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한의사 두 가지 면허를 동시에 소지하고 있는 복수면허자들에게 양한방 동시진료를 허용해 이들이 양한방 협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박사는 2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대한동서의학회 창립총회 및 학술대회에 앞서 배포한 ‘한국의료시스템에서 동서의의 역할과 발전방향’ 주제발제를 통해 "의료계 안팎의 현재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양쪽 면허를 동서의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박사는 먼저 "양한방 협진의 활성화를 위해 국립의료원을 시범 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시범사업을 벌여야 한다"며 "시범사업과 연계해 시급한 것은 중요 질환별 협진 프로토콜을 작성하는 것이며 협진이 효율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복수면자의 동시진료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사협회와 한의협의 반목적인 관계라고 할 때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주체로 정부, 시민단체 등이 있지만 임상에서의 전문성이 없어 한계가 있다"며 "학회 등 단체를 구성해서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면 가장 적합한 중재자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의학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한의과 대학이 발전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국립한의과대학의 설립이 불가피하다고 보며 동서의들이 국립한의과대학 설립에 적극 참여하고 설립 후 교수로서도 참여할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특히 "환자들이 한방 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건강보험의 혜택이 낮은 것을 지적할 만큼 한방건강보험급여의 확대가 필요하지만 보험급여 심사는 양방의 기준으로 접근하고 복지부에서도 보험급여과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동서의가 심평원 관련 위원회에 참여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데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한의학의 취약한 부분은 투약을 포함한 임상에 대한 통계 구축의 미흡이며 한의계가 이에 대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 한의학의 발전과 세계화는 불가능하다"며 "동서의학회가 임상통계자료 구축과 관련된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조 박사는 이와 함께 "한방 의료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뇌졸중 중풍 등 뇌혈관계 질환으로 판단된다"며 "환자가 의료기관에 도촉했을 때 질환 및 사고의 유형에 따라 가장 적절한 진료순서를 제시하는 것이 동서의의 중요한 역할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조 박사는 아울러 "한의약분업의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약의 안전성, 효과성, 부작용, 빈용도, 내성 등에 기초한 한약분류체계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한약분류와 관련된 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동서의의 참여가 필요하며 학회 차원에서 사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이 같은 동서의의 역할이 제대로 발휘되고 특히 양한방 협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복수면허자가 양한방 분야를 동시에 진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