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병원' 충성요구에 직원들 의욕 상실

조형철
발행날짜: 2005-06-24 12:20:44
  • 경기도 B병원, 친인척 요직 인사...반대파 숙청

"병원판 제 5공화국이라고나 할까요"

최근 다니던 병원을 그만 둔 원무과 직원 A씨(29, 남)는 퇴직 당시 병원 분위기를 드라마 '제5공화국'에 빗대 표현하며 병원의 족벌경영에 대한 폐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23일 A씨에 따르면 경기도에 위치한 B병원은 1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으로 최근 직원들에 대한 보직인사를 단행, 과장급 2명을 전보조치하고 직원 1명을 해임했다.

전보된 과장급 직원 중에는 계약직으로 채용된 전산과장이 포함됐으며 병원 전산시스템의 외주용역 과정에서 전산과장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외주계약이 체결됐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과장급 직원 중 1명은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고 전산과장은 계약이 해지돼 다른 병원에서의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또 이번 인사에서 병원장의 친인척 직원들은 제외됐고 전보와 해임조치된 직원들은 평소 병원의 인사시스템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며 보복성 인사조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병원측은 인사조치에 대해 병원의 경영상태가 어려워 불가피하게 인력을 감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진료지원 부서의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직원모집 공고를 낸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A씨는 "병원의 이사장부터 시작해서 모두 원장의 외숙모, 삼촌, 조카 등 온 가족이 총 동원돼 병원 요직에 배치돼 있다"며 "원장 일가의 병원에 충성하지 않으면 숙청은 따논 당상"이라고 꼬집었다.

B병원의 한 직원은 "병원 직원들이 애사심이란 것이 없다. 불투명한 인사에 직원들에 대한 급여나 복지는 3D 직업 수준"이라며 "의욕이 떨어진 것은 오래이고 이직을 위해 기회만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직업이라는 것 자체가 자아실현의 수단인데 이미 병원의 요직을 원장의 친인척들이 차지하고 있어 승진 등 동기부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업무상 해당 친인척 직원의 미움을 사면 자리 보존도 힘들다는 것이 현재 일반 직원들의 상황인식"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병원측은 친인척 요직 배정에 대해 비현실적인 현 의료제도의 현실상 요직에 신뢰할 수 없는 직원을 배치하는 것은 모험이라는 주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의 모순된 의료제도상 일부 보직에 한해서는 이사장의 직권배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서 "다른 직원에 대한 불투명한 인사는 없었고 원장님을 비롯해 온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어려운 병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병원경영연구회는 최근 발표한 세미나 자료를 통해 병원의 불투명한 인사시스템이 직원들의 이직율을 높이고 애사심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직원들의 이직이 잦은 병원은 서비스 부문 등 총체적 전문성 부재에 허덕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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