 측정과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의 생존 가능성(viability)을 조기에 평가하고, 필요 시 충분한 설명과 심리적 지지(reassurance)를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 초기 질출혈 여성의 약 30%는 결국 유산으로 이어지며, 이 중 일부는 자궁경부확장소파술(dilatation and curettage, D&C) 등 외과적·약물적 처치를 요한다. 그러나 의료진의 역할은 유산 처치로 끝나지 않는다. 처치 이후에도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심리·정서적 지원이 임상 관리의 필수 요소다.

(2) 모성 요인과 유산 위험

1) 모성 연령

여성의 연령은 유산 위험의 가장 강력한 예측 인자 중 하나다. IVF와 유산 관리에서는 35세가 중요한 기준 연령으로, 35세 이전에는 유산율이 15% 미만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나, 35-39세 구간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한다[표 1](Andersen AMN, Wohlfahrt J, Christens P, Olsen J, Melbye M. Maternal age and fetal loss: population based register linkage study. BMJ. 2000;320(7251):1708-1712.).

[표 1] 슬라이드 1-8. 모성 연령과 유산 위험

자연임신뿐 아니라 착상 전 유전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PGT) 없이 IVF를 시행한 경우에도 고령 임산부의 유산율은 현저히 높다. 점점 더 많은 여성이 고령에 임신을 시도하는 현실에서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한 임상 과제가 되고 있다.

2) 유산 경험

영국 버밍엄대학교 Arri Coomarasamy 교수의 데이터에 따르면, 유산 경험이 반복될수록 이후 유산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 첫 임신 여성에서 자연 유산의 기본 발생률은 약 11%다. 이는 임신 경험이 없는 초임부를 기준으로 한 수치로, 이전 유산 경험이 누적될수록 이후 임신에서의 유산 위험은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한 차례 유산을 경험한 경우 위험이 증가하며, 2-3회 이상 유산을 경험하면 그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5회 연속 유산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는 다음 임신의 유산 위험이 약 50%에 달한다. 단, 유산 횟수가 많아질수록 해당 환자군의 규모는 점차 감소하기 때문에 해석 시 주의가 필요하다[그림 1](Adapted from Coomarasamy A, Gallos ID, Papadopoulou A, Dhillon-Smith RK, Al-Memar M, Brewin J, et al. Recurrent miscarriage: evidence to accelerate action. Lancet. 2021;397(10285):167-174.). 반복 유산은 환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가족 전체에 심각한 심리적 부담을 안긴다.

[그림 1] 슬라이드 1-9. 반복 유산: 이전 유산 횟수와 유산 위험 간의 상관관계

(3) 부성 요인과 임신 예후

산부인과 진료가 주로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유산 위험 평가에서 부성 요인은 흔히 간과되지만, 산부인과 진료 시 남성 인자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임신 성공률은 감소하고 유산 위험은 증가하나, 부성 연령 역시 임신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모성 연령과 부성 연령에 따른 임신 지속 가능성을 보면, 부성 연령이 증가할수록 역시 임신 성공률은 감소하고 유산 위험은 증가하나, 생식능력 저하 시점은 여성보다 약 5-10년 늦게 나타난다. 흥미롭게도 여성 BMI 증가는 유산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반면, 남성에서는 체중 증가로 인한 고환 온도 상승이 정자의 질 저하와 연관될 수 있다[그림 2a](du Fossé NA, van der Hoorn MP, van Lith JMM, le Cessie S, Lashley E, Goddijn M. Advanced paternal age is associated with an increased risk of recurrent pregnancy loss in couples with unexplained recurrent pregnancy loss. Hum Reprod Open. 2022;2022(2):hoac010.). 이에 따라 반복 유산 또는 유산 환자를 평가할 때 모성 요인뿐 아니라 부성 요인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자 DNA 무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흡연, 환경적 유해인자 노출, 비만, 당뇨, 심혈관질환, 정계정맥류 등이 있으며 등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교정 가능하다. 일례로 최근 semaglutide, tirzepatide와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의 등장으로 비만과 대사질환 관리가 개선되고 있다. 음주와 불법 약물 또한 유산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부성 요인이다([그림 2b], (Brandt NB, Kristensen MLS, Catalini L, Fedder J. "Effect of paternal health on pregnancy loss — a review of current evidence." Andrologia. 2022;54(11):e14259. doi: 10.1111/and.14259. PMID: 35983715.).

[그림 2] 슬라이드 1-10, 12. 유산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부성 요인

3. 절박유산의 새로운 접근

1-3회 유산력을 가진 여성이 임신 6-7주에 질출혈로 내원하는 상황은 흔하다. 이러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근거 기반 치료 전략은 무엇인가?

(1) 배아 염색체 이상과 유산

Jason Franasiak 교수의 15,169건 영양막 생검 데이터에 따르면, 모성 연령이 높아질수록 정상 염색체 수를 갖지 않는 비정배수 배아(aneuploid embryo) 비율이 증가한다. 이는 여성의 고령이 유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35세 이전에는 비정배수율이 3분의 1 미만으로, 대부분의 배아가 정상 염색체를 가진 정배수 배아(euploid embryo)이다. 그러나 35세 이후 비정배수 배아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여, 45세 전후에는 배아의 약 90%가 비정배수에 해당한다[그림 3](Franasiak JM, Forman EJ, Hong KH, Werner MD, Upham KM, Treff NR, Scott RT Jr. The nature of aneuploidy with increasing age of the female partner: a review of 15,169 consecutive trophectoderm biopsies evaluated with comprehensive chromosomal screening. Fertility and Sterility. 2014;101(3):656-663.e1.). 임신이 임상적으로 확인된 시점에는 이미 배아의 비정배수 여부가 결정된 상태이므로, 비정배수 임신을 교정할 방법은 없다.

[그림 3] 슬라이드 1-14. 배아 비정배수 발생률과 모성 연령의 상관관계

비정배수 발생은 수정 때마다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으로, 과거 유산 횟수와 무관하게 배경 위험은 일정하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할 때마다 독립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즉, 유산을 몇 번 경험했든 다음 임신에서 비정배수가 발생할 위험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정배수 배아의 유산(euploid miscarriage)이며, 이 위험은 유산 횟수가 반복될수록 증가한다.

(2) 반복유산 횟수와 예후 변화

Coomarasamy 교수는 유산이 반복될수록 프로게스테론 매개 황체기 결핍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에 의하면 해당 환자군은 프로게스테론 보충요법으로 잠재적으로 교정 가능한 상태에 해당한다[그림 4](1. Ogasawara M, Aoki K, Okada S, Suzumori K. Embryonic karyotype of abortuses in relation to the number of previous miscarriages. Fertil Steril. 2000;73(2):300-304., 2. Coomarasamy A, et al. Lancet. 2021;397(10285):167-174.).

[그림 4] 슬라이드 1-15. 과거 유산 횟수와 프로게스테론 매개 정배수 유산 간의 상관관계

(3) NICE 가이드라인 권고

이 가설이 실제 진료 지침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 가이드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NICE 지침은 영국, EU를 비롯하여 전 세계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임상 참고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2023년 개정 NICE 가이드라인(NICE NG126)의 핵심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 임신에서 질출혈이 있는 경우 외인성 프로게스테론 투여는 적응증이 없다. 우선 초음파로 태아 심박동과 임신의 생존 가능성을 확인하고, 필요 시 추적 검사를 시행한다. 한편 현재 임신에서 질출혈이 있으면서 이전 유산력이 있는 여성에서는, 자궁내 임신 확인 즉시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 400 mg 1일 2회(총 800 mg/일)를 임신 16주까지 투여하도록 권고한다(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 Ectopic pregnancy and miscarriage: diagnosis and initial management (NG126). London: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2019. Updated 2023 Aug 23.).

(4) RANZCOG 가이드라인 권고

호주·뉴질랜드 산부인과학회(Royal Australian and New Zealand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aecologists, RANZCOG)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선별 없이 임신 1삼분기 임산부 전체에 대한 프로게스테론 보충요법의 일상적 사용은 적응증이 아님을 명시한다. 최근 호주에서는 ChatGPT 정보를 신뢰한 첫 임신 여성들이 의료진 상담 없이 스스로 프로게스테론을 구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건강한 첫 임신 여성에 대한 예방적 투여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현재까지 충분하지 않다.

절박유산이 진단된 경우에는 호주에서도 프로게스테론 투여가 권고되며, 해당 환자군에서 유산율 감소 효과가 보고되어 있다. 단, 반복 유산 병력이 있더라도 현재 임신에서 질출혈이 없는 경우는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 프로게스테론 처방은 명확한 임상 기준에 근거하여야 한다(The Royal Australian and New Zealand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aecologists (RANZCOG). Progesterone support of the luteal phase and in the first trimester. College Statement C-Gyn 21. Melbourne: RANZCOG; 2018.).

4.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의 실제 임상 적용

(1) PRISM 연구: 임신 초기 질출혈 환자에서의 효과

PRISM 연구는 2019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대규모 다기관 무작위대조시험이다. 영국 전역의 48개 주요 대학병원과 의료기관이 참여했으며, 4,153명의 임신 초기 질출혈 여성을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 800 mg/일 투여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하여 프로게스테론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였다. 이 연구의 높은 질적 수준을 보여주는 핵심 설계 요소 중 하나는 1차 평가변수를 단순 임신 지속(ongoing pregnancy)이 아닌 임신 34주 이후 생존아 출산(live birth ≥34주)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이전 유산 횟수에 따라 사전에 정의된 하위군 ㅡ 1) 이전 유산력이 없는 여성, 2) 1-2회의 유산력을 가진 여성, 3) 3회 이상의 유산력을 가진 여성 ㅡ 으로 나누어 프로게스테론의 효과를 평가했다. 이전 유산력이 없는 여성에서는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 투여의 유의한 효과가 없었고(RR 0.99, 95% CI 0.95–1.04), 1-2회 유산력을 가진 여성에서는 생존출산율 개선 경향이 관찰되었으나 통계적 유의성 경계에 근접한 수준이었으며(RR 1.05, 95% CI 1.00–1.12, p=0.07), 3회 이상 유산력을 가진 여성에서는 생존출산율이 유의하게 증가해 프로게스테론의 임상적 이득이 입증되었다(RR 1.28, 95% CI 1.08–1.51, p=0.007). 이를 치료필요수(number needed to treat, NNT)로 환산하면, 1회 이상 유산력+임신 초기 질출혈 여성에게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할 때 추가 생존아 출산 1건을 얻기 위해 치료해야 할 환자 수는 20명이다. 반면 3회 이상 유산력을 가진 여성에서의 NNT는 단 8명으로, 이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다[그림 5](Coomarasamy A, Devall AJ, Cheed V, Middleton LJ, Sunner KK, et al., A randomized trial of progesterone in women with bleeding in early pregnancy. N Engl J Med. 2019;380(19):1815-1824.).

[그림 5] 슬라이드 1-22, 23. PRISM 연구 결과: 이전 유산 횟수에 따른 임신 34주 이후 생존출산율

이 연구의 또 다른 핵심은 안전성 평가다.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군과 위약군을 비교한 결과, 모체 또는 신생아 건강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주요 이상반응 발생률에서도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표 2](Coomarasamy A, et al. N Engl J Med. 2019;380(19):1815-1824.).

[표 2] 슬라이드 1-24. PRISM 연구 결과: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의 안전성 프로파일

(2) 코크란 메타분석: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우수하다. 절박유산 및 반복유산 환자를 대상으로 한 7개 임상시험, 총 5,682명의 안전성 분석 결과, 선천성 기형 또는 약물 이상반응의 유의한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프로게스토겐 제제들의 경우는 안전성 프로파일에 대한 근거가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만큼 강하지 않아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신하기 어렵다.

코크란 라이브러리에 발표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는 7개 무작위 임상시험이 포함되었으며, PRISM 연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 간 이질성(heterogeneity)은 존재했으나 근거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게 평가되었다. 1회 이상 유산력이 있고 임신 초기 질출혈이 동반된 여성에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 투여 시 생존출산율이 유의하게 증가했다(RR 1.08, 95% CI 1.02–1.15, high-certainty evidence). 동 분석에서 1회 이상 유산 병력+임신 초기 질출혈 환자 1,000명당 56명의 추가 생존아 출산이 확인되었다. 이는 임상적으로 실질적 의미를 갖는 수치다[표 3](Devall AJ, Papadopoulou A, Podesek M, Haas DM, Price MJ, Coomarasamy A, Gallos ID. Progestogens for preventing miscarriage: a network meta-analysi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21;4(4):CD013792.).

[표 3] 슬라이드 1-27. 코크란 라이브러리 2021: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의 생존아 출산에 대한 효과

(3) 국제 가이드라인 근거

NICE 가이드라인은 현재 임신에서 질출혈이 있으면서 이전 유산력이 1회 이상인 여성의 경우, 출혈이 있는 시점부터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 400 mg 1일 2회를 시작하여 임신 16주까지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NICE NG126).

호주 가이드라인에서는 절박유산으로 진단된 여성에서 임신 2삼분기까지의 프로게스테론 보충요법이 자연 유산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명시한다(RANZCOG C-Gyn 21).

그렇다면 왜 유산 병력이 있는 모든 임신부에게 프로게스테론을 일률 투여하지 않는가? 질출혈을 동반한 절박유산에서만 투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근거는 Coomarasamy 교수의 두 번째 NEJM 등재 연구, PROMISE 연구에서 도출할 수 있다.

(4) PROMISE 연구: 출혈이 없는 반복유산 환자

영국·네덜란드 45개 병원이 참여한 공동 연구로, 3회 이상 연속 또는 비연속 유산을 경험한 836명의 무증상 여성이 등록됐다. 2회가 아닌 3회 이상이라는 엄격한 반복유산 정의를 적용한 환자군으로, 반복적인 임신 소실을 경험한 만큼 다음 임신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극히 큰 집단이었다. 임신 반응 양성 직후,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 400 mg 1일 2회 또는 위약을 임신 12주까지 투여했다. 중요한 점은 환자들이 현재 임신에서 출혈을 동반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생존출산율은 프로게스테론군 65.8%, 위약군 63.3%로 두 군 간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표 4](Coomarasamy A, Williams H, Truchanowicz E, Seed PT, Small R, Quenby S, Gupta P, Dawood F, Koot YE, Bender Atik R, et al. A randomized trial of progesterone in women with recurrent miscarriages. N Engl J Med. 2015;373(22):2141-2148.).

[표 4] 슬라이드 1-32. PROMISE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와 2차 평가변수

PROMISE 연구를 통해 두 가지 중요한 임상적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첫째, 반복유산 병력이 있어도 현재 임신에서 질출혈이 없는 여성에 대한 예방적 프로게스테론 투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반복유산 병력만으로 프로게스테론을 일률적으로 처방하지 않는 현재 가이드라인의 근거다.

둘째, PROMISE 연구에 3회 이상 유산을 경험한 여성이 포함되었음에도, 현재 임신에서 질출혈이 없는 경우 65.8%와 63.3%라는 높은 생존출산율이 확인되었다. 현재 임신에서 질출혈 없이 임신이 안정적으로 진행 중인 경우 예후는 예상보다 양호할 수 있으며, 충분한 설명과 심리적 지지가 이 환자군 관리의 핵심이다.

생명표 분석(life-table analysis)에서도 임신 주수와 무관하게 두 군 간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그림 6](Coomarasamy A, et al. N Engl J Med. 2015;373(22):2141-2148.). 따라서 프로게스테론은 절박유산, 즉, 임신 초기 질출혈이 동반된 경우에 한해 투여하며, 유산 병력의 이유만으로 처방해서는 안 된다.

[그림 6] 슬라이드 1-33. PROMISE 연구 결과: 생명표 분석

PROMISE 연구는 반복유산 병력이 있으나 현재 임신에서 질출혈이 없는 여성에게 임신 초기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했을 때 생존출산율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Coomarasamy A, et al. N Engl J Med. 2015.). 다른 프로게스토겐 제제들은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근거를 갖추고 있지 않다.

한편 일부 연구자들은 임신 확인 이후가 아닌 황체기부터 프로게스테론을 시작할 경우 추가적 이득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특히 2-3회 유산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황체기 투여 전략이 유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하며, 실제 일부 임상 현장에서는 이 방식이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월경주기가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과, 황체기 예방적 투여가 생존출산율을 향상시킨다는 충분한 근거가 현재까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황체기 단계에서의 일상적 프로게스테론 사용은 현 근거 수준으로는 권고하기 어렵다.

(5) 호주 의약품청 승인과 실제 처방 기준

호주 의약품청(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 TGA)의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 승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TGA는 의약품의 효능, 안전성 및 품질을 평가·승인하고 시판 후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국가 규제기관으로, 호주에서 판매되는 모든 의약품은 TGA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TGA는 다음 환자군에 대해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 400 mg 1일 2회 투여를 승인했다(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 (TGA). Australian Public Assessment Report (AusPAR): Utrogestan 200 (progesterone) — treatment of unexplained threatened miscarriage [Internet]. Canberra: Australian Government Department of Health, Disability and Ageing; 2022 Nov 24. Available from: https://www.tga.gov.au/resources/auspar/auspar-Utrogestan-200):

▲ 3회 이상 유산 병력 여성

▲ 1-2회 유산 병력이 있고 향후 임신 성공 가능성이 저하된 것으로 판단되는 여성

'향후 임신 성공 가능성 저하'에 대한 공식 정의는 TGA에서 명시하지 않았으나, 임상적으로는 모성 연령 증가가 핵심 고려 요소다. 35세 이후 임신 성공률이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점에서, 1-2회 유산 병력이 있고 현재 임신에서 질출혈이 동반된 35세 이상 여성에게는 프로게스테론 투여 고려 및 호주 정부 지원 적용이 가능하다.

Conclusion ㅡ 유산 예방의 확립된 기준: 반복 유산력+현재 출혈=즉시·충분히·16주까지

Arri Coomarasamy 교수 등 반복유산 분야 주요 연구자들이 미국산부인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 AJOG)에 발표한 전문가 합의문의 핵심 권고는 다음과 같다:

현재까지 축적된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유산력이 있고 임신 초기 질출혈이 동반된 여성에게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 400 mg 1일 2회 투여는 임상적 이득을 제공할 수 있다. 유산 횟수가 적어 치료 효과의 근거가 제한적인 환자군에서는 통계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을 통해 환자가 투여를 원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환자 본인, 배우자와 가족이 치료의 기대효과와 한계, 현재 근거 수준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공유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은 현재까지의 연구에서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으며 선천성 기형이나 중대한 이상반응 증가를 시사하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적응증을 가진 환자에서 잠재적 이득과 한계를 설명한 후 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고하여야 한다(Coomarasamy A, Devall AJ, Brosens JJ, Quenby S, Stephenson MD, Sierra S, Christiansen OB, Small R, Brewin J, Roberts TE, et al. Micronized vaginal progesterone to prevent miscarriage: a critical evaluation of randomized evidence. Am J Obstet Gynecol. 2020;223(2):167-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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