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도 포화, 도피성 진출 시간낭비<2>

조형철
발행날짜: 2004-11-05 07:35:44
  • 의사고시 통과해도 비자문제 등 어려움 잔재

|특별기획| 의사 해외진출 러쉬, 이대로 좋은가

최근 의료시장 개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열악한 국내 의료환경을 등지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사고시를 준비하는 의사들만 1만명에 이를 정도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실제 외국에 의사로 진출하는 길은 아직까지 위험성도 크고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의사들의 해외진출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본다.

-----------<<< 글 싣는 순서 >>>-------------
①의사 해외진출 실태
②외국진출의 현실과 문제점
③의사 수출시대,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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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LE 전문학원 카플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사고시를 준비하는 의사들의 50%가 미국내 레지던트 과정을 밟기위해 고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16.7%가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내 실제 개원을 목적으로 시험을 치른다는 응답 역시 5.6%에 불과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진출하는 의사보다는 단순히 자격조건을 갖추기 위해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려는 의사들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USMLE 시험을 치른 후 매칭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으로 진출하더라도 인턴쉽과 레지던트 기간을 거쳐야하고 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벽지근무도 감수해야하는 장벽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불어 의사수 급증과 의료시장 개방 등 불안한 국내 상황에서 하나의 대비책으로 '일단 따놓고 보자'는 식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플란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국에 개원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앞으로 있을 미국 진출에 대비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험 난이도나 실제 개원에 소요되는 기간 및 비자문제 등을 고려할 때 간호사에 비해 의사의 해외진출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 '장밋빛'만은 아니다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미국으로의 진출이 USMLE를 통과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AMA 뉴스는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레지던트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의대 졸업생들이 비자(J-1)발급이 안돼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거나 비자 취득 후에도 갱신이 안돼 과정을 끝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태를 보도한 바 있다.

현재 호주 시드니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B씨(35, 남)는 비자 문제 등으로 미국에서의 레지던트 매칭에 3번이나 실패했다.

USMLE 점수가 그다지 높지 않았을 뿐더러 매칭에 성공해도 J-1 비자를 통해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하는데 시간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벽지에서 2년간 근무하는 조건은 미혼인 B씨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B씨는 "국내에서 그래도 손꼽히는 의대를 졸업하고 개원보다 해외진출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좌절뿐이었다"며 "동료의사들이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USMLE를 통과하면 끝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산"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는 호주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의사가 많지 않고 경쟁율이 비교적 낮아 언어능력(IELTS)만 따라준다면 미국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며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도피성으로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A씨(33, 남)도 "미국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무사히 수료했지만 성적이 그다지 우수한 편은 아니라서 해당 병원에서 펠로우 봉직은 성사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국내 병원으로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USMLE 전문학원 파레토메디컬스쿨 관계자는 "미국진출은 USMLE를 통과한 후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며 "사실 비자문제는 USMLE 득점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데 연구경력이 없는 사람은 처음부터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갱신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개원시장 한정적, LA도 과잉공급
E유학원이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한인의사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 후 이주해 온 케이스로 LA나 뉴욕에 집중되고 있으며 고객도 주로 한인들만을 상대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 있는 한국계(Korean-American)의사들의 수는 총 8-9천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재미한인의사협회(KAMA)에 등록된 인원은 신고가 안된 인원까지를 포함시킬 경우 총 인원이 5천명선에 이를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한국 의사들의 미국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개원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현재 한인 밀집지역인 LA의 경우에는 과포화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KAMA 관계자는 "LA는 이미 한국의사들이 많이 진출해 들어올 곳은 다 들어온 상태"라며 "의사소통에 일정정도 한계를 느끼는 의사들이 동포들이 없는 곳에 개원하는 것보다 한인 밀집지역에 개원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미국 역시 의료환경이 예전 같지 못하고 의사들에 대한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며 "타직종과의 소득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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