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병협 찬반 엇갈려...기존 평가와 중복문제
대한의사협회가 강제적인 의료기관평가와 결과 공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병원협회는 오히려 평가업무의 적극적인 유치 의지를 천명, 양 단체의 입장이 또 다시 엇갈린 양상을 드러냈다.
이로써 병협을 비롯한 심평원, 진흥원, 혹은 제3의 신설 기관 중 누가 의료기관평가의 주체가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기존 병원신임평가나 요양급여 적정성평가와의 중복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의료기관평가를 둘러싼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2일 서울대학교 암센터에서 열린 ‘의료기관 평가 시행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의료기관평가제도의 세부시행방안을 발표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보건산업진흥원 이신호 위원이 의료기관의 진료와 서비스를 평가해 이를 매년 일반에게 공개하고 이에 따라 각 병원 별로 수가를 차등 지급하거나 인허가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평가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의료기관 평가할 자격 없다"
토론 참가자들은 대체로 제도의 부분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평가시행을 적극 환영하거나 대세로 받아들이는 입장이 지배적이었으나, 대한의사협회만은 강제적인 의료기관평가와 결과 공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뚜렷이 밝혔다.
의협 신성철 기획실장은 “전체 의료서비스의 고작 10%를 맡고 있는 정부가 민간 의료기관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제도 시행 후 평가 주체들의 부조리와 부폐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기관 서비스의 개선은 국가입장에서는 ‘하면 좋은 것’이겠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예고하지 않고 이뤄지는 수시평가와 불시평가는 의료계에 대한 규제와 감시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신 실장은 “조사하더라도 그 결과를 일반에 공표해서는 안 되고 의료기관에만 통보해야 한다”면서 “발표내용을 보면 의료기관을 감시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전근대적 의식에 머물러 있는 것 같으며 의사협회는 의견수렴 대상기관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심사평가원이 '심사원' 되나?
그러나 그 밖의 참가자들은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서비스 향상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면서, 주로 평가의 주체 문제나 기존 평가와의 중복성 문제 등에 큰 관심을 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오석 평가상무이사는 “의료기관 평가와 심평원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와의 관계정립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 역시 이와 견해를 같이 하면서 “만일 심평원 업무 중 심사업무가 빠져나가는 형태를 취한다면 심평원은 심사원으로 명칭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 또한 “기존 병원신임평가 등 여러 평가와 중복되면 병원의 업무마비를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이를 통합해 병협측에 위탁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성 사무총장은 “평가업무는 병원협회 산하의 병원신임평가센터를 활용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만일 중립성이 의심된다면 평가센터는 사무조직으로만 활용하고 다양한 단체가 참여한 위원회를 의결기구로 설치하면 될 것이며 심사집계 업무는 외부용역을 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협은 이미 오래전부터 의료기관평가 업무를 유치하기 위해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성 사무총장 역시 개인적으로 이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의 진료' 평가냐, 병원서비스 평가냐?
한편, 참가자들은 과연 의료기관평가가 진료 수준을 평가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 측면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차를 보이기도 했다.
강남성모병원 김상익 전문의는 “의사의 사랑과 정성을 수치적으로 평가하려드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으며 아산병원 관계자 역시 “서비스 분야보다 의료진의 진료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흥원 관계자는 “의료의 질은 기본적인 것이고 이제는 서비스 분야가 같이 향상되야 하는 시대”라면서 서비스 측면의 평가도 아울러 강조하는 입장을 내놨다.
토론에 참여한 시민 단체 관계자들은 제도 시행에 적극 찬성하면서, 주로 소비자의 선택을 위한 정보제공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공동대표는 “단순한 병원의 서열화는 의미가 없으며 병원의 신임여부를 가려내서 소비자가 병원을 선택할 기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 역시 진료의 질과 가격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하면서 “기준치를 굳이 만들지 말고 분야별로만 등급을 평가해서 최종적인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길 것”을 요구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는 “의료기관평가를 두고 병원이나 의사는 정부 규제의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으며, 소비자는 의료 서비스 강화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면서 “앞으로 두 가지 측면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 뚜렷한 방침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병협을 비롯한 심평원, 진흥원, 혹은 제3의 신설 기관 중 누가 의료기관평가의 주체가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기존 병원신임평가나 요양급여 적정성평가와의 중복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의료기관평가를 둘러싼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2일 서울대학교 암센터에서 열린 ‘의료기관 평가 시행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의료기관평가제도의 세부시행방안을 발표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보건산업진흥원 이신호 위원이 의료기관의 진료와 서비스를 평가해 이를 매년 일반에게 공개하고 이에 따라 각 병원 별로 수가를 차등 지급하거나 인허가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평가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의료기관 평가할 자격 없다"
토론 참가자들은 대체로 제도의 부분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평가시행을 적극 환영하거나 대세로 받아들이는 입장이 지배적이었으나, 대한의사협회만은 강제적인 의료기관평가와 결과 공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뚜렷이 밝혔다.
의협 신성철 기획실장은 “전체 의료서비스의 고작 10%를 맡고 있는 정부가 민간 의료기관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제도 시행 후 평가 주체들의 부조리와 부폐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기관 서비스의 개선은 국가입장에서는 ‘하면 좋은 것’이겠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예고하지 않고 이뤄지는 수시평가와 불시평가는 의료계에 대한 규제와 감시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신 실장은 “조사하더라도 그 결과를 일반에 공표해서는 안 되고 의료기관에만 통보해야 한다”면서 “발표내용을 보면 의료기관을 감시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전근대적 의식에 머물러 있는 것 같으며 의사협회는 의견수렴 대상기관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심사평가원이 '심사원' 되나?
그러나 그 밖의 참가자들은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서비스 향상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면서, 주로 평가의 주체 문제나 기존 평가와의 중복성 문제 등에 큰 관심을 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오석 평가상무이사는 “의료기관 평가와 심평원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와의 관계정립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 역시 이와 견해를 같이 하면서 “만일 심평원 업무 중 심사업무가 빠져나가는 형태를 취한다면 심평원은 심사원으로 명칭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 또한 “기존 병원신임평가 등 여러 평가와 중복되면 병원의 업무마비를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이를 통합해 병협측에 위탁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성 사무총장은 “평가업무는 병원협회 산하의 병원신임평가센터를 활용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만일 중립성이 의심된다면 평가센터는 사무조직으로만 활용하고 다양한 단체가 참여한 위원회를 의결기구로 설치하면 될 것이며 심사집계 업무는 외부용역을 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협은 이미 오래전부터 의료기관평가 업무를 유치하기 위해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성 사무총장 역시 개인적으로 이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의 진료' 평가냐, 병원서비스 평가냐?
한편, 참가자들은 과연 의료기관평가가 진료 수준을 평가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 측면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차를 보이기도 했다.
강남성모병원 김상익 전문의는 “의사의 사랑과 정성을 수치적으로 평가하려드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으며 아산병원 관계자 역시 “서비스 분야보다 의료진의 진료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흥원 관계자는 “의료의 질은 기본적인 것이고 이제는 서비스 분야가 같이 향상되야 하는 시대”라면서 서비스 측면의 평가도 아울러 강조하는 입장을 내놨다.
토론에 참여한 시민 단체 관계자들은 제도 시행에 적극 찬성하면서, 주로 소비자의 선택을 위한 정보제공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공동대표는 “단순한 병원의 서열화는 의미가 없으며 병원의 신임여부를 가려내서 소비자가 병원을 선택할 기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 역시 진료의 질과 가격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하면서 “기준치를 굳이 만들지 말고 분야별로만 등급을 평가해서 최종적인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길 것”을 요구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는 “의료기관평가를 두고 병원이나 의사는 정부 규제의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으며, 소비자는 의료 서비스 강화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면서 “앞으로 두 가지 측면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 뚜렷한 방침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