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분위기 물씬...공동이익 모색으로 방향전환
[창간3주년 특별기획] 보건의료계의 상생과 그 의미지난 5월 11일 오후 7시.
최근들어 보건의료계에서 상생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직능에 대한 막무가내식 비난은 줄어드는 양상이다. 단체들이 '상생'을 외치지면 그렇다고 보건의료계내에 상존하고 있는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메디칼타임즈>는 보건의료계의 불어오는 상생에 대한 의미와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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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상생시대의 도래
② 상생의 뚜렷한 한계
③ 고차원적 상생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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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프라자호텔 3층 일식당 고토부키에서는 장동익 의협회장과 원희목 약사회장의 비공개 만남이 있었다.
타 직능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에 내오던 신임 장동익 회장이었기에 또 한창 생동성 조작 사건을 두고 벌어진 의약간의 상호비난전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시점이었기데 이날 두 회장의 만남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때문에 장소뿐 아니라 만남까지도 비공개였다. 그러나 이날 두 직능대표의 태도는 그간의 모습과 상당히 달랐다.
관례적인 취임 인사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증명하듯 만남은 2시간 30분동안이나 진행됐고, 회동을 마치고 나온 두 사람의 얼굴은 몇 순배의 술잔이 돌았는지 붉게 달아 있었다.
갑작스런 기자의 들어닥침에 양 회장은 순간 당황한 듯 했으나, ▲각 단체의 자율정화 강화 ▲상호직능 인정 ▲상호협력 등 크게 3가지 기본틀에 대해 합의했다는 사실을 곧 공개했다.
'상생'이라는 개념이 보건의료계에 오래만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보건의료단체들, 연이은 '상생' 회동
그로부터 4일이 지난 15일 의협과 약사회에다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간호사협회, 병원협회까지 더한 6단체장은 '보건의료계의 화합과 상생을 위한 협회장 만찬'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다.
이날 모임 역시 명칭만큼 화기애애했다.
장동익 회장은 "이같은 모임을 정례화해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만나야 한다"고 했고 원희목 회장은 "다른 복지위 소속 의원측에 비상이 걸리겠다. 복지위원마다 이런 자리 마련하면 매일 만나야 할 것"같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이날 모임을 주선한 사람은 의사출신 안명옥 의원. 그는 "장동익 회장의 당선을 계기로 직역간 화합과 상생을 모색하기 의해 멍석을 깔아준 것"이라고 이날의 의미를 밝혔다.
이날 모임을 기점으로 보건의료단체들의 공동행보도 가속화됐다.
다음날인 16일 의협, 병협, 약사회 3단체는 공동호소문을 통해 정형근 의원이 입법발의 준비중이었던 '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단순한 장부기재의 실수만으로도 마약사범의 멍에를 안을 수밖에 없었던 의약사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과거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지난 6월8일에는 국회에서 상생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보건의료단체장 모임을 주선한 의사출신 안명옥 의원이 주최한 '보건의료계 상생과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였다.
이날의 토론회는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보건의료단체들에게 회원 자율징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건의료단체들이 반대할래야 할 수없는 공동의 이익이 걸린 문제였다.
이같은 '상생'은 보건의료단체들간을 넘어 정부와 보건의료단체간에도 확산됐다. 보건복지부와 14개 보건의약단체장은 '사회공헌활동 추진 협약'을 체결하기도했다.
유시민 장관은 "봉사현장 속에서 보건의약단체장들과 보건의약계의 현안에 대해 토의한 후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정책형성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타직역을 헐뜯고 비난하기에 바빴던 보건의료단체들의 상생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비난'서 '공동이익 모색'으로 전략을 바꾸다
사실 지금까지 보건의료계는 갈등에 대해서 타 직능을 비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해왔다. 서로 비난하는 성명을 남발하고 다투다 결국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방식이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가 지난 3월 생동성 조작 사건을 두고 벌어진 의약간의 비난 광고전. 의약은 각자의 논리로 대체조제 및 성분명처방 '된다', '안된다'는 성명을 주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신문광고전까지 벌였다.
의협이 먼저 주요 일간지에 "약사들의 대체조제 국민건강을 위해 절대 안됩니다"라는 광고를 냈고, 약사회는 "문제된 의약품을 처방한 것은 바로 의사들입니다"라면서 응수했다.
국민들의 의약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것을 뒤로 하고,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걱정한 비난 광고전이었다.
이같은 갈등의 방식은 한의사 CT사용이나 물리치료사 단독개원, 간호사법 제정 등의 현안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때문에 치고받고 싸우길 일삼던 보건의료계가 '상생'이라는 기치아래 모이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비난전이 결코 서로의 공동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같은 상생분위기에 대해 개원의로서 윌리엄 C.코커햄 교수의 <의료사회학>을 번역한 박호진 원장(박내과)은 "정치적으로 볼수도 있으나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면서 "의사들은 피해의식이 강하고 타 직역에 대한 강한 피해의식이 있으나 일단은 타직능과 잘 지내보자고 하는 것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서울대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보건사회학)는 "여러해동안 의약한의사가 서로 물리고 물리는 싸움을 했다"면서 "그런 소모전을 펼치다 보니 서로 상처주는 싸움은 자제하자는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한편으론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된다는 점에서 서로 협력해서 기회를 많이 나눠갖는 고차원적인 집단이익 추구에 눈을 돌린 것으로도 볼수 있다"고 덧붙였다.