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사들의 건강한 월드컵 관전법

조비룡
발행날짜: 2006-06-13 10:00:59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

조비룡 교수
6월 9일부터,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10일 새벽 1시부터 약 한달간 우리나라와는 7 시간의 시차가 있는 독일에서 월드컵 경기가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3일 오늘 우리나라 시간으로 저녁 10시에 토고와의 첫 경기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기대와 설레임으로 이날들을 손꼽아 기다려 우리 의사들도 예외는 아니여서 ‘7월이 지나면 무슨 낙으로 사나?‘라는 반 우스갯소리가 나오기까지도 한다. 이렇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월드컵이지만, 개최지와 우리나라의 시차가 존재하다보니, 대부분의 경기가 평소면 잠을 자고 있을 시간에 열린다는 사실은 득과 함께 실도 있을 개연성을 암시하여 준다. 과연 건강한 월드컵 관전법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

특히, 오래된 만성질환을 갖고 있거나 고령의 환자인 경우는 월드컵의 정신적 긴장과 불규칙적인 수면시간이 중첩되어 큰 손상을 끼칠 수도 있다. 우리 의사들도 기쁨과 기대는 잠시이고, 다음날의 진료나 수술 스케쥴에서 피곤으로 인해 큰 괴로움을 당하거나 실수가 유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

크게 월드컵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라면 평소처럼 생활하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경기의 결과를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또는 녹화 방송을 통해 들으면 된다. 많은 경우는 일반 경기는 관전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가 하는 경기는 지켜보려 할 것인데, 이 경우는 4,5일에 한 번씩 밤을 세게 된다.

이렇게 월드컵 관전에서 발생하는 수면의 불규칙성에 대해서는 한번씩 발생하는‘외국 여행’과 같이 대처하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 ‘시차’가 두려워 포기하지는 않는다. 월드컵도 마찬가지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러한 생활습관의 노예가 되어 진정 즐기고 싶은 기쁨을 연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무턱대고 기쁨만 즐기다가는 고통의 한나절을 맞이해야하므로, 약간의 지혜를 짜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6월 13일같이 저녁 10시부터의 관전이라면 경기가 마친 뒤부터 조금 늦게 자는 정도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조금 늦잠을 잘 수 있다면 한 시간 정도의 늦잠이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낮에 조금의 여유를 내어 낮잠을 30분 이내로 청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론, 낮잠을 자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개운하다면 일부러 낮잠을 청할 필요는 없다.

이때 한시간 이상의 숙면을 취하게 되면 그날 저녁잠을 또 늦게 자게될 가능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능한 오랜 낮잠은 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30분정도의 수면만 취해도 오후의 컨디션 유지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19일이나 24일같이 새벽 4시에 경기가 시작하는 날은 미리 저녁 9시나 10시쯤에 잠을 자도록 조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요시는 짧은 반감기를 갖는 소량의 수면제도 도움이 된다.

경기를 관전하고 나서는 새벽잠을 다시 자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출근하고 생활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그날 저녁의 수면 스케쥴이 바로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 일에 한 번씩 비 정기적으로 수면 패턴의 변화가 예상될 때는 약간 피곤함을 견디고 가능한 다른 스케쥴은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야, 하루 정도의 피곤으로 그치고, 이후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조금 피곤해도 그냥 지내보거나 낮잠을 30분이내의 선잠만 취하므로서 그 다음날의 수면에까지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피곤은 한데, 낮잠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는 한두 잔의 커피나 녹차를 마셔보거나 산책과 같은 간단한 육체적 활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물론, 커피나 녹차는 가능한 오후 3시 이후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축구광이여서 모든 경기를 관전하겠다는 사람은 아예 한 달간 해외여행 하는 셈치고 수면시간은 계속 바꾸는 것이 낫다.

하지만, 많은 경우, 낮에는 또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데, 이런 때는 퇴근 하자마자부터 경기 시작 전까지와 같이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정하고 꼭 지키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월드컵으로 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시간외에도 주의해야할 것이 있는데, 바로 간식 또는 야식과 뒷풀이이다. 관전에 맞추어 하는 스넥이나 술은 당연히 대사증후군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월드컵의 기쁨을 한껏 고조시키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것 때문에 일상사가 너무 흐트러지지는 않도록 뒷풀이의 정도도 나름대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대-한민국, 짜자작 짝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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